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억 서경대 혁신부총장 칼럼: 지방대, '국제화'해야 살아남는다 [지금, 대학을 묻다]
편집자주 '벚꽃 피는 시기로 망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한국의 대학은 위기다. 상아탑의 권위를 지키면서도 변화한 사회에 맞는 인재 배출에도 충실한 새로운 대학의 좌표를 전문가 칼럼 형식으로 제시한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산업과 노동, 교육의 구조 자체를 다시 쓰고 있다. 생성형 AI는 더 이상 선형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수개월 단위의 성능 도약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학습 연산 규모 역시 지난 10여 년간 약 1억 배 이상 확대되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과거 대학이 지식을 전달하고 학위를 부여하는 기관이었다면, 이제 대학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 앞에서 가장 먼저 생존의 위기를 체감하는 곳은 지방대학이다. 지방대학의 위기를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로 설명해선 안 된다. 문제의 본질은 대학의 존재 이유와 경쟁력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데 있다. 한국의 연간 출생아 수는 1970년 100만 명을 상회하였으나 2025년에는 25만 명 수준까지 감소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대학 정원보다 입학 가능 인원이 적은 구조적 미충원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대학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필자는 답을 두 가지로 제안하고 싶다. 하나는 국제랭킹을 끌어올려 세계시장에서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 대학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어느 하나도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생존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미국S&P500이나 나스닥100에 주목할까. 미국 기업이라서가 아니다. 이 지수들은 지속적 경쟁을 통해 우수 기업을 선별하고, 그 결과 높은 신뢰와 브랜드 가치를 확보해 왔다. 경쟁력이 낮은 기업은 제외되고 새로운 혁신기업이 편입되면서 지수 자체가 하나의 미래가치가 된다. 대학도 다르지 않다. 학생과 학부모, 연구자와 기업은 대학의 이름보다 대학이 가진 경쟁력과 미래 가능성을 보고 선택한다. 오늘날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국제대학평가다. 2026년 QS세계대학평가에서 세계 100위권에 진입한 한국 대학은 서울대 등 4개 대학이다. THE 평가에서도 4개 대학이 올라있다. 대부분 서울에 있다. 지방으로 가면 국제평가수준은 떨어진다. 일반 지방대학 가운데 세계500위권 안에 안정적으로 위치한 대학은 일부 과학기술대학 외에는 부산대, 경북대 등 소수 거점대학 정도다. 국제랭킹만 높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수도권 추격이 아니라 독보적 대학모델 구축과 국제적 가시성 제고로 전환되어야 한다. 한 대학이 생존하려면 타 대학이 갖지 않은 독보적인 가치를 지녀야 한다. 세계에는 독보적 모델로 살아남은 대학들이 있다. 미국의 올린공대는 학생 수가 400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전통적 공학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프로젝트 기반 교육모델을 구축하였다. 규모가 아니라 교육혁신 자체를 경쟁력으로 만든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핀란드의 알토대학은 창업으로 독보적 대학모델을 구축하였다. 이 대학의 학생 주도 스타트업 행사인 슬러시(Slush)는 매년 1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세계적 창업 플랫폼이 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트벤테대학은 기업가형 대학모델을 구축하여 지역 산업과 창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하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남을 따라가지 않았다. 자기만의 모델을 만들고, 그것을 국제사회가 인정하도록 설계했다. 한국 지방대학도 이제 선택해야 한다. 정부 사업에 맞춰 이름만 바꾸는 특성화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신만의 독보적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국제화, 연구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국제적 가시성을 높여야 한다. 평범하게 쇠퇴할 것인가, 독보적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지방대학은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원문출처>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52710590001491?did=NA
김광석 서경대 물류유통학과 교수 칼럼: [항동에서] 인천항 경쟁력 위한 '사이다 행정' 필요한 이유
항만법 제2조(정의)는 '항만배후단지'란 항만구역 또는 항만시설 설치 예정지역에 지원시설 및 항만친수시설을 집단으로 설치하고 일반업무시설·판매시설·주거시설 등을 설치함으로써 항만의 부가가치와 항만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며, 항만을 이용하는 사람의 편익을 꾀하기 위하여 지정한 구역으로 정의한다. 동법 시행령 제70조(입주자격)에는 복합물류관련 사업, 국제물류관련 사업, 선박용품의 공급업, 물류시설 관련 개발업 및 임대업 등의 사업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항만배후단지는 법의 취지를 살려 개발한다면 다양한 업체들을 유치하여 연계성을 갖고 국내외 기업들과 제조 및 물류 활동을 통해 항만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지역이다. 인천항 항만 배후단지는 북항과 남항, 신항1-1단지 등에 493.1만㎡가 이미 조성 운영되고 있으며 향후 신항 1-1단계 3구역 54만㎡, 1-2단계 41만㎡, 아암2단지 2단계 94만㎡등 총189만㎡가 공급될 예정이다. 인천항 관련 기업과 시민은 항만배후단지가 공공개발을 통해 인천의 많은 기업에 저렴하게 제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항만배후단지는 민자로 개발되고 있는 데다가 인천항은 1종항만으로 항만공사가 배후단지를 개발 및 관리하고 있어 타 항만에 비해 임대료가 매우 높다. 2026년 기준 기본임대료는 ㎡당 인천항 1945원, 부산항 482원, 광양항177~258원으로 인천항이 4~11배 높다. 그 이유는 부산항과 광양항은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되어있고 인천은 수도권으로 공시지가가 높기 때문이다. 인천항과 가까운 평택항도 자유무역지역으로 ㎡당 700원이다. 