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경대학교

서경 TODAY

SKU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를 매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전규열 경영학부 교수:[전규열의 경제INSIGHT] 집중투표제의 득과 실... 기업 경영권 방어 '비상'

‘자산 2조 이상 기업 집중투표제 배제 금지’ 시행
기업사냥꾼, 영업비밀 유출 우려…해외는 자율화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장치 필요…IR강화 병행
viewer Image
2025년 8월 25일 2차 상법개정안 통과 국회 본회의 장면

지난 9월 10일,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정관을 통한 집중투표제 배제를 금지하는 개정 상법이 본격 시행됐다.

 

그간 국내 상장회사의 90% 이상이 정관에 배제 조항(옵트아웃)을 두는 방식으로 집중투표제를 막아왔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개정 상법의 시행은 주주총회와 이사회 구성의 기본 규칙을 바꾸는 거대한 변화다.

 

옵트아웃(Opt-out)은 당사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동참(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거부 요청을 한 경우에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집중투표제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중학교 학급에서 반장 3명을 한 번에 선출하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기존 투표 방식에서는 학생 1명이 후보당 1표씩만 행사할 수 있어, 세력이 큰 ‘다수파’ 학생들이 표를 나누어 주며 반장 3자리를 모두 독점하기 쉬웠다. 하지만 집중투표제는 다르다.

 

이사 3명을 뽑는 주주총회에서 주식 1주를 가진 주주에게 총 3표의 투표권을 부여하고, 이를 특정 후보 1명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만약 주식 10주를 가진 소액주주라면 총 30표를 한 후보에게 집중할 수 있어, 소수주주들이 힘을 모으면 대주주가 아니더라도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진출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이처럼 소수주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구조 덕분에, 소액주주와 주주 행동주의 진영은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을 극복할 필수 장치’라며 환영하고 있다.

 

△대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이사회를 독점하던 관행을 견제하고 △일반 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할 독립적인 이사를 선임하여 경영진을 수시로 감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이사회의 투명성이 높아지면 해외 우량 장기 투자자금이 유입되어 기업 가치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투기 세력 경영권 위협, 영업비밀 유출…해외, ‘강제’ 대신 ‘기업 자율’로 선회 

 

반면 경영진과 재계는 이번 조치를 두고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단기 시세차익만 노리는 해외 투기자본이나 행동주의 펀드가 이 제도를 악용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사들이 선임되면 이사회가 파벌 싸움터로 변해 신속한 경영 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회사의 핵심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크다는 점도 주요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미국, 일본, 영국 등 G7 주요국은 집중투표제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추세다.

 

일본의 경우 1950년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가 이사회 내 대립으로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고 외국 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970년대 상법 개정을 통해 이를 자율화했다.

 

미국 역시 과거 20개 이상의 주에서 제도를 강제했으나 기업 사냥꾼에 의한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대부분 자율 전환으로 방향을 돌렸다.

 

OECD 국가 중에서는 멕시코와 칠레 정도만 전면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조차 대주주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이나 적대적 M&A를 막는 포이즌필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장치 필요…주주 설득 노력도 강화해야 

 

이처럼 해외와 달리 방어 장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제도가 시행되다 보니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한 번의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이사 수가 많을수록 소액주주의 표 집중 효과가 커지기 때문에, 주요 기업들은 등기이사 총수를 줄이거나 이사 임기를 연도별로 분산시키는 ‘시차임기제’를 도입해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이사 수를 줄여 소수주주의 진입을 막는 기술적 방어에만 치중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회사의 사업 구조에 맞는 합리적인 이사회 구성 원칙을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평소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정례적인 소통(IR)을 강화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투명 경영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집중투표제 시대에 기업이 갖춰야 할 가장 강력한 방어책이 될 것이다.

<원문출처>

반론보도 https://www.banronbodo.com/news/articleView.html?idxno=33133(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