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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열 경영학부 교수:[전규열의 경제포커스] 편리해진 주총, 커지는 경영권 리스크 ···2027년 전자주총 시대의 과제

주총장에 가지 않아도 한 표 행사… 주주권은 넓어지지만 통신 장애·경영권 분쟁이라는 새 리스크도 커진다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주주 확인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누스]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주주 확인을 하고 있다.

매년 3월 말이면 직장인 주주 김 과장은 고민에 빠진다. 투자한 기업의 주주총회가 열리지만 평일 오전 지방 본사까지 찾아가기는 쉽지 않다. 주총이 며칠에 몰리는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에는 참석을 포기하고 두꺼운 유인물만 훑어보는 게 고작이다. “내 한 표가 무슨 영향이 있겠어.” 그렇게 외면받던 주주총회가 이제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온다.

 

내년 1월 1일부터 최근 사업연도 말 기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현장 총회와 온라인 접속을 병행하는 ‘현장병행형’ 전자주주총회를 의무적으로 열어야 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주총에 접속해 질의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주주에게는 편리함이지만 기업에는 새로운 시험대다.

 

주주권의 ‘빛’, 경영권의 새로운 변수

 

전자주총 도입의 핵심은 소액주주의 실질적인 참여 기회를 넓히는 데 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됐다. 감사위원 선임·해임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해 3%를 초과하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합산 3% 룰’이 적용된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집중투표제를 정관으로 배제하기 어려워졌고, 사외이사는 ‘독립이사’로 명칭이 바뀌면서 이사회 내 비율도 높아졌다.

 

전자주총은 이 같은 제도 변화에 온라인과 전자통신 기술을 더한다. 과거에는 주총장까지 가야 행사할 수 있었던 권리가 이제는 스마트폰 몇 번의 클릭으로 가능해진다.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의 참여 문턱은 낮아진다. 행동주의 펀드 등 외부 주주 역시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주총에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주주의 참여가 쉬워진다는 것은 기업의 방어도 어려워진다는 뜻일 수 있다.

 

통신 장애 한 번이 주총을 흔들 수도

 

전자주총의 가장 큰 복병은 시스템이다. 입법 과정에서 논의됐던 ‘통신 장애가 발생해도 회사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결의취소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게 하는’ 면책 규정은 최종 법령에 반영되지 않았다. 전산 오류나 접속 장애로 주주가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면 결의의 효력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모든 장애가 곧바로 주총 무효나 결의취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귀책사유가 없고 해당 하자가 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법원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장애가 발생하지 않게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장애가 발생했을 때 무엇을 했는지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시스템 점검 기록, 접속 장애 발생 시각, 복구 과정, 주주 인증과 투표 데이터 등 모든 과정이 훗날 법정에서 증거가 될 수 있다. 전자주총 시대에는 서버와 네트워크뿐 아니라 ‘기록’도 기업의 방패가 된다.

국회 본회의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월13일 국회 본회의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

전자주총은 경영권의 지형도 바꾼다

 

지배구조 변화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합산 3% 룰과 집중투표제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전자주총은 기관투자자나 행동주의 주주의 참여를 확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과거 주총장에 직접 사람을 보내야 했던 주주들이 이제는 클릭 몇 번으로 표를 모으고 이사 선임이나 경영 현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총 당일 갑자기 찾아오는 주주제안이나 경영권 이슈에 대응하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해진다.

 

주총은 하루지만 주주와의 갈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소 주주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가 주총장에서 표로 나타날 수 있다. 운영 부담도 커진다. 현장 총회와 온라인 총회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만큼 본인 확인, 중복 출석 방지, 온라인 질의 관리, 투표와 집계, 장애 발생 때 총회 진행의 연속성까지 챙겨야 한다. 외부 전문기관에 시스템 운영을 맡길 수 있지만 책임까지 외주화할 수는 없다.

 

기업의 생존법은 ‘방어’가 아니라 ‘준비’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우선 전자주총 시스템을 단순한 IT 프로젝트가 아니라 법적 리스크 관리 체계로 봐야 한다. 네트워크 이중화와 백업 회선을 마련하고, 장애 대응과 데이터 보존 체계를 갖춰야 한다. 외부 업체에 위탁한다면 장애 책임과 서비스 수준, 개인정보 보호, 기록 보존 등을 계약서에 명확히 담아야 한다.

 

주총의 절차와 규칙도 미리 손봐야 한다. 전자 출석과 본인 확인, 질의와 발언, 대리인 출석, 투표와 집계 방식을 사전에 명확히 정해 소집통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당일 임기응변’은 전자주총 시대에 가장 비싼 선택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총이 아니라 평소를 관리하는 일이다.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에 대한 IR을 강화하고, 이사 선임과 주주제안 등에 대한 대응 논리를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전자주총과 집중투표제가 함께 작동하는 만큼 실제 상황을 가정한 모의 주총을 통해 투표·집계 시스템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전자주총은 단순히 주총장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제도가 아니다. 기업과 주주의 관계 자체를 바꾸는 제도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던진 한 표가 이사회의 구성을 바꿀 수도 있고, 작은 시스템 오류가 주총 결의의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 그래서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것은 화려한 플랫폼이 아니다. 기술적 안전장치와 정확한 절차, 그리고 주주와의 신뢰다. 전자주총 시대에 기업의 가장 강력한 경영권 방어책은 어쩌면 주총 당일의 방어 논리가 아니라 평소 주주에게 보여준 신뢰의 기록일지 모른다.

 

내년 주주총회는 더 이상 ‘주총장에 누가 왔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누가 더 많은 주주의 신뢰를 얻었느냐의 싸움이 될 수 있다.

 

<원문출처>

폴리뉴스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4802(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