그러면 인천항 배후단지 입주기업들은 이렇게 어려운 경영환경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업계는 최근 세계 경제의 영향으로 화물은 줄은 데다가 전국 최고 임대료와 인건비, 전기료, 장비 유지비, 금융비용, 각종 세금 등 고정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50여 개 대형 물류, 가공기업들이 입주하여 있으나 대부분의 물류기업은 제3자물류로 이들은 화주로부터 로지스틱스의 전체 또는 일부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업이다. 3자물류는 자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단기보다는 화주와 장기계약을 통해 상호 윈윈한다. 또한 어려울 때는 물류센터를 전문기업에 아웃소싱 한다. 제3자물류기업들은 자사 물건만 처리하는 구조가 아니며 계약으로 많은 기업과 연계되어있다. 따라서 항만공사는 최근의 기업들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 현상에 고임금과 인력난까지 겹치고 있는 환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임대료 감면 등 지원을 늘려야 한다. 기업이 보다 다양한 화물을 집하하여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이 확보되도록 물류센터 운영방법도 기업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등 규제보다는 유연한 행정이 필요한 때다. 현재 인천항은 신항 배후단지도 자유무역지역 지정이 제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인천시민과 항만관련 업·단체들은 자유무역지역으로 확대 지정하기를 원하고 있다. 인천은 수도권배후시장과 공항이 있어 K-푸드, K-뷰티, 전자상거래, 냉동냉장 물류, 인근 산단과 연계한 반조립, 라벨링, 재포장 등 부가가치 물류를 창출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하다. 인천항의 장점과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활용하고 수도권 2600만명의 배후시장을 배경으로 많은 기업을 유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인천에 가면 기업들의 입장을 고려한 현실에 맞는 제도와 유연한 항만행정 그리고 지원이 있을 때 일자리도 생기고 세수도 확충하는 등 두 마리 토끼도 잡을 수 있다. 항만공사의 시원한 '사이다 행정'을 기대한다. /김광석 서경대학교 물류유통학과 특임교수 <원문출처> 인천일보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323876
서경대학교 이정규 인성교양대학 교수 칼럼: 성공하고 싶다면 단단한 체력!
“오늘도 고된 훈련과 일과를 마친 장병 여러분, 어떻게 하루를 보냈나요? 혹시 최근 들어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 나거나 일과 후 피곤함이 밀려와 스마트폰만 뒤적거리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오래전 인기 있었던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에게 던지는 뼈아픈 충고에서 피곤함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네가 후반에 종종 무너지는 이유, 손상을 입은 뒤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귀가 느린 이유 모두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피로감을 견디지 못해 승부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고민을 버텨 줄 몸을 먼저 만들어.” 체력은 성공을 위한 강력한 생존 무기다. 사회라는 정글로 나가기 전 군 생활은 여러분의 인생에서 강력한 성공자산인 ‘체력’을 공짜로 단련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사회에서 굳이 비싼 돈과 일부러 많은 시간을 내 헬스장에서 PT를 받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군은 단단한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된다. 세계적인 슈퍼리치들의 젊은 날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거머쥔 막대한 부와 비즈니스 성공의 이면에는 이를 뒷받침한 강력한 체력이 있었다. 지금도 주당 100시간 이상(우리나라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을 일하는 워커홀릭으로 소문난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를 포함해 94세임에도 매일 5시간 이상 독서하는 워런 버핏의 에너지는 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특히 전기자동차 테슬라, 우주항공 스페이스X,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인공지능 xAI에 이르기까지 혁신의 아이콘 머스크의 젊은 날은 무일푼에 몸으로 때우는 고난의 길이었다. 17세에 학교폭력을 당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혼자 캐나다로 넘어와 아는 사람도, 돈도 없는 상황에서 정글에서 장작 패기 등으로 돈을 벌었다. 미국 대학에 편입해 졸업할 때까지 혼자 돈을 벌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해야 했고, 한 달간 하루 1달러로 살아 보기 프로젝트를 하면서 창업의 꿈을 키웠다. 그런 그가 세상에 지금까지 없었던 혁신을 이루고 슈퍼리치가 됐다.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을 분석한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초일류는 매일 아침 가벼운 동작으로 몸을 깨우며 신체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한다고 했다. 여러분이 매일 아침 하는 아침점호와 체조, 연병장 뜀걸음은 사실 세계적인 리더들이 실천하는 루틴을 자의든, 타의든 따라 하는 셈이다. 이는 여러분의 ‘신체근육’뿐 아니라 고난을 이겨 내는 ‘마음근육’을 키우는 중요한 젊은 날의 과정이다. 매일 1%의 노력을 더한 1.01을 365번 곱하면 1년 뒤 37.8배로 성장하지만, 조금 소홀히 한 0.99를 365번 곱하면 0.026이라는 초라한 숫자로 남는다. 군에서 체력단련도 마찬가지다. 피곤함을 핑계로 누워 있기보다 박차고 나가 뜀걸음 한 번 더하고, 팔굽혀펴기 한 개를 더해 보자. 규칙적인 운동과 체력 관리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스트레스 관리 능력을 높여 전역 후 마주할 사회생활의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불안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강철 멘털’의 뿌리가 될 것이다. <원문출처> 국방일보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60528/1/ATCE_CTGR_0050020000/view.do
박원주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 칼럼: [나이킥] 돈 얘기, 왜 가족끼리 제일 어려울까?
