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칼럼: [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27〉마을버스 대란, 진짜 문제는 요금이 아니라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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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마을버스가 서울시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시내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외부 색깔은 초록이지만 동색은 아니다. 시내버스가 서울 전역을 종횡무진 누비는 반면, 마을버스는 자치구 내부만을 이어주는 ‘생활형 교통수단‘이다. 최근 한두달 사이에 마을버스는 서울시장을 면담 대상자로 소환하며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민영제, 즉 수익을 전액 가져가는 사업체이면서도 ‘재정지원 기준액 상향‘이라는 합의서에 서명을 받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환승 탈퇴‘를 거론하고 있다.
이쯤 되면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이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한가? 무엇보다 공정한가? 그렇다면 왜 이런 이런 일이 벌어졌으며,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 이번 마을버스 사태의 배경은 운영적자이며, 그 배경에는 비현실적인 요금체계가 자리한다. 마을버스는 구청장이 요금을 조정할 수 있다. 실제로 마을버스 요금은 구마다 다르며, 대체로 시내버스보다 저렴하다. 이번 기회에 마을버스 요금을 정상화시키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마을버스 이용자는 시내버스나 지하철로 환승하기 때문에, 요금이 다소 오르더라도 실질적인 부담은 크지 않다.
둘째, 정부가 마을버스 적자를 지원하려면 회계투명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시민들은 잘 모르지만 마을버스는 시내버스와 달리 준공영제가 아니다. 즉 수입과 지출을 서울시가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적자 규모를 객관적으로 알 수 없고, 시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를 낳는다. 디지털을 넘어 인공지능(AI)시대와는 동떨어진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의 최근 7년간 재정지원금 현황을 보면, 운행횟수는 일 평균 128회에서 97회로, 운수종사자는 3394명에서 3050명으로 줄었는데 지원액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업체 수가 59개사에서 96개사로 늘어난 것과 무방하지 않다. 통상 시장경제에서 적자가 지속되는 산업에서 업체가 늘어나는 일은 드물다. 회사 수가 늘면 관리비용이 그만큼 증가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셋째, 중앙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현재 대중교통 재정지원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서울시는 예외로 취급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행사하는 공공요금 관리제도에 매년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소폭의 요금 인상을 자동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계속 동결을 강요받다가 4~5년 혹은 10년에 한 번씩 대폭 인상하는 현재의 방식은 시민 반발이 크고, 선거 시기와 겹쳐 정치적 논란이 커진다. 반면 매년 50원 정도의 점진적 인상은 시민 부담이 크지 않으며, 교통카드 중심의 결제체계에서는 체감 저항도 낮다.
넷째, 서울시와 마을버스 조합과의 합의문에 포함된 ‘운송서비스 개선계획‘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게 보완돼야 한다. 운수종사자 채용계획은 처우문제와 연계돼 시내버스와의 형평성과 직결된다. 마을버스 임금이 너무 낮다고 주장하지만, 시내버스 임금이 과도하다는 지적 역시 존재한다. 현재 진행되는 통상임금을 반영한 임금협상에서 서울시도 참조할 부분이다. 품질제고를 위해 난폭운전 등의 이용자조사와 모니터링, 버스노선 조정, 지원금 차등제를 마을버스에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시민의 세금은 버스 적자 보전보다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과 중장기적 투자에 우선 사용돼야 한다. 이용자 부담 원칙을 무시한 채 수천억원의 세금을 보조금 형태로 투입하는 것은 재정의 본질을 왜곡하고, 행정의 목적을 흐리게 만든다. 서울의 대중교통이 ‘정치의 수단‘이 될 것인지, ‘시민의 발‘로 남을 것인지를 가르는 시험대에 서 있다. 투명한 운영, 합리적 요금제, 그리고 신의성실의 원칙이 지켜질 때 비로소 진정한 공공교통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것이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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