서경 TODAY
최용석 서경대 교수 “K팝 데몬 헌터스, 韓 콘텐츠 산업 성찰 계기 삼아야”
“K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이 K 컬처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성과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고도의 콘텐츠 초융합 서비스를 기획하고 실행한 해외 산업계가 대부분 가져갑니다. 우리나라 정부와 콘텐츠 산업계는 이 작품의 성공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성찰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작품을 만들어서 K 컬처의 영향력을 전 세계에 온전히 떨치려면 정부 정책, 그리고 콘텐츠 산업계의 체질을 바꿔야 해요.” 인기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가 거둔 성과는 아주 화려하다. 발표 이후 세계 최대 규모 OTT(Over The Top,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세계 41개 나라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OST(Original Sound Track, 영화 음악) 8곡도 3주 연속 미국 빌보드 HOT 100 순위에 오른데 이어, 사상 처음(가상 아이돌)으로 빌보드 세계 차트 1위 자리도 거머쥐었다. 이에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상 가운데 하나인 아카데미상 주제가상 수상 후보로 손색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용석 서경대학교 AI빅데이터전공 교수 많은 사람들이 ‘K팝 데몬 헌터스 덕분에 우리나라 콘텐츠와 전통 문화가 세계에 알려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북콘텐츠융합진흥원 원장직을 포함해 25년 이상 우리나라 콘텐츠 기술과 산업 발전에 힘을 실은 최용석 서경대학교 AI빅데이터전공 교수의 분석은 사뭇 다르다. 그는 이 작품의 주요 요소 ‘K팝’과 ‘K문화’의 종주국인 우리나라가 이 작품을 주도해서 만들지 못한 점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K팝 데몬 헌터스가 큰 성공을 거둔 덕분에 우리나라 콘텐츠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어요. K팝과 한류 문화, 우리나라 전통 캐릭터와 신화는 물론 음식과 도심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가 세계에 널리 퍼졌으니까요. 수많은 세계인이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 부른 K팝에 열광하고 우리나라 전통 문화에 관심을 가집니다. 좋은 현상이지요. 세계 소비자와 미디어가 우리나라를 주목하면서 관광 시장과 관련 지식재산권의 성장 기회도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만든 주체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해외 자본과 플랫폼입니다. 자연스레 성공의 과실 대부분을 이들이 가져갑니다. 더 큰 문제는, K팝과 우리나라 전통 문화를 정작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계가 알리지 못한데다 그럴 역량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점입니다. 이것이 왜 큰 문제냐고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K 컬처의 성과, 나아가 주체성을 해외 자본과 플랫폼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큰 까닭입니다.” 최용석 교수는 자신의 주장이 과장이나 비약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사례로 미국의 월트 디즈니 픽처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만든 작품 ‘뮬란’과 ‘코코’를 들었다. 뮬란은 중국의 여성 영웅 ‘화목란’을, 코코는 멕시코의 전통 축제 ‘죽은 자의 날’을 주제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모두 세계에서 수천만 명이 볼 정도로 많은 인기를 모았다. 중국 무술과 전통 사상을 다룬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시리즈를 만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드림웍스도 그렇다. 그런데, 이들 작품은 ‘한 나라의 고유의 전통 문화와 역사를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관람객들은 원래의 전통 문화와 역사와는 다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각색한 전통 문화와 역사를 보고 그것을 사실로 믿는다. 그 예로 화목란의 실제 발음은 ‘뮬란’보다는 ‘무란’에 가까움에도 세계인은 ‘뮬란’으로 기억한다. 이들 작품은 모두 인기만큼 큰 수익을 거두며 하나의 문화 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 성과는 작품을 기획하고 만들고 세계에 배포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만이 오롯이 누린다. 중국과 멕시코는 자국의 전통 문화를 올바로 알릴 기회와 이것이 만들 콘텐츠 산업을 모두 빼앗긴 셈이다. “계속 강조하지만, K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은 기쁜 일입니다. K 컬처의 세계화에 좋은 영향을 줬고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는 우리나라가 이런 작품의 성공을 주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할 것이 법고창신, 이 작품이 태어난 배경과 만들어진 과정, 성공을 거두기까지의 모든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계가 K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작품을 스스로 만들 역량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가장 잘 아는 전통 문화와 K 컬처를 온전하게 전 세계에 알리고, 그 성과를 오롯이 우리가 누리며 문화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K팝 데몬 헌터스 최용석 교수가 분석한 K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그는 ▲작품의 주제인 K팝의 작곡가와 가수 ▲우리나라 문화를 애니메이션의 요소로 녹여낼 기획자 ▲세계관 비즈니스 전문가 ▲애니메이션 제작을 도울 정보통신기술 전문가 ▲작품을 세계에 배포할 플랫폼 ▲자금을 조달할 투자 기업 등 관계자들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구성한 ‘콘텐츠 초융합’을 성공리에 진행한 것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이러한 콘텐츠 초융합 구조를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계에 이식하려면, 정부 정책과 업계의 체질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도 K팝 작곡가와 가수, 애니메이션 기획자와 비즈니스 전문가, 정보통신기술 전문가 등 콘텐츠 초융합의 구성원들이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그런데, 왜 이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기간이 짧고 내용이 자주 바뀌는데다 유행만 추종하는 정부 정책의 한계, 그리고 콘텐츠 초융합의 기획과 제작 기반이 부실한 점입니다.” 콘텐츠 초융합의 기반은 실력과 경험을 가진 ‘구성원(기업)’, 이들의 구상을 현실로 만들 ‘투자금’,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 데 묶어 상승 효과를 이끌어낼 ‘정책’이다. 콘텐츠 선진국인 미국, 일본에서 구성원(기업)들은 시장과 정책 아래 각종 초융합 사례를 만들고 실험한다. 