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 [기고] 군 간부 이탈 막을 처우 개선책 시급하다
군의 초급·중견 간부들은 병사들의 훈련과 일상생활을 관리하고 전투 상황에서 즉각적인 명령 전달과 실행을 책임지는 군의 허리와 같다. 이들은 병사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며,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등 병사들의 심리적 안정과 사기 진작에 기여한다. 특히 부사관들은 오랜 근무 경험과 전문 기술을 바탕으로 병사들에게 구체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함으로써 군의 전반적인 전투력을 높인다.
2025년 상반기 육·해·공·해병대에서 정년 전 전역을 희망한 간부는 총 2869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불과 4년 전보다 2.1배나 증가한 수치로, 이 가운데 86%가 위관장교와 부사관이라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배가된다. 간부 휴직자 수도 3800명을 넘어섰으며, 이로 인해 남은 간부들에게 업무 과부하가 전가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기고] 군 간부 이탈 막을 처우 개선책 시급하다.jpg](/wp-content/uploads/2025/10/334e7aebc6c12bc3fdf18fe19b95f270.jpg)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병사 봉급은 최근 몇 년간 획기적으로 인상된 반면 간부 처우는 상대적으로 정체되어 있다. 학군·학사사관 후보생 등 장교 지원율이 급감하고 있으며 부사관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군 간부 충원이 난항을 겪으면서 전반적인 질적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되며, 지휘체계 전반의 불안정과 작전 수행 능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정치적 요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청문회와 수사가 이어지고 ‘내란 및 채상병 특검’ 등에 군 고위 인사들이 소환되면서 조직 전반이 국민 신뢰를 잃고 있다. 이는 간부들의 자긍심을 갉아먹고 직업적 보람이 흔들리는 계기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과중한 업무, 낮은 처우, 무너진 명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더없이 위중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러시아 파병에 따른 군사 외교 확대 속에 북·러 간 밀착이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주한미군의 지위 변화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한국의 자주적 방위 역량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모든 전략과 무기체계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군 초급·중견 간부는 단순한 인력이 아니라 전투력의 중추이자 지휘의 최전선이다. 이들이 흔들리면 조직 기반이 무너진다. 인구절벽으로 인한 심각한 병력 감소에 직면한 상황에서 간부 이탈 흐름마저 막지 못한다면,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국방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 우려된다.
그나마 문민 국방부 장관의 취임은 군 안팎에 새로운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군 출신이 아닌 인사가 조직을 이끈다는 부담이 있지만 오히려 객관적이고 혁신적인 개혁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크다. 군 인력 구조와 복무 현실을 냉철히 진단하고,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를 과감히 바로잡아야 한다.
군 간부 복무 여건 개선, 정예 간부 유인을 위한 인센티브 확대, 그리고 조직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한 종합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장기복무 간부를 위한 체계적 경력 관리, 명확한 승진 체계, 합리적 보상 시스템 구축을 통해 전문성과 사기를 동시에 높이는 방안이 요구된다.
국가 안보는 총성이 울리는 전쟁터에서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평시의 무관심과 구조적 붕괴가 진짜 위기를 초래한다. 군 간부 엑소더스는 단순한 내부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안보 리스크임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임시방편적인 대응을 넘어 근본적 해결을 찾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원문출처>
세계일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813515415?OutUrl=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