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억 서경대 혁신부총장 칼럼: 한국 대학의 미래에 관하여…
한국 대학의 국제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2024~2025년 기준, 서울대학교는 QS 세계대학평가에서 31위, THE 평가에서는 62위에 그쳤다. 고려대와 연세대도 비슷한 추세다. 100~300위권에서 정체 중이다. US뉴스 평가에서는 서울대 133위, 연세대 180위이다.
어찌 보면 지난 10년간 한국 상위권 대학의 국제 순위는 의미 있는 상승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 대학들은 2009년부터 등록금이 동결되고,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충원율마저 하락했다. 당연히 교육 역량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파격 지원은 거의 유일한 돌파구다. 우리 대학을 살릴 정부 지원의 원칙에 대해 생각해봤다.
첫째, 선택과 집중으로 대학재정을 지원하되, 세계 100대 대학 10개 만들기를 제안한다. 이는 단순히 재정 지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교수진의 국제화, 우수 논문 생산력, 영어 강의 비중, 국제학생 비율, 연구비 확보 등 정량적 성과지표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둘째, 기존 평가 중심을 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학’ 20개 정도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들 대학은 산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현장 기반 실무교육을 중심에 두거나, 인공지능(AI)과 ESG 등 미래 핵심주제 특화모델에 주력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지역사회 연계형 사회실천캠퍼스 등 다양한 형태도 가능하다.
셋째, 이와 별도로 지방대학 등에 보편적 기본 지원을 유지하되, 각 대학의 전략 목표와 자율 혁신계획에 따른 차등 지원 방식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 대학은 생존의 문제를 넘어 지역소멸 대응, 평생학습 허브, 외국인 유학생 유치 거점 등 역할 기반 기능 대학으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그에 맞는 지원 체계와 성과 기준은 필수다. 넷째, 학사 관리와 학위 질 관리도 대학의 핵심 책무로 다시 정립돼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은 120학점 기준으로 졸업이 가능하지만, 이는 글로벌 기준과 비교해 과도하게 낮은 수준이다. 예컨대 인천 송도에 있는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는 240학점(4년 기준)을 요구한다. 미국의 대학들은 대부분 1학점이 주당 약 3시간 학습 부담, 한 학기는 약 15주로 계산되어 1학점당 45시간 노력이 요구된다.
물론 파격적 재정 지원은 대학 혁신의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의 생존과 경쟁력은 정부의 지원과 함께 대학 스스로의 혁신 의지, 구조 개혁, 미래 설계, 그리고 책임 있는 질 관리 시스템을 통해 확보된다는 점이다. 지금이야말로 대학과 정부가 ‘과감한 선택과 집중’ ‘새로운 대학 모델 창출’ ‘학문과 교육의 질 회복’을 통해 한국 고등교육의 미래를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구자억 서경대학교 혁신부총장
<원문출처>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814350003250?di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