평소 우리는 가족과 많은 것을 함께 의논한다. 오늘 저녁 메뉴, 주말 나들이 장소, 다음 휴가 계획 등.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더 중요한 문제 앞에서는 말없이 침묵한다. 은퇴 후 어디서 살 것인지, 노후 생활비는 얼마나 필요한지, 자녀 지원은 어디까지 할 것인지와 같은 이야기들이다. 단지 미래의 일이라서가 아니다. 돈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서로의 생각 차이, 부담감, 서운함이 함께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이야기일수록 자꾸 뒤로 밀린다. 이것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내린 심리적 기제 때문이다. 미래의 큰 이익보다 지금 당장의 편안함을 더 크게 느끼고(현재중시편향, Present Bias), 불편한 현실은 외면하려 하며(타조효과, Ostrich Effect), 이익보다 손실에서 더 큰 고통을 느낀다(손실회피편향, Loss Aversion). 그러나 "원래 인간이 그런 걸”이라고 체념하기엔 외면의 대가가 너무 크다. 말하지 않은 배려가 오해로 쌓이는 이유 말하지 않으면 서로 각자의 방식대로 미래를 그리고, 그 그림은 대개 서로 다르다. 남편은 은퇴 후 고향 근처 작은 집을 꿈꾸지만, 아내는 병원과 문화시설이 가까운 도시를 떠날 수 없다고 여긴다. 자녀 지원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은 결혼자금 지원을 당연하게 여기고, 다른 한 사람은 공부시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자녀는 부모가 어느 정도 도와줄 것을 기대한다. 모두 동상이몽이다. 말을 아꼈던 것은 당시의 평화를 지키려는 배려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말하지 않은 배려는 시간이 지나며 오해와 기대의 간극으로 자라난다. 가족 간 지혜로운 재무 대화가 필요하다. 우선 돈 이야기를 거창하고 무거운 주제로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숫자부터 따지기보다, 함께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노후 그림이 다른 부부, 먼저 꺼내야 할 재무 대화 자녀 문제보다 먼저 대화해야 할 것은 부부가 함께 그려보는 노후의 모습이다. 어디에서 살 것인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지, 어느 정도의 생활비면 만족스러울지. 막연한 은퇴가 아니라, 서로가 바라는 노후의 일상을 생생하게 공유하는 과정이 먼저다. 노후 자금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도 필요하다. 월 생활비는 얼마나 필요할지, 연금 자산은 충분한지, 치료비나 간병비를 감당할 여력은 있는지 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남은 경제 활동기간 동안 추가 저축·투자, 지출 구조 조정, 은퇴 시점 조율 등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 막막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재무 진단과 종합적인 은퇴 설계를 통해 막연한 불안을 구체적인 계획으로 바꿀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준비해 나가는 일이다. Tip 부부 재무 대화, 이렇게 시작해 보세요! '부부 재무 대화의 날'을 정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매달 혹은 분기에 한 번, 시간을 따로 정해 가계 재무 상황과 노후 준비 현황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다. 차 한잔을 앞에 두고 편안하게 시작하면 된다. 몇 가지 원칙을 미리 정해두면 대화가 한결 수월해진다. ● 서로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얼굴 붉히지 않기 ●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기 ●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해결책을 함께 찾기 ● 한 번의 대화로 모든 결론을 내리려 하지 않기 재무 대화의 목적은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팀으로서 방향을 맞추는 데 있다. 자녀와 재무 이야기를 나눌수록 생기는 것들 많은 가정에서 부모는 자녀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너희들은 공부만 하면 돼.”좋은 의도지만, 그 결과가 항상 바람직하지는 않다. 우리 집 재무 상황을 알지 못하는 자녀는 필요와 욕구를 구분하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부모는 부담을 느끼면서도 그 기대를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이 과정에서 ‘기대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녀는 자신이 누리는 것이 무엇을 희생한 대가인지 알지 못하고, 원하는 것이라면 다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자녀와 정기적인 재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우리 집의 소득 수준, 지출 구조, 자산 상황, 그리고 부모의 노후 준비 고민까지 자녀와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부담을 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기준을 함께 만드는 과정이다. 자녀 역시 주어진 자원의 범위를 이해하게 되면, 무엇이 꼭 필요한지, 어디까지가 가능한 선택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자녀에게 중요한 금융 교육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돈을 아끼는 문제가 아니라,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사고를 길러주는 과정이다. Tip 자녀 나이에 맞게 재무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자녀와의 재무 대화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돈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면 된다. ● 초등학생 — 원하는 물건이 생겼을 때 “이게 지금 꼭 필요할까?”, “없어도 괜찮은 건 아닐까?”를 함께 이야기하며 필요한 것(needs)과 원하는 것(wants)을 구분해 본다. ● 중·고등학생 — “우리 집은 한 달에 어디에 돈을 가장 많이 쓰지?”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며 돈의 흐름을 함께 이해해 간다. ● 성인 자녀 — 부모의 노후 준비와 자녀 지원의 한계를 솔직하게 공유하며 서로의 기대를 조율한다. 재무 대화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나누는 경험이다. 그 속에서 자녀는 삶과 돈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힘을 갖게 된다. "돈 이야기가 자연스러운 가족"이 함께 더 멀리 간다 실천 방법은 어렵지 않다. 거창하게 날짜를 정해 가족 회의를 여는 것보다, 평소 돈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는 문화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 우리 가족의 한정된 자원을 모두가 함께 이해하고, 더 지혜롭게 나누어 쓰는 감각을 키워가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는 것, 그것이 재무 대화의 진짜 출발점이다. 가족의 재무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대화의 문제다. 오늘의 작은 대화가 내일의 큰 갈등을 막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가족을 만든다. <원문출처> 서울시 50플러스포털 https://www.50plus.or.kr/life/detail.do?id=72977475
