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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살인 모의를 이렇게 유쾌하게?…‘스위니 토드’로 대상 거머쥔 두 청춘

경향뮤지컬콩쿠르 대상 김예진·유기웅
고3 때 각각 예선 탈락했지만
대학서 만나 대상 거머쥐어
‘스위니 토드’ 블랙코미디 살린 연기 선보여
제9회 경향뮤직컬콩쿠르 대상 수상자인 김예진과 유기웅이 1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본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제9회 경향뮤직컬콩쿠르 대상 수상자인 김예진과 유기웅이 1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본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살인을 모의하는 이발사와 그를 짝사랑하는 파이 가게 주인. 섬뜩한 이야기를 능청스럽고 유쾌하게 주고받으며 무대를 누빈 김예진(24·서경대 뮤지컬학과 졸업)과 유기웅(25·서경대 뮤지컬학과 4학년)은 제9회 경향뮤지컬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은 주인공들이다.

 

지난달 22일 열린 콩쿠르 본선에 대학·일반부 단체로 참가한 두 사람은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어 리틀 프리스트(A Little Priest)’를 선보였다. 복수를 꿈꾸는 스위니 토드와 그를 연모하는 러빗 부인이 기상천외한 살인 계획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내는 넘버다. 두 사람은 익살스러운 연기 합과 팽팽한 호흡으로 고난도 듀엣을 소화하며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두 사람은 “대상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수상 당시를 떠올렸다. 단체 부문 최우수상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아 수상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단다. 마지막 순간 대상 수상자로 호명됐을 땐 서로를 바라보며 입을 틀어막았다.

 

“정말 꿈같았어요. 사실 본선 이틀 전까지도 ‘내가 뮤지컬을 계속하는 게 맞나?’ 고민했거든요.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유기웅)

 

“살면서 가장 많은 축하를 받은 것 같아요. 집에 갔더니 미니 현수막이 걸려 있고, 부모님이 서로를 ‘대상자 어머니’, ‘대상자 아버지’라고 부르고 계시더라고요.(웃음)”(김예진)

경향신문이 주최하고 스포츠경향이 주관한 제9회 경향뮤지컬콩쿠르 본선이 열린 지난 22일 서울 강동구 호원아트홀에서 대학·일반부 단체 (왼쪽부터)김예진과 유기웅이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어 리틀 프리스트(A Little Priest)’를 부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제9회 경향뮤지컬콩쿠르 본선이 열린 지난 22일 서울 강동구 호원아트홀에서 대학·일반부 단체 (왼쪽부터)김예진과 유기웅이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어 리틀 프리스트(A Little Priest)’를 부르고 있다.

개그맨이 꿈이었던 유기웅은 중학교 1학년 때 호기심에 뮤지컬 동아리에 지원하며 처음 무대의 맛을 알게 됐다. “남학생 지원자가 세 명뿐이라 얼떨결에 뽑혔다”는 소년은 이후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배우의 길을 가게 됐다.

 

명절이면 친척들 앞에서 춤과 노래를 도맡아 하던 ‘끼쟁이’ 소녀 김예진은 중학생 때 친구를 따라 연기학원에 갔다가 뮤지컬 넘버에 마음을 빼앗겼다. “노래를 하면서 다른 세상을 다녀올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너무 짜릿했죠.”

 

두 사람의 인연은 대학에서 시작됐다. 서경대 뮤지컬학과 선후배인 두 사람은 지난해 학교 수업 발표에서 <스위니 토드>의 스위니와 러빗 부인 역을 맡으며 처음 페어로 호흡을 맞췄다. 새벽 5시까지 연습하고, 아침이면 함께 운동장을 뛰며 동작과 연기를 궁리했다. 당시 담당 교수에게 들은 인상적인 평가는 “노래를 잘한다”거나 “춤을 잘 춘다”가 아니었다. “둘이 정말 즐거워 보인다”는 말이었다.

제9회 경향뮤직컬콩쿠르 대상 수상자 김예진. 김정근 선임기자
제9회 경향뮤직컬콩쿠르 대상 수상자 김예진.

종강 뒤에도 학교에서 마주치면 마치 인사처럼 ‘어 리틀 프리스트’를 주고받았다. 콩쿠르 출전을 제안한 건 김예진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경향뮤지컬콩쿠르와 구면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각각 고등부에 도전했다가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몇 년 뒤 대학에서 만나 이번에는 한 팀으로 같은 콩쿠르의 문을 다시 두드린 셈이다.

 

서로의 눈만 바라봐도 노래가 저절로 나올 만큼 찰떡호흡을 자랑하는 두 사람이지만 본선 이틀 앞두고는 위기가 찾아왔다. 연습 중 안무 동선이 꼬이자 쌓인 피로와 부담감이 터져 함께 눈물을 쏟아낸 것이다. 유기웅은 “한바탕 울며 속내를 털어내자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고 호흡도 한결 단단해졌다”고 돌아봤다.

 

두 사람이 캐릭터에 다가가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유기웅은 배역을 맡으면 인물의 ‘일대기’를 만들 정도로 분석에 몰두한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스위니’를 “잔혹한 살인자이기 이전에 복수에 눈이 멀어 결국 가장 사랑했던 사람까지 잃어버린 불쌍한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평소 화를 잘 내지 않고 긍정적인 자신의 성격과 정반대인 인물이어서 더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김예진은 반대로 러빗에게서 자신과 닮은 모습을 찾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마음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저도 늘 함께 있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에 상대의 반응을 많이 살펴요. 그런 부분이 닮았어요. 사람으로 파이를 만들지는 않지만요.(웃음)”

제9회 경향뮤직컬콩쿠르 대상 수상자 유기웅. 김정근 선임기자
제9회 경향뮤직컬콩쿠르 대상 수상자 유기웅.

절친 선후배인 두 사람은 배우로서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김예진은 유기웅을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몰입도가 높아 무대에서 상대가 저절로 배역에 빠져들게 만드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유기웅은 김예진을 “타고난 끼와 센스를 갖춘 데다 지독한 연습벌레로 상대의 연기까지 살려주는 배우”라고 추켜세웠다.

 

두 청춘의 시선은 이제 더 넓은 무대를 향한다. 유기웅은 언젠가 <스위니 토드>의 스위니 역으로 대극장 무대에 서는 날을 꿈꾼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김예진은 꼭 해보고 싶은 배역으로 <위키드>의 엘파바와 <스위니 토드>의 러빗 부인을 꼽았다.

 

“관객이 없으면 배우도 존재할 수 없잖아요. 무대 위에서 관객과 하나가 되어 함께 웃고 함께 눈물 흘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유기웅)

 

“저 역시 힘들 때마다 뮤지컬 넘버를 들으며 많이 울고 위로를 받았어요. 관객들이 제 노래와 연기를 보는 동안만큼은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온전한 행복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김예진)

 

<원문출처>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609221437001#ENT(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