실패해도 정책과 대규모 내수 시장, 투자금의 지원을 받는 덕분에 실패 경험 자체를 자산화한 후 역량을 강화하는데 쓴다. 그러면 실패 경험은 곧 성공의 열쇠가 된다. 디즈니와 픽사, 닌텐도 등 주요 콘텐츠 기업은 이처럼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자산을 쌓은 덕분에 오늘날의 성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에서는 이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투자금과 내수 시장 규모가 작은 탓에 초융합 구조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실패하면 구성원(기업)은 재기하기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입는다. 그러니 시도와 성공의 경험 자체가 적고, 콘텐츠가 자산이나 지식재산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부가 콘텐츠 지원 정책을 만들었지만, 여러모로 한계가 역력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현상이 수십 년 이상 이어져온 탓에 오늘날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 전반의 역량과 규모는 해외 선진국의 그것보다 뒤떨어진다. 최용석 교수는 이것을 해결하려면 우선 수십 년 이상 묵은 정부 정책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의 운용 성과와 한계를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세계 수준에 걸맞는 새로운 정부 정책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논리다. K팝 데몬 헌터스 “오랜 기간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을 일군 정부 정책을 이제는 시대와 시장 변화에 맞게 바꿔야 합니다. 먼저 정책의 실행 주기가 짧고 기술이나 시장 유행에 따라 내용이 바뀌는 것을 고쳐야 합니다. 규모도 키워야 하고요. 우리나라 정부 정책은 연 단위 예산 배정 주기나 담당자가 바뀔 때, 3D·VR·웹툰·메타버스·AI 등 새로운 콘텐츠 기술이나 시장 유행이 등장할 때마다 변합니다. 이 때 기존 정부 정책이 사라지면서 콘텐츠 제작 기술과 경험과 인력도 함께 사라져 버립니다. 게다가 정부 부처와 산업군과 사업단마다 정책을 다르게 운용하다보니, 일관성이 필수인 콘텐츠의 융복합 자체가 어렵습니다. 관련 부처와 기관이 지원하고 노력을 해도 성과가 나지 않아요. 이런 콘텐츠 기반 위에서는 민간 기업이 세계 수준의 실력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창업 기업 위주의 지원 정책도 바꿔야 합니다. 오랜 기간 콘텐츠 업계에서 역량과 경험을 쌓은 중견 기업이 단 한 번의 실패로 무너지는 경우가 잦아요. 정부 정책으로 이런 기업에게 재기할 기회, 콘텐츠 유통과 플랫폼 등 초융합의 핵심 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직접 단행하거나, 성장의 기회가 만들어지도록 정책을 제시하고 이끌어야 합니다. 콘텐츠 선진국의 정부는 ‘장기 지원’, ‘시장 중심’으로 정책을 운용해요. 시장이 원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선정해 오랜 기간 지원하며 성장을 이끄는 것입니다. 민간 중심의 투자 생태계를 만든 미국, 쿨 재팬 펀드로 유망 콘텐츠의 산업화를 이룬 일본의 사례를 보세요. 이처럼 정부 정책을 신중하게 오랜 기간 운용한 덕분에 콘텐츠가 음악이나 게임, 상품이나 테마파크, 관광 등 다양한 산업에 녹아드는 초융합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이 곧 콘텐츠 산업 생태계의 자생력으로도 이어지고요.” 그는 정부 정책을 다듬어 콘텐츠 산업계의 토양을 비옥하게 한 후에는 K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초융합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골자는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 인재 육성과 다양성 확보다. “그저 기획, 제작 인재만 기르면 K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세계 인기 콘텐츠는 만들 수 없습니다.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은 다양한 인재를 육성해요.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와 시장 유행을 분석하고 현지화 전략을 짜는 연구자, 세계로 콘텐츠를 배급하는 전문가와 소비자 데이터 분석자, 대규모 콘텐츠 프로젝트의 위험을 관리하는 관리자, 다른 콘텐츠 초융합의 성공 비결을 분석하고 실패를 성공의 토대로 삼도록 이끌 벤치마크 담당자 등입니다. 새로운 콘텐츠 시대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고 경험을 쌓도록 도우면 이들이 곧 초융합의 주역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활동할 콘텐츠 생태계는 꼭 다양성을 갖춰야 합니다. 다양성의 토대 위에서 콘텐츠 기업과 이종 산업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동시다발 혁신이 이뤄지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의 콘텐츠 산업이 다양성 위에서 이뤄진 동시다발 혁신 덕분에 오늘날 성장했어요.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콘텐츠도 만들었고요.” K 컬처 글로벌 산업화안을 소개하는 최용석 교수 최용석 교수는 K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 콘텐츠 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지금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을 근본부터 개조할 적기라고 다시 강조했다.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IP 관리·유통 시스템(K-문화 디지털 자산화) ▲K 컬처 글로벌 복합 문화 테마파크 조성(K-문화 테마파크) ▲문화기술 연구 개발과 상용화를 포함한 기술 경쟁력 증대(K-문화기술 스케일업) ▲K-컬처 인력 양성과 인재 교류 등 국제 교육 시스템(K-문화 국제학교) ▲K-컬처 선순환 생태계(K-문화산업 클러스터) ▲K-컬처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무역 체계(K-문화 디지털 무역관) ▲인공지능 창작 활동 지원과 새로운 K-컬처 개발(K-문화 AI 크리에이터) 등 ‘7 Star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K 컬처 글로벌 산업화안도 제시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같은 기관, 문화산업촉진법을 포함한 정부 정책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기초를 만들었어요. 덕분에 K 컬처를 세계에 알렸고 콘텐츠 강국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계는 세계 수준에 걸맞게 발전해야 합니다. 시장과 기술, 기업과 인재, 정책과 생태계 등 모든 요소를 근본에서부터 과감히 개혁하고 혁신을 이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K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초융합 콘텐츠를 이끄는 소프트파워 문화 강국이 된다면,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큰 성장이자 도약이 될 것입니다.”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250807/132144273/1
박원주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 칼럼: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움직임 정부·한국은행·기업의 대응은?