서경대학교 산학협력단, ENVEX 2026서 실내 생물학적 위해요인 통합 관리 플랫폼 선보여
서경대학교 산학협력단이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47회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 2026)에 참가해 실내 공기 질 개선과 환경성 질환 예방을 위한 혁신적인 환경보건 관리 플랫폼 기술을 선보였다. 지난 2004년 8월 발족한 서경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연구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다양한 국책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인류 공영의 이상사회 구현에 기여하는 대학의 건학이념을 실천해 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산학협력단 산하 THE환경보건안전연구소가 주도하는 환경유해인자 통합 관리 체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소장인 서성철 교수가 이끄는 이 연구소는 환경유해인자 노출에 따른 건강 영향을 평가하고,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연구소가 이번 전시에서 소개한 핵심 성과는 환경유해인자와 건강 영향 간의 연계를 기반으로 다양한 환경 요인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고안된 플랫폼 연구다. 특히 실내외 공기 중에 존재하는 세균 및 곰팡이 등 생물학적 유해인자를 주요 대상으로 삼아 관련 데이터를 정밀하게 축적한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내외 공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위해요인들을 통합적으로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완성했다. 이 플랫폼은 기술의 현장 적용성과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 생활 공간에서 검증을 거치는 리빙랩 방식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연구실 내에서의 이론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실효성을 다각도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서경대학교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인류 공영의 이상사회 구현이라는 건학이념 아래 실내 공기 중 생물학적 위해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플랫폼 연구에 매진해 왔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환경 요인을 통합 관리하는 기술을 고도화하여 국민이 안심하고 호흡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ENVEX 2026(제47회 국제환경산업기술 & 그린에너지전)은 1979년 국내 최초로 개최된 환경산업·탄소중립 기술 전문 전시회로, UFI(국제전시협회) 및 산업통상자원부 국제전시회 인증을 획득한 글로벌 전시다. 재참가 기업 비율 75%, 4회 이상 참가 기업 비율 45%에 달하는 등 참가기업이 인정한 신뢰도 높은 전시회로, 환경정책·탄소중립 세미나 등 부대행사와 함께 매년 4만여 명이 방문하는 국내 최대 환경산업 전시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문출처> 에이빙뉴스 https://kr.aving.net/news/articleView.html?idxno=1811229
서경대, 경험·경력을 브랜드 자산으로 만드는 ‘AI 커리어 브랜딩 스튜디오’ 개설
서경대학교가 비학위 교육과정 ‘AI 커리어 브랜딩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개인의 경험과 경력, 지식과 인맥 등 전문성을 브랜드 자산으로 만들어 삶의 2막을 알차게 준비하도록 돕는 실전형 비학위 교육과정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언제든지 삶의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100세 시대인 오늘날에는 60세에 은퇴하더라도 수십 년을 더 살아야 한다. 출산이나 육아로 경력이 끊긴 사람, 직장 폐업과 같은 이유로 경력을 바꿔야 하는 사람도 그렇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직업 구조가 아주 빠르게 재편되는 오늘날에는 더욱 그렇다. 이때 바람직한 것은 경험과 경력, 지식과 인맥 등 지금까지 쌓은 전문성을 활용해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 경험과 경력을 그저 묻어두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전문성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명료하게 정리하고 경쟁력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전문성을 경쟁력으로 만들었다 해도 이를 시장에 알리고 효용을 발휘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것을 잘 하지 못해 시장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전문가도 있다. 서경대학교 AI 커리어 브랜딩 스튜디오는 사람의 경험과 경력, 지식과 인맥을 경쟁력으로 만들도록 돕는 교육과정이다. 나아가 경쟁력을 잘 알릴 콘텐츠 구성 전략, 시장에서 주목 받는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 방안, 실제 활동 시 필요한 각종 자료의 제작 기법도 함께 전달한다. 이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구은화 서경대학교 주임교수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교육, 정치인·기업인·전문가의 커리어 브랜딩 코칭을 했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것이다’라는 주제 아래 개인·조직의 소통 기술 향상을 돕는 기업 올댓커뮤니케이션의 대표도 겸임 중이다. 이전에도 커리어 브랜딩 교육은 있었지만, 내용이 대부분 SNS 마케팅이나 이미지 메이킹 위주여서 실전에 대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구은화 주임교수는 해법이자 이번 교육과정의 핵심으로 ‘PBS(Personal Branding System)’를 제안한다. 개인의 경험과 경력을 분석(경험 자산화)해서 핵심 전문성을 정리(커리어 브랜드화)하고, 이를 콘텐츠·강의·제안서·비즈니스 모델로 연결(수익모델화)하는 커리어 브랜딩 구조화 모델이 바로 PBS다. 오늘날 시장은 검색과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전문가를 발견한다. 