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칼럼: [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26〉지역격차를 뛰어넘은 프로야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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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지역 균형 발전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프로야구를 들 수 있다. 관중이 1200만명을 돌파한 국민 인기 스포츠다.
정부가 막대한 투자를 해도 쉽지 않았던 지역 균형 발전이, 프로야구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지방 구단이라고 해서 실력이 떨어지거나 우승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도권 구단보다 우승 횟수가 더 많다.
현재 프로야구 구단은 모두 10개이며, 이 중 수도권을 연고로 하는 구단은 다섯 곳이다. 수도권 팀이 절반이지만 인기를 비교해 보면, 수도권·서울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고정 팬이 더 많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나 광주 연고의 기아 타이거즈가 다른 팀보다 더 열성적인 팬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전을 연고로 한 한화 이글스 역시 열정적이고 결집력 있는 팬덤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었을까?
먼저, 운동장 시설은 수도권과 지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 도시들이 최근 새로 경기장을 건설하면서 오히려 시설만 놓고 보면 지방이 더 우수하다고 할 수도 있다. 대구, 창원(마산), 광주, 대전 등이 새로 지은 경기장을 갖추고 있는 반면, 잠실야구장은 1986년 아시안게임 이전에 건설돼 노후화가 진행 중이며, 수원 역시 비교적 오래된 시설이다.
그 다음으로 관중석 규모나 실제 관중 수에서도 서울과 지방 간의 큰 차이는 없다. 선수들의 실력이나 감독·코치진의 역량도 지역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이는 야구라는 스포츠가 전국을 순회하며 경기를 하고, 선수와 지도자도 지역에 상관없이 선발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홈경기가 절반 이상이긴 하지만 주거지는 홈 구단 인근에 두고 전국을 이동하며 경기와 숙박을 반복한다. 해외 사례는 더욱 극적이다. 박지성 선수로 잘 알려진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연고지인 맨체스터는 인구가 약 40만명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그 도시에는 프로 축구단이 하나 더 있으며, 두 구단 모두 6만~8만명을 수용하는 대형 경기장을 채우곤 한다. 심지어 경기 입장료는 최저가가 40만원대에 이르러, 우리나라의 약 50배 수준이다.
이처럼 서울과 지방의 일자리나 연봉 수준은 스포츠 산업 내에서는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프로팀으로 가는 인재 육성을 하는 고교 야구팀에서는 서울 편중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그 반대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좋은 야구단에 지명(취업)받기 위해 8학군이나 대치동 학원가를 갈 필요가 없는 셈이다. 오히려 프로구단 스카우터들이 전국을 다니며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고 선발하는 셈이다.
다시 지역균형발전으로 돌아가보자. 흔히 “지방은 돈이 없고 교육·의료가 부족하며 인구가 적어 시장성이 없다”라고 하지만, 프로야구는 그 통념을 깨는 대표적인 사례다. 주택의 품질은 차이가 없다. 오히려 가격이 낮은 지방이 더 넓고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다. 교육은 지방에서 고교를 졸업해도 좋은 직장에 입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장하면 된다. 의료의 경우 시설적 측면보다는 인적자원에서 결정되는 성격이 강하다. 매주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교류를 통해 해결가능한 분야이기도 하다.
프로야구 사례는 지역의 경제력, 교육·의료 인프라, 인구 규모 등이 반드시 시장성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기계적 균형에서 벗어나, 지역마다 대기업은 어느 정도 분포돼 있다. 과거의 명문 고등학교도 존치한다. 이들을 토대로 교류와 협력으로 전략적 접근을 한다면 새로운 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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