얼마 전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되었다. 암호화폐, NFT, 스테이블코인 등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자산 시장을 처음으로 법의 틀 안에 담으려는 시도다. 이름만 들어도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디지털자산’이라는 용어가 법률의 제목으로 등장했다는 점은, 이제 이 개념이 우리 사회와 금융 전반에서 외면할 수 없는 주요 이슈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디지털자산’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쉽게 말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산을 의미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 디지털 수집품의 성격을 지닌 NFT(대체불가능토큰), 그리고 이번 칼럼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스테이블코인까지 모두 디지털자산에 포함된다. 이들 자산은 가상 공간에서 생성되고 유통되며, 실제로 금전적 가치를 지니거나 거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디지털 자산 제도화의 출발점 그동안 디지털자산은 법적 지위가 불분명한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었다. 투자자 보호 기준은 미비했고, 발행·유통·감독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었다. 그 결과, 피해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웠고, 불법 자금세탁이나 해킹 같은 문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 위한 첫 번째 제도적 시도이며, 디지털 시대의 자산을 공식적인 법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법안에서 특히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대상이 바로 ‘스테이블코인’, 그중에서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화폐의 가치를 1:1로 연동해 설계된 디지털 자산으로,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급등락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가치가 안정적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실생활에서 결제나 송금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시키며, ‘디지털 달러’의 영향력을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 역시 민간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유통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를 두고, 정부, 한국은행, 금융회사, 블록체인 기업들이 활발히 논의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디지털자산 제도화 흐름 속에서 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는지, 이를 도입할 경우 어떤 기회와 우려가 공존하는지, 그리고 각 주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준비하고 있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보고자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화두가 된 이유 최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중요한 정책적·산업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몇 가지 흐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할 부분은 글로벌 통화 질서의 재편이다. 미국은 USDT(테더), USDC(서클) 등 달러와 1:1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며, ‘디지털 달러’의 영향력을 전략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들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전 세계 결제와 송금 시장에서 빠르게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자국 통화가 아닌 달러 기반 디지털 자산이 실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디지털 환경에서 원화의 존재감이 점차 약화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통화 주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만드는 핵심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대체재? 보완재? 여기에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즉 '디지털 원화’가 안고 있는 한계도 중요한 요인이다. CBDC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은 확인되었지만, 개인정보 보호, 금융기관과의 역할 중첩, 사용 범위 설정 등 제도적 과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로 인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도입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간이 발행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보다 유연하며, 시장의 속도에 맞춰 빠르게 도입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다. CBDC가 국가 차원의 공공 인프라 구축이라면,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주도의 실용 중심 디지털 결제 수단에 가깝다. 특히 사용자 편의성, 다양한 플랫폼과의 연계, 해외 송금이나 콘텐츠 결제 등 일상 속 활용 가능성 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더 앞선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러한 이유로 스테이블코인은 CBDC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서, 디지털 원화의 공백을 메우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금융산업의 디지털화, 어떤 변화 있을까 또한 국내 디지털 금융환경의 변화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는 또 다른 배경이다. 디지털자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디지털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팔고 이더리움을 산다고 가정해보자. 기존에는 ‘비트코인 → 은행계좌 원화 → 이더리움’처럼 중간에 은행 시스템을 경유해야만 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비트코인 → 원화 스테이블코인 → 이더리움’처럼,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 안에서 직접 이루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거래 시간은 단축되고, 수수료는 줄어들며, 전체적인 효율성도 높아진다. K-콘텐츠 확산과 함께 원화 활용도 높일 수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국경을 넘는 디지털 경제 활동에서 원화의 활용도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게임을 즐기는 동남아시아 이용자가 복잡한 환전 없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게임 아이템을 바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또는 한국 웹툰을 보는 해외 독자도 자국 통화 대신 ‘디지털 원화’로 유료 콘텐츠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이처럼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과 함께 원화의 사용 영역을 디지털 세계로 넓혀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결국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기술적 시도가 아니라 통화 주권을 지키고, CBDC의 한계를 보완하며, 한국의 디지털 경제 경쟁력을 강화할 핵심 인프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기회 요인과 우려 요인은? 정리하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경제에서 다양한 긍정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첫째, 결제 및 송금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재 해외 송금이나 디지털 자산 거래는 대부분 은행을 거쳐야 하며, 절차도 복잡하고 수수료 부담도 크다.