구은화 주임교수는 자신의 전문성을 명확한 키워드와 콘텐츠로 구조화하는 능력을 가져야 전문가로 활동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시장에 걸맞는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이번 교육과정을 구성했다며 ▲조직에서 쌓은 경력과 전문성을 온전히 개인의 브랜드로 만들려는 사람 ▲직무 경험을 정리하고 자산으로 만들려는 사람 ▲이를 토대로 강의나 자문 등 시장의 수요를 해결하는 전문가로 활동하려는 사람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오랜 기간 현장에서 활약한 은퇴자, 능력을 갖췄음에도 타의에 의해 오래 쉰 경력 단절 여성, 경력을 토대로 제 2의 삶을 구상하는 실무자, 다방면의 능력과 경험을 토대로 도약을 꿈꾸는 프리랜서에게도 알맞은 교육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서경대학교 AI 커리어 브랜딩 스튜디오는 6월 3일(수)부터 7월 25일(토)까지 9주간 열린다. 수업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서울 종로구 서경스퀘어 5층에서의 오프라인 강의, 온라인 학습과 1:1 코칭을 결합한 실전형 과정으로 이뤄진다. 수강생들은 우선 경력과 경험 자산을 목록으로 만들고 핵심 전문성을 결정한다. 핵심 전문성을 알릴 목표 소비자와 활동 시장을 분석하고, 여기에 알맞은 약력과 활동명을 만든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전문가 프로필과 명함 ▲자신을 소개하는 핵심 키워드와 활동 방향 ▲기관이나 기업 제안용 소개문 ▲전문성을 발휘할 대표 콘텐츠 주제 ▲60분 분량의 특강 강의안 ▲특강 강의안을 영상이나 글로 변환하는 콘텐츠 확장 구조도 ▲개인 맞춤형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등 산출물을 만들면 수료한다. 서경대학교 총장 명의 수료증도 받는다. 구은화 주임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개인의 경력과 전문성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시장과 연결하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이번 교육과정은 단순한 지식 전달 교육이 아니라, 수강생이 자신의 경험을 실제 활동 가능한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하도록 돕는 실전형 교육과정이다. 서경대학교는 앞으로도 성인 학습자와 전문가들이 새로운 커리어 기회를 설계하도록 실용적이고 확장성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원문출처> IT동아 https://it.donga.com/108929/
박재항 서경대 광고홍보영상학과 교수 칼럼: [박재항의 소소한 통찰] 마케팅 실험으로 본 6·3지방선거
선택지 늘수록 관심 크지만 결정은 힘들어 후보 적으면 앞번호, 많으면 뒤가 유리할수도 박재항 서경대 광고홍보영상학과 교수 선거는 후보자들이 유권자라는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다. 보다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과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 많다. 소비심리학에선 선택지 숫자에 따라 달라지는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선거에도 통용이 되는지 가설들을 몇 개 세우고 추론해봤다. 첫번째는 ‘후보가 많으면 투표율이 올라간다’는 가설이다. 2000년 쉬나 아이옌가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와 마크 레퍼 스탠퍼드대 교수는 슈퍼마켓에서 6종과 24종 잼을 놓은 시식 및 판매 매대를 각각 다른 시간에 설치하고 쇼핑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실험을 했다. 쇼핑객의 60%가 24종의 잼이 있는 매대에, 나머지는 6종 매대에서 걸음을 멈추고 잼을 살펴봤다. 선택지가 많은 곳에 더 흥미를 보인 것이다. 구입에서는 정반대 양상을 나타냈다. 잼이 24종 있는 테이블 앞에 걸음을 멈춘 소비자 가운데 3%만 잼 한두 개를 구입했다. 반면 6종 잼이 있는 테이블에선 그 10배인 30%가 잼을 구입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결정을 내리기도 힘들고, 이후 만족도도 떨어진다는 이른바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이라고 이름 붙여진 실험이다. 결국 선거에서도 후보자가 많으면 당장 유권자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끌 수 있지만,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어 실제 투표율은 내려갈 수도 있다. 두 번째는 ‘경쟁률이 높을수록, 최종 선택을 받은 후보자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는 가설이다. ‘온라인 데이팅의 선택 과부하가 만드는 거절 심리’라는 논문을 쓴 네덜란드 심리학자 틸라 프롱크와 야프 데니선은 온라인으로 제시된 프로필을 가지고 데이트 상대를 뽑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 참가한 독신남녀에게 온라인으로 4명 혹은 20명의 프로필을 선택하도록 했다. 다수의 사람은 20명의 프로필을 받고, 그중에서 데이트 후보자를 고르겠다고 했다. 원하는 데이트 상대를 고른 뒤, 선택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다. 선택의 폭이 넓은 20명의 프로필 중 데이트 상대를 고른 사람의 만족도가 4명의 프로필 중에서 선택한 사람보다 낮게 나왔다. 자신들이 고르지 않은 19명의 후보들 속에 더 좋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후보자가 많을수록 미련을 둘 만한 이들도 많아진다. 세번째는 ‘앞 번호가 유리하다’는 가설이다. 선택행동 연구로 유명한 캐나다의 소비자심리학자인 안토니아 만토나키스 브록대 교수는 와인을 가지고 실험을 했다. 두 가지를 내놓고 하나를 고르는 양자택일의 경우 첫 번째 와인을 선택하는 사례가 70% 이상이었다. 세 가지 와인의 경우도 첫 번째를 가장 많이 골랐다. 와인을 2~3개 제시하면 첫 번째 와인을 더 많이 선택하는 초두 효과(primacy effect)가 강했다. 하지만 선택지를 늘릴수록 선택하는 비율, 곧 득표율은 낮아졌다. 와인이 네 종류를 넘어가자 반대로 마지막 와인이 가장 높은 비율로 선택됐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마지막 와인을 선호하는 최신 효과(recency effect)가 나타났다. 물론 선거는 유권자의 지식과 성향에 기초한 기준이 있어 와인과 동일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렇지만 후보자들 간에 차이가 없다고 하는 이들의 경우에 앞 번호가 무작정 유리한 건 아니다. 세 가지 소비 심리 실험 결과가 선거에선 어떻게 나타날까? 이번 지방선거의 출마자 평균 경쟁률은 1.8 대 1로 역대 지방선거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지만, 서울에선 시장 후보로 6명, 교육감 후보로 8명이 나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남은 기간 경쟁률에 따른 선거 양상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선거가 훨씬 흥미진진해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기가 생길지도 모른다. <원문출처> 한국경제신문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52462991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 [채성준 칼럼] 호르무즈의 불길, 전략적 모호성의 대가
