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칼럼: [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25〉디지털 금융시대, 과거로 회귀하는 금융감독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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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금융감독 체계를 둘러싼 조직개편안 후폭풍이 다시 불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사실 새롭지 않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30년 가까이 반복되어 온 문제다. 필자는 20여년 전 국회에서 이 논쟁을 접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논란을 짚어보고자 한다.
금융감독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1997년 외환위기의 배경에는 금융감독 체계의 허술함과 관치금융이 자리하고 있었다. 관치금융이란 공무원 중심의 감독 시스템을 말한다. 당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민간전문가 중심으로 9인의 금융감독위원회를 만들고, 은행·보험·증권으로 나뉘어 있던 감독 조직을 통합해 금융감독원을 출범시켰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감독의 실무를 담당하며 공무원 신분이 아닌 특수법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났다.
첫째, 금융감독위원회를 뒷받침하는 공무원 조직의 정체성 문제다. 초창기에는 기획재정부에서 8명의 공무원이 파견형식으로 9인 위원회(committee)의 회의 지원 정도만 담당했고 정부조직법에는 근거없이 독립된 부처처럼 기능하다가 점차 확대됐다.
둘째, 정책 이원화 문제다. 금융감독 정책은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정책 전반은 기획재정부가 담당하다 보니 충돌이 잦았다. 어떤 특정한 제도개선을 위해 금융감독원이 발의하고 위원회 논의를 거치더라도 금융법제는 기재부 소관이었다. 다시 기재부에서 법령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시간도 많이 소모되지만 의견차이나 이해도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많았다. 법령 해석만 차하더라도 의견차이가 발생하면 금융 현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를 신설, 기재부의 금융정책을 이관해 금융감독 기능과 통합했지만, 이번 정부 개편안은 이를 다시 예전 수준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셋째, 금융감독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겸직 문제다. 금융감독원의 원장이 금융위원장을 겸직하기를 희망했다. 금감위 공무원들이 금감원의 상급자 위치를 점하기 때문에 이길 수 없는 존재인 반면, 원장이 위원장을 겸직하면 위원회 공무원을 통제하는 과정이 쉬워지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겸직이 해제되면서 내부 역학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넷째,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의 분리 문제다. 현재는 금융감독과 소비자보호 업무를 순환 근무 체계여서, 소비자보다는 금융사 입장을 대변하기 쉬운 구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의견은 소비자 업무만 전담할 경우 금융사에 대한 권한이 약해져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모든 논의가 20년, 30년이 지나도록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교훈은, 인간이 여전히 그 교훈을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와 국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금융감독 체계에 진정한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시대는 ‘미장’이라 불리는 미국 증권시장을 안방에서 전화기 하나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외국 송금도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로 환전하는 것에서 벗어나 코인이나 다양한 송금을 하는 시대다. 은행과 보험, 증권 등의 장벽이 무너진지도 오래됐고, 디지털 금융을 넘어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시대를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 체계가 과거 회귀가 아닌 미래를 지향하기를 기대한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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