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24시간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지고, 중간 수수료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이는 특히 소액 해외 결제, 온라인 콘텐츠 구매, 디지털 상거래 분야에서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둘째, 한국형 디지털 경제 생태계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국내 플랫폼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게 되면, 한국 사용자 뿐만 아니라 해외 이용자도 원화 기반으로 콘텐츠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을 지원하고, 나아가 디지털 환경에서 원화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이 ‘디지털 달러’의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도 디지털 시대에 원화의 사용처를 넓혀갈 수 있는 전략적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함께, 몇 가지 우려와 과제도 함께 존재한다. 첫째, 준비자산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다.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처럼 사용되지만 실제로는 민간이 발행하는 디지털 자산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뒷받침하는 현금, 국채 등의 준비자산이 실제로 안전하게 보유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내용을 어떻게 투명하게 공시하고 감독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 부분이 불확실하면 이용자 신뢰가 무너지고, 극단적인 경우 ‘디지털 뱅크런’처럼 대규모 환급 사태로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위험도 존재한다. 둘째, 통화정책에 미치는 간접적 영향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량이 지나치게 커지면, 한국은행의 통화량 조절이나 금리 정책이 시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즉, 중앙은행의 공식 화폐 외에 유사한 디지털 자산이 과도하게 유통될 경우, ‘그림자 통화(공식 화폐 외에 유사한 민간 자산이 실제 통화처럼 기능하는 현상)’ 현상이 발생해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 소비자 보호와 규제 체계 미비 문제다. 디지털 자산은 속도와 편의성이라는 강점을 가지지만, 제도적 장치 없이 확산될 경우 투자자 보호가 어려워질 수 있다. 만약 발행사가 파산하거나 해킹을 당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지고,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최근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관련 법령을 통해 발행 조건, 준비금 요건, 소비자 보호 장치 등을 사전에 면밀히 설계하고 구축해야 한다. 이처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수단이지만, 그 가능성을 안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 정비, 철저한 감시 체계, 신뢰 기반의 시장 설계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한국은행·기업의 대응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과 위험 요소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정부, 한국은행, 그리고 민간 기업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준비와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정부는 제도적 기반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전반에 대한 규칙과 원칙을 세우기 위한 시도다. 누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지(발행 조건), 발행 시 얼마 만큼의 실제 자산을 준비해두어야 하는지(준비자산 요건), 어떤 정보를 이용자에게 공개해야 하는지(공시 의무), 그리고 만약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소비자 보호 조치) 등을 담고 있다. 이는 무분별한 발행으로 인한 피해를 막고, 투명하고 안정적인 디지털 자산 시장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정책적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보다 신중한 ‘조건부 수용’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을 계속 진행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이 발행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다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건을 살펴보고 있다. 첫째, 기술적으로 충분히 안전한지, 둘째, 기존 은행 송금이나 카드 결제 시스템과 잘 연결될 수 있는지, 셋째,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진 않는지 등 이러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이 준비 중인 디지털 원화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즉,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기존 시스템과의 조화를 통한 공존’을 모색하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지금 선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업비트, 빗썸 등 주요 디지털자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발행 실험이나 결제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으며, 기존 은행들도 스테이블코인 보관 서비스,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블록체인 연계 금융 서비스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아직 법제화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공식적인 상용화에는 신중하지만,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뒤처진다’는 위기감 속에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정리하면, 정부는 ‘안전한 제도 만들기‘, 한국은행은 ‘기존 시스템과의 조화’,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 선점’을 목표로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세 주체가 어떻게 협력하고 조율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방향과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원문출처> FP저널 https://www.fpkorea.com/2014/kfpa_2015/sub/sub.asp?page=1&p_bm_key=329&p_bd_key=38942&bm_key=&bd_key=&p_section_v=&is_sch=&p_is_open=&kWt=&ykey=&key=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칼럼:[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22〉1인 환자에게 가족을 호출하는 병원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아파도 병원 데려다 줄 사람이 없어 못 간다는 보도를 종종 접한다. 중증 환자의 경우 오히려 119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어르신들의 경우가 더 문제가 되기도 한다. 자녀들이 멀리 떨어져 살거나, 매번 동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도입된 것이 바로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다. 이 서비스 또한 '보호자 동의서'에서 장벽을 만나고 있다. 필자는 2021년, 이 제도를 최초로 제안했던 사람으로서, 그간 병원 행정과 정책, 연구 현장에서 느꼈던 아쉬움들을 바탕으로 몇 가지 개선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제도화 과정에서 유사한 제도가 있어 새로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공무원의 판단이 있었다. '돌봄 SOS'라는 이름으로 갑작스런 질병이나 긴급 사고시 4가지 정도의 서비스가 혼합된 것으로 소득제한 등의 조건이 까다로워 실질적인 이용률은 매우 낮았다. 시민은 물론 행정 담당자조차도 존재를 잘 알지 못하는, 말 그대로 '숨겨진 제도'였다. 둘째, 병원에서 요구하는 '보호자 동의서'라는 장벽이었다. 수술은 물론, 검사나 시술 같은 비교적 단순한 절차에서도 '보호자 서명'을 요구한다. 통상적으로 이는 법정대리인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가족이 병원에 반드시 동행할 것을 강요하는 구조다. 