이란 전쟁은 더 이상 먼 중동의 분쟁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 ‘나무호’가 공격받은 순간, 전쟁은 곧바로 한국 외교와 안보의 현실이 됐다. 정부는 공격 주체가 최종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외교가에서는 사실상 이란 또는 이란 연계 세력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만약 공격 주체가 공식적으로 이란으로 확인된다면, 한국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현재 한국 정부의 대응은 전형적인 ‘전략적 모호성’에 가깝다. 미국과의 관계는 의식하되 중동 정세에 깊숙이 휘말리는 것은 피하려는 접근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이해할 만하다. 중동은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직결돼 있고, 섣부른 군사 개입이나 강경 대응은 분명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중요한 것이 원칙의 명확성이다. 안보 환경이 복잡할수록 국가의 전략 방향과 억제 의지는 더욱더 분명히 해야 한다. 전략적 유연성과 전략적 모호성은 같은 말이 아니다. 이를 증명하는 역사적 교훈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1950년의 ‘애치슨 라인’이다. 당시 미국의 딘 애치슨 국무장관은 극동 방위선을 설명하면서 한국과 대만을 명확히 포함하지 않았다. 물론 그것만으로 6·25전쟁의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일성과 스탈린이 그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였느냐다. 그들은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고, 그 오판은 결국 남침이라는 치명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억제력은 단순히 무기의 숫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선을 넘으면 반드시 대응한다”는 의지가 분명할 때 유지된다. 반대로 신호가 흐려지는 순간, 상대는 침묵을 신중함이 아니라 망설임으로 해석하기 시작한다. 지금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국제질서의 냉혹한 현실을 다시 보여줬다. 겉으론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양국 모두 상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구조가 선명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미국은 동맹국들의 태도를 더욱 민감하게 본다. 누가 미국과 함께 위험을 분담하려 하는가, 누가 안보 질서의 혜택만 누리려 하는가를 냉정하게 계산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단순한 ‘미치광이(mad man) 전략’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의도적으로 불확실성을 키우지만, 그 목적 자체는 비교적 분명하다. 동맹국의 충성도와 기여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거칠고 즉흥적으로 보이는 외교 방식 역시 결국 “누가 미국 편에 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확인하려는 과정에 가깝다. 일본은 이 흐름을 비교적 빠르게 읽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트럼프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미·일 동맹의 결속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호르무즈 문제와 인도·태평양 전략, 공급망 문제까지 하나의 안보 패키지로 묶어 접근하는 모습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수준의 메시지에 머물러 있다. 물론 외교에는 신중함이 필요하지만, 신중함과 모호함은 다르다. 자국 선박이 공격받고 국제 해상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입장을 흐리게 유지한다면, 미국뿐 아니라 주변국과 중동 국가들까지 한국을 ‘결정하지 못하는 국가’로 보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런 인식이 결국 한국의 억제력과 외교적 신뢰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정치에서 억제의 핵심은 상대가 “유사시 저 나라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확신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조야의 시선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한국의 외교·안보 결정 하나하나까지도 ‘전략적 신호’로 읽으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건 무모한 참전론도, 무기력한 관망론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원칙의 명확성이다. 자국 선박 공격과 국제 항행 질서 훼손은 용납할 수 없으며, 동맹에 기반한 미국과 공조는 여전히 한국 외교의 핵심 축이라는 점 정도는 분명히 해야 한다. 전략적 모호성이 길어지게 되면 이는 신중함이 아니라 결국 ‘의지 없음’으로 해석될 수 있다. <원문출처> 경상매일신문 https://www.ksmnews.co.kr/news/view.php?idx=606154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2026 통합형 공연예술 창의융합 인재양성 프로그램 워크숍 공연 성료···연출 서선우 학우 인터뷰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모델연기전공은 2026년도 통합형 공연예술 창의융합 인재양성 프로그램 워크숍 공연으로 연극 <메두사의 뗏목>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서경대학교 북악관 8층 스튜디오 810에서 진행됐다. 연극 <메두사의 뗏목>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 작은 뗏목에 표류하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이들은 공포와 배고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텨 나가고, 우연히 발견한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새끼 여우’라는 이름을 붙이며 잠시 순수함과 연민을 되찾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본능과 욕망은 점점 커지고, 아이들은 극한의 선택 앞에 놓이게 된다. 작품은 생존과 윤리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본성을 긴장감 있게 담아냈다. 이번 공연은 서선우 학우가 연출을 맡았으며, 김범식, 김하늘, 이재은, 지우석, 최준기, 문일송, 성민설, 박은애, 최희주, 김성준, 김건우, 김라임, 이예림 학우가 배우로 참여했다. 