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서경대 물류유통학과 교수 칼럼: [항동에서] 65세 정년연장, 사회적 합의에 맡겨야

정년 연장에 대하여 사회전체가 뜨겁다. 정부가 지난 6월 60세 정년을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법안을 연내 추진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어 행정안전부가 10월14일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 규정’을 개정·시행하면서 소속 공무직 근로자의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정치권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면서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법 개정을 연내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계도 기존 임금체계를 유지한 채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늘리자는 입장을 냈다. 공무원 노조도 연금 공백을 줄이기 위해 정년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계는 퇴직 후 재고용과 직무급제 도입 병행을 주장한다. 현대자동차, 동국제강, 포스코, LG화학 등 일부 기업은 이미 ‘퇴직 후 재고용’ 형태를 운영하며 정년 연장 효과를 내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법적 강제 없이도 재고용·계속고용 제도를 통해 숙련 인력을 유지하면서 청년 채용도 병행하는 균형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도 재고용으로 기술 전승분위기를 만들고, 자동차업계는 계속 고용으로 생산 안정을 찾고 있으며 반도체업계도 ‘정년 없는 인재’로 연구개발(R&D) 경쟁력을 지키고 있다. 이렇듯 현장에서는 기업 규모·직군·산업별로 해법이 다른 만큼 정부는 일률적 입법보다 기업 자율로 맞춤형 제도를 도입하도록 인센티브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 더 필요할 듯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계속고용 논의는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됐다. 그러나 세대 갈등을 유발하고 기업에 부담을 주는 일률적 정년 연장은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다. 기업이 정년 연장·정년 폐지·퇴직 후 재고용 중에서 형편에 맞게 선택하도록 하되, 임금 수준을 직무·성과에 맞춰 조정하는 일본식 모델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선도 기업들은 이미 재고용 제도로 해법을 찾았고 중소기업들도 자연스럽게 60세 이상 고용을 늘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하다. 일률적 입법보다는 인센티브로 기업이 자율적 해법을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을 겪고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고 있는데 우리의 현실은 구직에 손 놓은 2030세대 74만명이 그냥 쉬고 있다. ‘쉬었음’은 취업도 구직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를 뜻한다. 그나마 취업활동을 하는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대기업만 노크하고 있다. 기업들은 경력직 위주로 채용하고 있다.
따라서 일률적인 고용연장은 오히려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될수 있다. 최대 쟁점인 임금문제는 생산성 중심으로 하는 등 기업이나 산업별로 각각의 특수한 환경에 맞게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고령이지만 생산성이 큰 전문가 집단도 있다. 그들의 노하우는 산업발전의 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고용연장은 꼭 필요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 하자는 것이다. 단계적,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올해부터 ’65세까지 고령자 고용확보조치를 의무화’한 일본은 12년에 걸쳐서 노사합의를 이룩했고 기업에 정년연장, 정년폐지, 퇴직후 재고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무리하게 연내 입법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기업에 숙련인력을 활용하면서 청년고용 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면서 고용과 기업경영 문제는 기업인에게 맡겨 해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현장에서 쌓아온 고귀한 경험과 숙련된 실력을 버리기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구직을 위해 계속 스펙을 쌓고 있는 젊은이들을 지치지 않게 해야 할 것 아닌가.
/김광석 서경대학교 물류유통학과 특임교수
<원본출처>
인천일보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310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