병원안심동행 도우미의 역할 자체를 축소시켜 필요성 자체를 위협했다. 셋째, 행정과 현장간의 괴리도 문제다. 의료법령상 가족의 동의서 서명이 명시돼 있지 않아 제도개선할 대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병원 내규나 의료계에 권고안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요청했으나 연구자나 공무원 모두 '내 소관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제도화가 돼 있는만큼 명백한 오류에 해당한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의료법 제24조의2에 따르면 설명의무, 특히 서면 동의는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로 한정돼 있다. 무엇보다 설명의 대상도 '환자'이고, 환자의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만 법정대리인으로 확대된다. 보호자의 서명을 요구하는 동의서 양식은 의료법령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병원 현장에서는 관행적으로 가족의 서명을 고집하며, 환자가 이를 준비하지 못할 경우 치료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도 있다. 유래를 찾아보니 의사협회가 권고한 설명·동의서 양식에 법정대리인의 서명 칸이 일률적으로 포함돼 있으며, 이를 병원들이 법 조항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나 구분없이 병원 내규나 매뉴얼에 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의료사고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면서 병원들은 연대보증의 목적으로 더욱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우선 병원안심동행 도우미에게 보호자 동의 관행의 실제와 대응법을 충분히 교육하고, 병원에서 이를 설명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일부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시간 낭비와 현장에서의 갈등 소지를 안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보호자 동의'를 요구하는 병원의 관행을 법적 근거에 맞게 조율하고, 1인 가구와 같은 사회구조의 변화에 맞춰 운영 지침을 재정비해야 한다. 의사결정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법적 적용을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고령이라는 이유로, 혹은 책임회피를 위한 명분으로, 서울이나 직장에 있는 자녀를 지방에 있는 병원까지 동의서 서명을 목적으로 호출하는 불필요한 관행과 행정 낭비를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이야말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원문출처> 전자신문 https://www.etnews.com/20250806000016
서경대학교, 유라시아재단 후원으로 ‘아시아공동체의 이해’ 강좌 개설
서경대학교(총장 김범준) 인성교양대학(학장 정수정)은 오는 2025학년도 2학기부터 유라시아재단(Eurasia Foundation, 이사장 사토 요지)의 지원을 받아 ‘아시아공동체의 이해’ 강좌를 새롭게 개설한다고 8월 6일 밝혔다. 본 강좌는 서경대학교 대학원 K-콘텐츠 문화경영 전공의 현윤호 교수가 맡아 진행한다. 강의는 미국, 독일, 일본,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에서 초청된 인류학, 정치학, 경제학, 경영학, 교육학, 한국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매주 강연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수강생 중 우수 학생에게는 특별장학금도 수여될 예정이다. 유라시아재단은 재일동포 사업가 사토 요지 이사장이 아시아 국가 간 교류를 통해 유럽연합(EU)과 같은 아시아공동체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약 100억 엔의 사재를 출연해 2009년 설립한 원아시아재단을 전신으로 한다. 2020년부터는 협력의 범위를 아시아를 넘어 유라시아 대륙 전체로 확장하며 ‘유라시아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유라시아재단은 정치적 중립성과 종교·이념·국적에 구애받지 않는 교류를 원칙으로 하며, 전 세계 대학들과 협력하여 아시아공동체 관련 강좌 개설을 지원하고 있다. 현윤호 교수는 “이번 강좌를 통해 서경대 학생들이 아시아와 세계를 아우르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시야를 확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pan/site/data/html_dir/2025/08/06/2025080601019.html 베리타스알파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566283 이뉴스투데이 http://www.enew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12592 한국대학신문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82178 뉴시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806_0003280353 이코노뉴스 http://www.econ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9464
서경대학교 토목건축공학과 김광식 교수, 건축 전문잡지 『건축문화』 "OAK BUILDING" 작품 게재
창을 둘러싼 오해와 재해석 도시는 도로가 연결하는 공간의 연속이며, 사람들은 보통 도로에서 바라본 건물의 모습을 정면'으로 인식한다. 건축물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때에도 대기 도로에서 보이는 방향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로 인해 커다란 창이나 고급 외장재는 주로 이 정면에 집중되며 도로와 맞닿지 않은 면은 낯설게 여겨진다. 건축이 외부에서만 인식되는 대상이라면 이러한 경향은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 공간을 사용하는 간점에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도로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실내 환경을 해치고 강한 직사광선은 일상에 불편을 준다. 특히 밤에는 조명을 켜는 순간부터 외부 시선을 의식하게 되어 프라이버시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거주자들은 창에 커든을 설치하지만, 이는 결국 하루 종인 창을 가리는 일상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항상 닫혀 있는 창은 과연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창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창이 제 기능을 하려면 도로로부터 유익한 요소와 차단하야 할 요소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채광, 환기, 조망은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며 직사광선, 소음,외부 시선은 효과적으로 차단되어야 한다. 이는 주택뿐 아니라 오피스 등 다른 거주형 공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이다. 창을 통해 필요한 것은 받아들이고 방히 요소를 줄일 수 있다면 그 기능성과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새로운 레이어의 제안 도로와 건물 사이에는 '창문'이라는 얇은 층이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창과 외벽 사이어 하나의 ‘레이어(layer)'를 덧본이는 아이디어어 주목했다. 이 레이어는 빛을 조절하고 내부 거주성을 유지하며, 의관의 표정을 만들고 프라이버시까지 조절할 수 있는 장치로 구상됐다.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소재로 선택된 것이 FRP 그레이팅 (Flber Relinforced Plastic Grating)이다. 원리 배수로나 하수구 커버로 사용되던이 격자형 구조물은 FRP로 제작할 경우 가볍고 균일한 완성도를 확보할 수 있어 외벽 설치에 적합하다. 이미 토목 구조물에 다양한 크기와 퍼턴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소재는 액상 지료를 금형에 부어 성형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반복되는 격자 피언은 각도에 따라 면(Surface)처럼 인식되며 건물의 매스감을 강조하고, 시각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외부의 유해 요소를 효과적으로 차단해 싣니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주거공간의 재해석 이러한 창과 외벽에 대한 해석은 자연스럽게 주거공간의 구성 방식으로 이어졌다. 해당 프로젝트의 4층과 5층은 한 세대가 내부 계단을 등해 사용하는 복층구조로, 대지 여건상 수평 확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직적으로 계획됐다. 일반적인 방식처럼 방의 개수에 따라 나누는 대신 문과 벽체를 최소화하고 열린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미술관 같은 긴장감과 유연한 공간감을 조성했다. FRP 그레이팅을 통과한 빛은 실내로 부드럽게 들어와 시간에 따라 다양한 패턴을 드리우고 흰 벽 위에는 점묘화처럼 산란된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격자 하나하나는 마치 나비처럼 흩날리는 환상을 일으키며 천장에서 떨어지는 자연광과 함께 동선마다 다른 시퀀스를 연출한다. 빛, 그림자, 물성, 시선이 레이어를 따라 변주되며 공간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원문출처> 건축 전문잡지(건축문화)