배우들은 극한 상황 속에서 변화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예매는 공연 시작 전까지 네이버 예매를 통해 진행됐으며, 관객들은 심리테스트 플랫폼 ‘푸망’을 활용한 작품 연계 콘텐츠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작품 속 이스터에그를 담은 특별 신문이 티켓 부스를 통해 배포돼 관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이번 <메두사의 뗏목>은 단순한 생존극을 넘어 인간의 본성과 윤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어 작품을 연출한 서선우 학우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연 준비 과정과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인터뷰: 〈메두사의 뗏목〉 연출 서선우 학우 –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연출 전공 26기로 3학년에 재학 중인 서선우입니다! 2026년 모델연기전공 워크숍 공연 <메두사의 뗏목>의 연출을 맡았습니다. – <메두사의 뗏목>은 어떤 작품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연극 <메두사의 뗏목>은 어뢰의 폭격으로 바다 위에 표류하게 된 13명의 아이들이 7일 동안 겪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한가운데, 작은 뗏목 위의 아이들은 공포와 배고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텨 나갑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발견한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새끼 여우‘라는 이름을 붙이며 잠시 잊고 있던 연민과 순수함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려움과 생존에 대한 욕망은 점점 더 커지고, 이는 13이라는 숫자와 미신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집니다. 살기 위한 선택과 갈등 속에서 아이들의 감정은 점점 격렬하게 흔들리고, 작품은 생존과 인간성, 본능과 도덕이 충돌하는 극한의 순간들을 통해 인간 내면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우리는 흔히 혐오와 무관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상과 신념, 관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쉽게 배척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쌓인 상처와 감정은 결국 혐오와 핍박으로 이어지고,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순수함을 지켜야 할 아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메두사의 뗏목>이 혼란스럽고 부조리한 시대 속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른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다시 아이였던 시절을 떠올립니다. 관객분들께서도 자신의 소년기와,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세상이 과연 안녕한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또한 작품을 통해 우리 안에 자리한 협오의 감정을 발견하고 성찰할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그 반성이 사회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각박한 시대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까지 닫아버리지는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연출했습니다. – 공연을 준비하며 가장 중점적으로 신경 쓴 부분을 무엇인가요? 연습실에서 배우들에게 가장 자주 했던 말은 “잘했고, 잘 해왔고, 잘할 겁니다”였습니다. 모델연기전공 학생들과 함께하는 공연인 만큼 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들도 있었고, 저 역시 교내 정기 공연 연출은 처음이었기에 부담과 불안이 컸습니다. 하지만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오히려 배우들의 본능적인 호흡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배우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며 다양한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무대는 한눈에 보트라고 인식되지 않을 만큼 파편적인 형태로 디자인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가파른 경사를 활용해 배우들이 실제로 불편함을 느끼며 끊임없이 표류 상황을 상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음향은 관객들에게 익숙한 배경음악 대신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를 활용해 불안감과 불쾌함을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기존 SFX를 사용하는 대신 음향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한 사운드와 음악으로 장면의 분위기를 구축했습니다. 조명팀 역시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드라이 포그와 새로운 조명 활용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바다 위의 불안정한 공간감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영상 파트에서는 밤바다의 파도, 작품의 타이틀, 날짜 변화, 비행사의 대사 등을 영상으로 송출하며 극의 흐름을 강화했습니다. 조명과 영상이 충돌하지 않도록 두 팀이 여러 차례 시연을 거치며 최적의 방식을 찾아갔습니다. 또한 기획팀은 심리 테스트 콘텐츠 제작과 포스터, 캐스팅보드, 로비 구성 등 공연 전반의 운영을 맡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었습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음에도 끝까지 함께해준 모든 스태프와 디자이너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공연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첫 연출작이었던 만큼 불안함이 가장 컸습니다. 특히 13명의 배우가 퇴장 없이 무대를 이어가는 구조였기에 동선을 정리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했습니다. 전체적인 미장센과 흐름에 집중하다 보니 배우들의 세부적인 연기를 놓치는 순간들도 있었고, 이런 점들이 점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노력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배우들은 연습 시작 전부터 자발적으로 모여 대본을 분석하고 움직임을 고민했으며, 연습이 끝난 뒤에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했습니다. 