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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열 경영학부 교수:[전규열 칼럼] 노동자 돕겠다던 '노랑봉투법', 일자리 위협의 '역설적 우려'

사라지는 하청 일자리와 자동화의 속도… 상생을 위한 현실적 대안은?
대립을 넘어 상생으로…’일본식 노사 협력’과 ‘공동 실태조사’가 해답
노동절인 1일  '세계 노동절 울산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노동절인 1일 ‘세계 노동절 울산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쟁이 산업 현장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 법은 과거 파업 노동자들이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로 어려움을 겪을 때, 시민들이 이들을 돕고자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전달했던 온정적인 역사의 유래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법이 본격 시행된 지 5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 노동자를 돕겠다는 따뜻한 취지와 달리 오히려 하청 일자리를 줄이고 고용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역설적 우려’가 현장에서 나온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은 사용자(사업주)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주체만 사용자로 인정받았으나,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원청 기업도 사용자로 본다. 그러나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기준이 모호해 현장에서는 교섭 상대를 둘러싼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에 제출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하청 노조 1,151곳이 원청 기업 434곳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실제로 원청과 하청 노조가 대화 테이블에 앉은 경우는 단 8곳으로, 성사율은 불과 1.8% 수준이다.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이 7일 이내에 사실을 공고해야 하는 법적 절차를 이행한 곳 역시 90곳(20.7%)에 불과하다. 원청 기업들이 단순히 대화를 회피한다기보다, 모호한 사용자성 기준 탓에 섣불리 나섰다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노동위원회 판단이나 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관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호성은 장기적인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청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절할 경우 지방·중앙노동위원회를 거쳐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판결이 이어지는데, 이는 사실상 ‘5심제’와 다름없다. 분쟁이 장기화될수록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도 증대된다. 실제로 과거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 관련 사건의 경우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약 9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 바 있다. 기업으로서는 경영에 집중해야 할 에너지를 수년간의 법적 다툼에 쏟아부은 셈이다.

 

하청 노동자 권익 보호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부작용을 지적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원청 기업들이 복잡해진 노무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외주 발주를 줄이거나 자체 전환(내재화)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용형태공시 등 주요 조사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외주·하청 근로자 수는 2023년 72만 4,331명에서 2025년 66만 4,845명으로 8.2% 감소한 반면, 직고용(정규·비정규직)은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동반 성장해 온 상생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사람 대신 기계를 선택하는 ‘산업 자동화’의 가속화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투입 계획 등은 노동 환경 변화와 맞물린 자동화 바람의 대표적 사례다. 임금 인상 압박과 노사 갈등 리스크가 커질수록 기업은 신규 채용 대신 로봇과 자동화 설비 투자를 앞당길 수밖에 없다.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추진된 법안이 역설적으로 청년들의 신규 진입 일자리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제는 소모적인 대립을 멈추고 현실적인 보완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우선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법률로 명확히 구체화하여 현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해외 사례 중에서는 1955년부터 노사가 ‘고용 유지·확대와 생산성 향상’을 공동 목표로 삼아 높은 수준의 협력을 유지해 온 일본의 ‘생산성 센터’ 모델을 참고할 만하다. 단순히 단기적 임금 인상만을 다투기보다, 이것이 고용 전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노사가 함께 고민하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가장 시급한 선결 과제는 노사정과 정치권이 함께 참여하는 ‘노동 현장 공동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일이다. 각자 편향된 자료를 내세워 대립하기보다, 지난 5개월간 축적된 교섭 요구 실태와 현장 장애 요인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분석해야 실효성 있는 보완 입법이 가능하다. 노동의 가치도 결국 노동이 이루어질 ‘일자리’와 ‘기업의 투자의지’가 존재할 때 비로소 보호받을 수 있다. 정부의 명확한 교통정리와 현장 실태에 기반한 입법 보완이야말로, 노동자와 기업이 함께 살아남는 가장 실질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전규열 경영학 박사 폴리뉴스 부사장 겸 편집국장 국회입법지원위원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서금원 규제입증위원(전) 공감신문, 뉴시안 대표이사(전) <저서>이것만 알면 경제인싸 외 다수

<원문출처>

폴리뉴스: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0449(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