[오늘 이 책과 함께] AI와 콘텐츠커머스의 융합, 변화를 알아야 성공한다
방미영 권병철 저 'AI와 콘텐츠커머스 마케팅’ 생성형 AI 기술이 일상화되고 있는 지금, 마케팅의 패러다임 역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콘텐츠와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소비문화가 만들어지면서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고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의 커머스는 이제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콘텐츠커머스'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는 핵심 전략이 됐다. 'AI시대 콘텐츠로 수익을 연결하라!' 최근 발간된 책 (방미영 권병철 저, 예문아카이브)의 대주제다. 이 책은 AI 기술과 콘텐츠커머스의 융합이 어떻게 마케팅 현장을 바꾸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전략과 사례를 제공한다. 특히 AI가 콘텐츠커머스의 구조와 전략에 어떻게 통합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 마케팅 퍼포먼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다각도로 분석해 실무에 직접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콘텐츠커머스 마케팅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부터 실무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까지 꼼꼼하게 담았으며 파트별 핵심 정리와 더불어 어려운 단어들을 따로 표기해 설명하는 등 AI 관련 지식을 모르는 이들도 쉽게 전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콘텐츠커머스는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브랜드나 상품의 맥락을 제시하고 감정적 연결을 유도한다. 즉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걸 넘어서 그들에게 공감을 제공하여 상품을 구매하게 한다. 가격, 기능이 아닌 '왜 이 제품을 써야하나', '누가 이 제품을 쓰는가'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콘텐츠커머스의 성패는 점점 더 '개인화'에 달려 있다고 밝힌다. 고객은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와 제품만을 소비하려고 하는데 AI 추천 알고리즘은 고객의 기호와 행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콘텐츠와 상품을 제안하면서 콘텐츠커머스의 전환율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다. 고객이 콘텐츠에 반응하면 플랫폼도 즉각 반응한다. 콘텐츠는 실시간으로 바뀌며, 커머스는 그 순간에 맞는 최적의 제안을 실행하는 유기적 구조로 진화하게 된다. 저자는 또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핵심으로 '진정성'과 '일관성'을 이야기한다. 소비자는 이제 억지로 만든 감성 콘텐츠나 과장된 서사에 피로감을 먼저 느끼게 된다. 따라서 브랜드는 실존하는 창립자 이야기, 브랜드가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문제, 제품에 얽힌 고객 경험 등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해야 하며 SNS,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에서 전달되는 메시지의 톤과 키 메시지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브랜드 이미지가 단단히 형성된다고 알려준다. 이 책은 콘텐츠 제작 실무 체크리스트, 콘텐츠 유형별 기획, 운영 포인트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실제 상황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어 실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강점이다.. 또한 프로젝트별 운영 템플릿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기획하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콘텐츠커머스 환경에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디지털 기반의 운영 역량을 갖추었는지 진단하고 주요 항목 등을 점검하기 위한 방법, 조직 구조의 유연화와 기능 재설계, 협업 방식 등도 제시하여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에서의 구체적 활용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소비문화의 변화와 이로 인한 소비자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콘텐츠는 사실상 인정받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 이 책은 AI시대의 변화를 한눈에 살펴보고 이를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친절하고 상세하게 알려주는 전략을 바탕으로 이제 '나만의 콘텐츠'를 하나하나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원문출처> NWN내외방송 http://www.nw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3094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기고>K-조선, 기술동맹과 경제 안보의 전략 자산으로 키워야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학과장, 안보전략연구소장 ↑↑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학과장, 안보전략연구소장 미국 최우선주의(MAGA)로 무장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 관계가 격변하는 가운데 산업과 외교, 경제와 안보의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 미국은 기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공급망 재편, 기술동맹 강화, 그리고 중국 견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동맹국들과의 협력은 단순한 경제협력을 넘어 안보 전략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도 이런 국제 질서의 변화가 작동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정부는 미국과 상호 관세율을 15%로 합의했으며, 이에 더해 한국이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고 발표하였다. 여기서 가장 주목되는 게 바로 조선업에 대한 1,500억 달러 투자이다. 이는 전체 투자 규모의 43%에 달하는 것으로서, 이번 협상에서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MASGA)’가 중요한 카드로 작용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1,500억 달러는 앞으로 조선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투입될 예정이며, 이는 선박 건조, 유지·보수·정비(MRO), 조선 기자재 분야까지 포괄하는 대규모 협력이다. 한국의 조선 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다. 이른바 K-조선은 LNG 운반선, 자율운항,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에너지, 안보, 기후 기술이 융합된 경제 안보 자산이자, 미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전략 분야의 하나다. 미국이 에너지 수출 확대, 탄소중립 전환, 해양 안보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가운데, K-조선은 이 세 가지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핵심 파트너다. 미국 내 상업용 친환경 선박 생산 능력은 여전히 미비하며, 조선 인프라 재건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국 패권을 견제할 수 있는 해군력 증강에서 필수적이다. 정부는 이번 관세 협상의 결과를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가 빛을 발한 것이라 하지만 우려스러움은 여전하다. 