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서경대학교

서브페이지 백그라운드 이미지

서경 TODAY

SKU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를 매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메뉴 | 검색 | 퀵메뉴

    서경대학교의 모든 것, 여기서 검색하세요!

    • 작게
    • 보통
    • 조금 크게
    • 크게
    • 가장 크게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채성준 칼럼> 중국의 무서운 질주와 한국의 생존 전략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학과장, 안보전략연구소장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채성준 칼럼 중국의 무서운 질주와 한국의 생존 전략.png
    ↑↑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학과장, 안보전략연구소장
    중국은 19세기 아편전쟁 패배 이후 ‘아시아의 종이호랑이’로 전락해 열강의 먹잇감이 되는 수모를 겪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공산당이 국공내전에서 승리해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웠지만, 마오쩌둥이 추진한 자력갱생 및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국가 발전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오랜 기간 침체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덩샤오핑에 의한 개혁·개방 이후, 자본주의적 시장 원리를 도입하면서도 공산당 1당 체제를 유지하는 독특한 정치·경제 구조를 구축한 채 수십 년간 고도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중국은 ‘속도’로 세계를 압도한다. 지난 1월, 중국의 생성형 AI 모델 ‘딥시크’가 저가형 반도체로 챗GPT에 필적하는 성능을 단 두 달 만에 구현해 내었다. 10년 전 리커창 총리는 “중국은 볼펜심 하나도 못 만든다”고 개탄했지만, 이제는 로봇·조선·전기차·배터리·우주항공을 아우르는 제조 강국이다.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의 절반을 중국이 생산한다.
    중국의 ‘제조 속도전’은 경이롭다. 현대차·기아가 신차 개발에 3~4년을 들이는 동안 중국 전기차 업체는 1년 반 만에 신차를 내놓는다. 화웨이와 세레스가 합작한 아이토는 출범 2년 만에 고급차 M9을 내놓고 1년 만에 중국 고급차 시장 1위에 올랐다. ‘중국제조 2025’ 전략으로 전기차, 배터리, IT가 동시에 진화하고 있다.
    2001년 WTO 가입 당시 23위였던 중국 제조업 경쟁력은 독일에 이어 세계 2위다. 미국·일본을 앞섰고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AI·바이오테크·반도체·우주·양자기술 등 5대 핵심 기술 경쟁력에서 중국이 미국에 이어 2위, 한국은 일부 분야만 10위권이다. 제조업 혁신을 선도하는 ‘등대 공장’ 비중은 중국이 41%나 된다.
    중국 속도의 비결은 공산당의 ‘시장 실험실’이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테스트베드로 제공하고, 미완의 제품도 먼저 시장에 내놓아 피드백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다. 안전사고·개인정보 문제는 눈감고, 연구개발도 원천기술보다 상용화에 집중한다. 지난해 중국 R&D 지출은 705조 원으로 한국 국가 예산을 웃돌았고, 그중 82%가 실험개발 단계였다.
    또 중국은 ‘건너뛰기 전략’으로 늦은 출발의 약점을 만회했다. 유선전화 대신 휴대폰, 신용카드 대신 모바일 결제, 내연기관 대신 전기차로 직행했다. 여기에 200여 개 전기차 회사가 무한경쟁을 벌이고, 엔지니어 연봉이 의사보다 높은 보상 체계가 속도를 부채질한다. 군함 건조·우주항공 프로젝트에서 미국도 중국의 상대가 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한국의 속도는 꺾였다. 민주화 이후 ‘속도’는 ‘악’으로 규정됐고, 사회·정치 갈등만 커졌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투자 착수 6년 만에야 착공에 들어갔다. 반도체 연구개발도 주 52시간제에 묶여 있다. 정권마다 ‘규제 혁파’를 외쳤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고, 정치권은 진영논리에 빠졌다.
    민주주의가 속도와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강력한 기업가 정신과 민간의 속도전에서 비롯됐다. 일론 머스크는 하루 24시간을 일한다고 한다. 우리는 인구·시장·자원 모두 부족하고 기술도 어중간하다. ‘한강의 기적’을 가능하게 했던 속도를 되살리지 못하면 먹거리 자체가 사라진다.
    이제 한국은 선택해야 한다. 낡은 규제를 걷어내고 ‘선허용 후규제’ 원칙을 확립해 기업들이 앞만 보고 달리게 해야 한다. 신기술과 신산업을 옭아매는 규제를 풀고, 혁신을 가속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산업화 단계의 추격형 모델로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렵다. AI·바이오·우주·양자 같은 미래 산업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대학·기업·정부가 긴밀히 협업해 ‘속도전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500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중국을 앞질렀던 한국이 다시 추월당할 것인가? 우리는 계속 중국에서 발 마사지를 받는 호사를 누릴 것인가, 아니면 후손들이 중국인 발 마사지를 하는 처지로 전락할 것인가? 바로 지금 그 갈림길에 서있다. 중국의 질주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유일한 길은, 속도와 혁신을 다시 국력의 핵심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원문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