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칼럼: [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49〉장기전세 20년, '내 집 마련'만이 답은 아니다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한 지 20년이 가까워지면서, 장기간 거주한 세입자들을 중심으로 매수청구권을 부여해 달라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미리 내 집’과 같은 제도를 통해 매수권이 부여된 사례가 있는데, 우리에게도 같은 권리를 달라는 주장이다.
장기전세주택을 직접 제안하고 초기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 참여했던 경험으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장기전세주택은 당초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의 중간적 성격을 통해 기존 주거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제도였다. 당시 정부와 서울시 입장에서는 공급주택의 방식과 가격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임대주택은 이른바 ‘난민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고,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거나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하는 전세 임차인들에게는 이른바 ‘메뚜기식 주거’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마땅한 대책도 부족했다. 분양주택을 시세에 맞춰 공급하면 주변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비판을 받았고, 반대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면 특정 입주자에게 과도한 특혜를 제공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개발이익을 가장 확실하게 환수하는 방법은 해당 주택을 매각하지 않고 공급자인 SH, LH공사가 계속 소유하는 것이었으나 이 역시 선호되지 않았다. 전세보증금은 회계상 부채가 증가하고, 당기순이익 등이 감소해 경영평가에서 불리하다는 논리였다.
주택가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한정된 자원을 가진 서울시 입장에서 단순히 주택 물량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택에 대한 인식전환을 정책의 중요한 기치로 내건 것은 당시에 획기적인 접근이었다. 주거복지학자나 일부 여론에서는 “왜 중산층에게까지 공공주택을 공급하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장기전세주택이 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안정적인 대안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당장 주택 매수에 뛰어들지 않도록 하여 주택시장에 대한 수요를 일부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다시 현안으로 돌아가 보자. 현재의 민원을 바라보는 시각에 고려할 부분이 있다. 우선은 기존 거주자가 받은 혜택이다. 최대 20년까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것, 초기 입주자들이 제도가 정립되기 전 국민임대주택의 임대료 산정기준을 적용받아 시세의 60% 안팎이었다는 점, 2년 단위 재계약시 5% 인상 상한이 적용돼 시세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다. 집 주인이 공사이다보니 잔 소리하거나 본인 실거주를 명분으로 퇴거를 요청하지 않는 점도 혜택이기도 하다. 순간적으로 새로운 주거지를 구하는데 다소 어려움은 있겠으나, 약속과 양보의 미학도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장기전세주택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전세보증금이 채권발행보다 건설재원 조달에 유리한 방법임에도 회계상 부채로 처리되는 문제, 종합부동산세 부담, 잦은 퇴거로 인한 유지관리 비용 등이다. 향후 미리내집의 매수청구시 적정 가격기준을 정하는 것도 과제다. 사족일 수 있지만, 기존 장기전세주택도 실효성과 만족도가 높다면, 매수청구권까지 부여할 필요가 있었는지, 앞으로 그
물량을 늘릴 필요가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평균 거주 기간이 8년 정도라면 ‘장기’의 개념을 10년으로 단축해 더 많은 시민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도 장기전세주택이 법제화된 만큼, LH공사가 공급하는 물량에서 적극적으로 도입,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주택정책 목표의 최우선은 ‘주거안정’에 있다. ‘내집 마련촉진’이 국민들의 로망이라 하더라도, 서울 수도권에서 현실성이 낮은데 이에 집착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더구나 좋은 정책수단인데 서울시가 주도한다는 이유로 거부하거나 확대에 소극적인 것은 버릴 태도에 해당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장기거주자의 주거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보다 발전된 주거복지제도가 설계되기를 바란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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