사실 실용 외교는 미·중 전략 경쟁 구도 속에서 미국의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기술 보호, 공급망 안정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확실한 동맹’을 원한다. 한국이 그 기준에서 벗어나 모호한 입장을 견지한다면, 조선업을 비롯한 핵심 산업의 전략적 협력 역시 약화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번 미국과 관세 협상 타결과 3,500억 달러 투자라는 기회를 발판 삼아, K-조선을 단순한 수출 품목이 아닌 경제 안보 동맹의 대표 자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K-조선은 미국의 에너지 안보와 기술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인 동맹 자산”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고, 신뢰 기반의 기술동맹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단순한 산업 협력에서 벗어나, 기술 보호, 산업 보안, 디지털 안전망 등 한국이 강점을 지닌 분야를 미국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 이미 반도체 소재·장비를 전략 자산화하여 미국과의 기술동맹을 강화했고, 유럽은 기후 기술과 안보 공조를 통해 보조금 정책에서 일부 예외를 확보했다. 이들 국가처럼 한국도 통상 이슈를 기술 및 안보 협력과 연계하는 복합 전략이 필요하다. K-조선은 단지 배를 만드는 산업이 아니다. 기술, 신뢰, 가치 외교가 집약된 경제 안보의 플랫폼이다. 조선업에 대한 1,500억 달러 투자는 미국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술동맹 강화의 상징이며, 향후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 전략 산업 전반으로 협력이 확산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제 한국은 지나치게 실용을 앞세워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보다 미국과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신뢰 기반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조선업을 비롯한 전략 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흔들림 없이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한국도 진정한 경제 안보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기술동맹과 경제 안보, 가치 외교가 삼위일체로 뒷받침될 때, K-조선은 미래 세대에게도 지속 가능한 전략 자산이 될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원문출처> 경상매일신문 https://www.ksmnews.co.kr/news/view.php?idx=555113
서경대˙남서울대 리안학과(계약학과) 2026학년도 신입생 모집
국내 최대 미용 프랜차이즈 리안헤어는 2026학년도 서경대 헤어디자인학과(계약학과) (미창조(주) 리안반), 남서울대 리안헤어뷰티아트학과의 신입생을 모집한다.리안학과 학생들의 수업전경리안학과는 졸업 후 취업이 100% 보장되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로, 미용 산업에 특화된 전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학위 취득과 동시에 안정적인 취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채용조건형 리안학과의 주요 혜택은 다음과 같다.반값 등록금 혜택리안헤어의 산업체 지원을 통해 재학생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등록금의 50%를 지원받아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자비 부담분 50%는 가구별 요건 해당 시 국가장학금까지 수혜가 가능하다.졸업과 동시에 초급 디자이너 데뷔리안아카데미의 70여 개 직무교육과 현장 실무 중심 커리큘럼을 통해 졸업 즉시 초급 디자이너로 데뷔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이루어진다.전국 467개 매장 취업 지원졸업 후 전국 467개 리안헤어 매장 중 원하는 지역에 취업할 수 있으며, 현장 실습과 연계된 맞춤형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졸업 시 4년 경력 인정체계적인 교육과 실습을 통해 졸업 시 4년의 경력을 인정받아, 경력 있는 디자이너로서 안정적인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다. 특히, 남서울대 리안헤어뷰티아트학과는 3년제 조기졸업이 가능한 장점과 함께 4년제 미용학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리안헤어 본사 관계자는 "리안학과는 미용대학, 미용학과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과 경력 개발의 기회를 제공하는 학과로, 졸업 후 안정적인 취업을 보장하고 있다"며, "2026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원서접수는 25년 9월 8일(월)부터 9월 12일(금)까지 단 5일간 진행되며, 온라인 원서 접수를 통해 지원 가능하다.(서경대 지원 : 진학사 어플라이, 남서울대 지원 : 유웨이 어플라이)입학 관련 문의는 각 대학 입학처 또는 리안헤어 본사 산업체 담당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원문출처>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5080415180916200
[특별기획] '단종의 유배지'에서 '충절과 문화가 숨쉬는 여유의 공간'으로
서경대 청년문화콘텐츠기획단-GKS사업단 영월 탐방기④ 지난 19~20일 양일간 서경대학교 청년문화콘텐츠기획단(운영위원장 방미영 교수)과 서경대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이하 GKS(Global Korea Scholarship):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 주관 사업), 서경대 GKS사업단(단장 박정아 교수)이 강원도 영월군을 찾았다. 영월은 조선 제6대 임금 단종의 묘인 장릉, 계유정난 이후 단종이 유배된 청령포 등과 더불어 사육신과 생육신, 그리고 충신들을 모시고 학업을 다졌던 창절서원과 오늘날의 국립대학격인 영월향교 등 다양한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또한 국내 최초의 공립 사진 박물관으로 국내외 유명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동강사진박물관과 자연과 예술 작품, 그리고 관람객이 하나가 되어 '인생샷'을 남기며 미술의 재미에 푹 빠질 수 있는 영월 젊은달 와이파크를 비롯해 김삿갓문학관, 라디오스타박물관 등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조용하지만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옥수수와 어수리나물의 향긋하고 달콤한 맛까지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있을 것은 다 있는' 곳이 강원도 영월이다. 서경대 청년문화콘텐츠기획단은 문화현장 탐방, 사회공헌 프로젝트 기획 및 실행 등 다양한 활동을 청년이 주도적으로 실행하면서 청년들이 스스로 자신을 발전시키고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놓은 역할을 13년 동안 진행하고 있다. 이번 문화탐방은 청년들, 그리고 한국을 배우고 있는 유학생들이 한국의 전통 교육기관인 향교와 서원의 역할과 중요성, 단종 임금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릉과 귀촌 마을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는 '삼돌이마을'의 성공사례를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내외방송은 서경대 청년문화콘텐츠기획단, GKS사업단과 함께 이번 문화탐방에 참여해 영월의 역사와 변화를 함께 체험했다. 본지는 그 체험의 현장을 4회에 걸쳐 독자들에게 전하려 한다. 이번 탐방은 영월향교가 주최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성균관유교문화활성화사업단이 후원했고 동부건설(주)이 협찬을 했다. 주말마다 장릉에는 흥겨운 음악과 애절한 노래가 들린다. 바로 창작뮤지컬 <장릉 낮도깨비 -1457, 잠든 소년>이 공연되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지난 2023년 초연된 후 관람객들의 큰 사랑을 받으면서 영월을 대표하는 창작뮤지컬로 성장했다. 다른 배경 없이 장릉의 잔디밭에서 진행된다는 것, 여기에 장흥을 찾은 관람객은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말마다 좌석이 꽉 찰 정도로 유명해졌다. 지역에서도, 작은 극단에서도 얼마든지 전국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이 작품은 장릉에 잠들어 있는 단종 임금의 애틋한 사랑과 슬픈 운명을 다루면서 중간중간 영월 지역 설화에 등장하는 '능말 도깨비'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도깨비들은 단종의 비극을 보며 같이 울고 웃으면서 인간들의 부조리한 모습을 비판하기도 한다. 공연에 나오는 뮤지컬 넘버는 대극장 뮤지컬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1시간에 불과한 공연이지만 그냥 앉아서 보기에는 너무나 미안할 정도로 깊이가 있다. 