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20주년 맞은 ‘한일축제한마당’ 지켜온 일본 여성들[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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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 2025 인 서울’ 무대에 선 이요베 세쓰코 씨.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해마다 가을이면 한국과 일본의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제를 벌인다. 양국 수도인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펼쳐지는 양국 문화교류 축제 ‘한일축제한마당’이 그것이다. 10월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 2025 인 서울’에는 약 6만7000명이 찾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및 행사 20주년을 맞아 한일 문화 교류에 공헌한 사람과 단체에 대한 공로상 수여가 있었다. 그중 세 명의 일본 여성이 수상해 이를 바라보는 나는 무척 기뻤다. 나는 이 축제의 운영위원으로 함께 참여하면서 그들이 한결 같은 마음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잘 알고 있기에 기쁨이 한층 더했다.
이들 중 첫 번째로 소개할 사람은 축제를 처음 만든 분 중 하나인 이요베 세쓰코(伊豫部節子) 선생이다. 선생은 내게 20년 넘은 롤모델 같은 존재다. 그는 한국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주재원 남편을 따라 서울에 왔다.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음악 전공을 살려 ‘한일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열고, ‘한일가라오케대회’를 만드는 등 음악을 통한 한일 민간 문화교류에 힘썼다.
그 활동 중 하나로 축제의 하이라이트에서 같이 춤을 추는 ‘요사코이 아리랑’은 그가 기획하고 탄생시킨 이벤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개회식에서 흘러나온 경쾌하게 편곡된 아리랑에 깜짝 놀랐어요. 거기에 일본 전통 춤 ‘요사코이’를 조합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그리고 무용가 하나야기 슌토(花柳春涛) 선생의 안무가 더해져 2005년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 때 한일 양국에서 각각 50명이 나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하나가 돼 춤을 춰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시 “한일 교류의 등대가 되도록 꼭 100년간 이어가자”고 다같이 다짐했다.
다음으로 매년 축제 전날이면 일본에서 큰 여행가방을 끌고 기모노 차림으로 나타나는 여성이 있다. 두 번째로 소개하는 사와 요코(澤葉子) 선생으로, ‘걸어다니는 일본 전통문화 홍보대사’다. 사와 선생은 2013년 처음 혼자 축제에 참가해 현재는 오에도와가미학회(大江戸和髪学会) 회원들과 함께 봉사한다. 매년 30kg이나 되는 일본 전통의상을 가방에 가득 채우고, 축제 당일에는 아침 일찍부터 의전통역팀 자원봉사자에게 전통의상을 입혀준다. 그리고 일본 전통머리 체험 부스에서 사극 속에서나 본 듯한 머리 모양 체험을 제공한다. 일본의 기모노는 일본인도 직접 입기 어려워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한 선생의 존재가 무척 든든하다.
사와 선생은 사실 젊은 시절에는 유럽을 동경해 이웃 아시아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변했다. ‘한국인들의 미소가 원동력’이란 그는 매년 기다려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기쁘고, 또 사람들이 기모노를 입고 머리를 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 사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 그를 우리는 항상 포옹으로 마중하면서 맑은 에너지를 받는다.
마지막 다카기시 지카코(高岸千華子) 선생은 일본 회사에서 만난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한국에 왔다. 2013년부터 축제의 기모노 체험 부스를 담당해 올해로 13년째가 된다. 처음 3년 정도는 혼자서 진행했지만, 2년 뒤 ‘기모노 교실’을 운영하며 기모노를 아름답게 입히는 기쓰케(着付け) 기술의 교육에 힘쓰고 있다. 그 교육의 성과는 꾸준히 결실을 보고 있다. 올해 부스에서는 기모노 34벌을 양성한 스태프 11명과 함께 140명에게 입혔다.
선생은 매해 관람객들이 기모노를 체험하고 질문을 던지며 이해가 깊어지는 모습을 보고 기쁘다고 했다. 또 이를 통해 일본에 대한 새로운 이해로 이어지는 것을 실감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일축제한마당은 2005년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해 ‘한일 우정의 해’의 일환으로 시작돼 올해로 20회를 맞이했다. 믿음직한 다카기시 선생이 계신다면 앞으로 목표의 100회까지도 거뜬히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세 명의 일본 여성에게 공통된 것은 자원봉사 정신이다. 한일 문화의 차이를 더 이해하고, 서로를 더 존중할 수 있도록 힘들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봉사하다 보니 어느새 10년, 20년이 흘렀다. 이들이 처음부터 오래 이어가야지 한 것이라기보다 묵묵히 지속해 온 것이 20년의 결실을 본 것이라 하겠다. 한국 사람들, 특히 한국 여성들과의 강한 유대감도 계속 이어가게 하는 힘이 됐다. 세 일본 여성들의 바람처럼 축제의 마지막에서는 춤으로 모두가 하나가 됐다. 앞으로 30년, 50년, 100년이 넘도록 양국의 우정이 이어가기를 바란다.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51021/1326088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