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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열 경영학부 교수: [전규열 칼럼] 821조 슈퍼 예산, 엑셀은 밟았으니 브레이크도 체크해야

AI·반도체에 162조 재정 여력 베팅… 통화정책 엇박자와 ‘반도체 의존’이 변수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2027년도 예산안 820조9천억원’을 심의,의결했다.

821조원. 숫자부터 압도적이다. 정부의 2027년 예산안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93조원(12.8%) 늘었다.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AI와 첨단산업에 쏟아 부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승부수다. 하지만 화려한 청사진 뒤에 재정정책과 통화 정책과의 상충, 그리고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라는 문제점도 고민해야 한다.

 

방향은 맞다. 문제는 돈의 크기가 아니라 돈을 벌어들이는 경제의 체질이다.

 

정부는 최근 10년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 162조3000억원을 재원으로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다. 이 가운데 내년 45조4000억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투자하고,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 축소에 활용한다. 세수가 급감할 때 재정 충격을 흡수하는 안전판 역할도 수행한다.

 

AI와 반도체에 대한 선제 투자는 필요하다. 3대 메가프로젝트와 AI에 21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미래 성장엔진 분야에도 62조8000억원을 배정했다. 청년 지원에는 43조3000억원을 쓴다. 저성장과 양극화에 동시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가 돈을 쓰는 것과 산업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AI 예산이 민간 투자를 끌어내는 마중물이 될지,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또 하나의 산업보조금이 될지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복지에는 출구가 있어야 하고, 산업 지원에는 성과 조건이 붙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상충이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3%대까지 올리며 긴축의 고삐를 죄고 있는 반면,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 재정으로 시장에 돈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엇박자’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켜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고, 결국 서민들의 이자 부담만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핵심은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무엇에 쓰느냐다. 소비를 떠받치는 지출보다 생산성·공급능력을 높이는 투자에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

 

반도체 의존도 경계해야 한다. 내년 국세수입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보다 49.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총수입은 880조8000억원이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가 영원할 수는 없다.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면 선택지는 지출 삭감, 증세, 국채 발행으로 좁아진다. 지금의 풍부한 세수를 구조적인 재정 여력으로 착각해선 안 되는 이유다.

 

그래서 슈퍼 예산에는 슈퍼 구조조정이 따라야 한다. 정부는 재량지출 38조6000억원을 줄이고 의무지출까지 포함해 107조60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관건은 목표수치가 아니라 실제 폐지다. 성과가 낮거나 중복되는 사업을 과감히 없애지 못한다면 구조조정은 구호에 그친다.

 

미래대응기금의 투명성도 중요하다. 기금 지출이 전체의 38.5%로 높아지는 만큼 국회의 실질적 통제와 성과 검증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한 저수지’가 정부의 재량지출을 늘리는 우회로가 돼서는 안 된다.

821조원은 기회다. 하지만 돈이 많다는 것 자체가 성장 전략은 아니다.

 

821조 원의 예산은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이 준 재정 여력을 AI와 첨단산업의 마중물로 써야 한다. 동시에 호황이 끝나도 감당할 수 있는 재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 역시 총액을 놓고 흥정하기보다 성과 없는 지출을 얼마나 걷어냈는지, 미래산업 투자가 실제 생산성과 일자리로 이어지는지를 따져야 한다.

 

결국 승부는 821조원을 쓰고도 대한민국의 성장성과 재정건전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느냐에 달렸다. 잘 쓰면 대개조의 종잣돈이다. 잘못 쓰면 미래 세대의 빚이다.

 

전규열

경영학 박사
폴리뉴스 부사장 겸 편집국장
국회입법지원위원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중소벤처부 자문위원(전)
공감신문, 뉴시안 대표이사(전)
<저서>이것만 알면 경제인싸 외 다수

 

<원문출처>

폴리뉴스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1931(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