이런 공연을 자주자주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애닯은 하소연을 하늘은 어찌 듣지 못하고 어쩌다 수심 깊은 나의 귀만 홀로 밝은고'(자규가)라고 슬픔을 표현했던 단종. 작품은 그 단종에게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슬픈 생에도 사랑 있었으니 그대 덕에 당신 덕에 생이 아름다웠다오 죽음이 덜 외로웠다오 다시 만나길 다시 사랑하길 영원히 영월에서'. 비록 비명 속에 세상을 떠나야했지만 영월에서 다시 사랑하길 꿈꾸는 희망이 단종을 위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알게 된 소식. 이 작품이 올해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초대되어 영국에서 공연을 한다고 한다. 영월에서 시작된 작은 뮤지컬이 이제 세계로 발돋움하게 되는 중요한 시기를 맞은 것이다. 슬프지만 재미있는 단종과 낮도깨비의 이야기가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지 주목된다. 기획단이 장릉에서 홍보 영상에 참여했다는 것도 참고로 밝힌다. 어느새 점심 때가 됐고 참가자들은 '단종의 밥상'을 맛보게 되었다. 단종이 영월에서 먹었다는 어수리나물이 그것이다. 영월에 유배된 단종이 처음 어수리나물을 맛본 순간, 단종은 부인 정순왕후의 분향이 난다고 말했다 한다. 그렇게 어수리나물은 특유의 향과 맛 때문에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되기도 했고 지금도 영월의 대표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동의보감>에서 어수리는 피를 맑게 하는 식물로 소개하고 있다. 어린 잎에는 식이섬유와 비타민 등이 풍부하고 당뇨와 비만, 심장질환 등의 에방과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뿌리는 중풍과 각종 통증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그 어수리나물이 들어간 밥과 각종 나물 반찬, 여기에 구수한 나물된장국이 어우러지니 저절로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마음이 건강해지니 몸도 깨어나는 느낌이다. 단종의 밥상으로 점심을 마치고 이제 참가자들은 이번 탐방의 종착지인 창절서원으로 향했다. 창절서원은 본래 충신들의 위패를 모셨던 '창절사'에서 시작되어 충신들을 추모하고 지역민을 가르치기 위해 창건된 교육기관이다. 출입문인 배견루에 들어가면 학생들을 가르친 창절서원이 나오며 서원 뒤에 창절사가 있다. 창절사에는 단종의 복위를 위해 목숨을 바쳐 충절을 지킨 사육신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응부, 유성원과 역시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가 순절한 박심문, 단종 폐위 뒤 벼슬을 버리고 초야에 묻혀 살며 충절을 보여준 생육신 김시습, 남효온, 그리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고 장사를 지낸 영월호장 엄흥도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1864년 흥선대원군의 '사원 철폐령'에도 불구하고 창절서원은 철폐되지 않고 보존되었으며 지금도 매년 10월 9일 대제를 지내고 있다. 창절서원에 들어서는 순간 해가 쨍쨍해지면서 조금씩 더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전날과는 확연히 다른 날씨다. 서원에 대한 설명을 들은 참가자들은 서원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강학이 이루어진 서원 공간을 보고 서원에 모셔진 충신들의 위패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 곳의 위패에는 '忠文 成先生 神位(충문 성선생 신위)', '忠正 朴先生 神位(충정 박선생 신위)' 등으로 모신 분들의 이름이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서원의 동재와 서재에는 이 곳에 모셔진 충신들이 남긴 말들이 적혀 있었다. 혹독한 현실에 맞서 마지막까지 충절을 지키려는 이들의 마음이 한 글자 한 글자에 아롱아롱 새겨진 느낌을 갖게 한다. 이렇게 이틀간의 영월 탐방은 마무리가 되었다. 물론 영월의 깊은 정취를 느끼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라고 생각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예를 느꼈고, 나라를 향한 충(忠)을 느꼈고, 새롭게 변화하는 문화를 느꼈고, 시골 마을의 여유로움을 느꼈다. 영월은 그렇게 '단종의 유배지'가 아닌 '충절과 문화가 숨쉬는 여유의 공간'으로 변모하며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영월에서 얻은 여유가 앞으로 치열해질 삶의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서울로 향한다. <원문출처> NWN내외방송 http://www.nw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3081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 필요하다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지난번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태에 더해 북한발 해킹·피싱 시도까지 발생해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크다. 사이버 공간은 안보·산업·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주는 핵심 영역으로, 범국가적 대응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확대되고 있다.우리나라의 사이버 안보 위협 대응 시스템은 크게 공공·민간 부문으로 이원화돼 있다. 이는 2013년 ‘국가 사이버 안전관리 규정’을 제정(2021년 ‘사이버 안보업무 규정’으로 대체)하고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대응 체제부터 서둘러 구축한 데 기인한다.그렇지만 사이버 공간이 공공·민간으로 엄격히 구분되지 않는 데다, 이에 대한 공격 역시 무차별로 벌어지는 상황에서 대통령훈령(제316호)에 불과한 ‘사이버안보업무규정’으로는 공공부문 외 민간 영역에는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사이버위기관리단’을 두고 민관군 협력 체제를 구축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정부 내에서조차 입법부·사법부를 배제한 행정부에만 효력을 발휘하고, 금융기관 등 주요 통신기반 보호시설에 대해서도 직접 통제가 불가하다.이 때문에 그동안 ‘사이버안보법’을 제정해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사이버안보청’을 설립해 실질적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7월 11일 대통령 직속 위원회와 국정원 주관의 단일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한 실질적인 대응 체계를 명문화하는 ‘국가사이버안보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그러나 현재와 같이 공공부문을 맡는 국정원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민간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기능을 무조건 통합하기보다, 각 영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분리 운영의 장점도 함께 살피자는 견해 또한 만만치 않다. 통합하면 효율성은 높아질 수 있으나, 민관군을 아우르는 통합 컨트롤타워는 어디를 중심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어렵다는 현실적 요인도 있다.하지만 현행처럼 분절된 대응 구조로는 사이버안보 위협에 대한 통합 방어가 어렵다는 것은 이번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태에서 잘 드러났다. 미국의 사이버 보안 및 인프라 보안국(CISA) 모델을 벤치마킹해 ‘사이버안보청’과 같은 중앙 컨트롤타워를 설치하는 게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분절된 기능을 통합하고 전략적으로 조정하는 중추 기구로서 민관군 및 정보를 연결하는 공동 작전본부 역할을 맡기자는 것이다.결국, 그 기능을 어디에서 수행하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현재 사이버 안보 위협 대응 역량은 국정원이 우위에 있으며,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왔다. 다만, 정보기관이 대응의 중심에 서는 구조는 기술적 역량이나 정보 수집 및 우방과의 협력 등에서는 강점이 있지만, 민주적 통제와 민간 협력 측면에서 우려된다는 논란이 많다. 아예 국정원의 사이버 안보 기능을 떼어 내자는 의견도 있다.이를 해소하는 방편으로 ‘사이버안보청’을 국정원 외청 형태로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전문성과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독립성 확보 역시 가능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금이 제17대 국회에서 발의된 이후 21년째 표류 중인 ‘사이버안보법’을 제정하고 사이버 안보의 근간을 다질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원문출처>문화일보 https://www.munhwa.com/article/11523165?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