스태프들 역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더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해주었습니다. 덕분에 부족했던 연출의 빈자리를 채워가며 공연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관객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모든 피드백이 감사했지만, 특히 한 관객분께서 “공연을 보며 굉장한 불쾌감을 느꼈다”고 말씀해주신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지도 교수님과 작품을 준비하며 “관객이 불쾌함을 견디지 못할 정도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공연 도중 극장을 나간 관객은 없었지만, 작품의 의도와 감정이 관객에게 분명히 전달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피드백으로 남았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연출 전공에 입학하기 전에는 연출가의 길에 대한 꿈과 확신이 많이 흐려진 상태였습니다. 공연 경험이 쌓일수록 현실의 벽 앞에서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제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어떤 연출가가 되고 싶은지를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소년 같은 열정과 시선을 잃지 않는 연출가가 되고 싶습니다. 오는 11월에는 <섭동>이라는 작품으로 다시 관객 여러분을 찾아뵐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그리고 따뜻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함께한 배우들과 스태프, 교수님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연출이었음에도 끝까지 함께해준 배우들과 최고의 스태프들 덕분에 <메두사의 뗏목>이라는 멋진 항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영환 지도 교수님께서는 입학 후 첫 작품부터 이번 연출작까지 늘 곁에서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쉬는 인물로 존재해주었고, 스태프들은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끝까지 힘써주었습니다. 덕분에 <메두사의 뗏목>은 제게 오래도록 잊지 못할 작품으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특히 SM팀과 연출부, 무대감독, 조감독, 조연출, 그리고 크루 여러분의 헌신 덕분에 안전하게 공연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항해를 함께할 수 있어 진심으로 영광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보내주신 응원과 편지를 아직 모두 읽지 못했을 만큼, 이 작품은 제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모두 정말 수고 많으셨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홍보실=최가은 학생기자>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칼럼:[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41〉응급실 뺑뺑이 해법:전문의 체계와 응급의료의 재설계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산부인과 진료 영역과 관련된 사건이라는 점만 다를 뿐, 발생 형태와 진행 과정, 그리고 이후의 해명까지 기존 사례들과 매우 닮아 있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응급실 대책을 여러 차례 내놓았으나, 반복되는 사고에도 구조적 문제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면 사실상 '정부 실패'로 진단하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행정과 정부의 존재이유중 핵심 가치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인 만큼, 세 가지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의료계와 정부는 의료소송 전반을 포괄적으로 다루었지만, 응급의료의 특수성을 반영한 접근은 부족했다. 응급의료법 제5조의2에는 이미 이른바 '선한 사마리아인법' 이라는 보호 장치가 존재한다. 선의의 응급의료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나 사상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책임을 감면하는 제도다. 문제는 그 범위가 '응급의료종사자'로 한정된다는 점이다. 응급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한 '배후 진료과' 의료진도 민·형사상 책임 부담에서 일정 부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최소한 책임 문제와 소송 부담 때문에 응급환자 진료를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상황은 줄여야 한다. 둘째, 전문의 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또는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전문의 및 세부전문의 구조, 특히 대학병원의 분담 체계는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다.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담당 전문의가 없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세부 전문의'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일반의가 피부미용 분야로 개원하거나 성형 시술까지 담당하는 현실과도 일부 모순된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원칙적으로 모든 진료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전문의 제도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 다른 분야 특히 세부 전문이 다르다는 이유로 응급 진료를 배제하거나 거부하기 위한 제도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응급의학과의 역할과 권한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응급의학과는 심폐소생술이나 초기 처치 중심으로 기능이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응급의학과가 병원 전체 배후 진료를 지원 내지 조정하는 역할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다룰 수 있는 진료 범위를 보다 확대하고, 일정 영역에서는 직접적인 판단과 처치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응급의료를 단순한 '환자 분류'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 치료의 출발점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원문출처> 전자신문 https://www.etnews.com/20260520000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