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AI 거머쥔 국가권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머리 맞대
한국부패방지법학회, ‘인공지능 시대의 공공부패 방지’ 하계학술대회 성료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공공기관에서의 인공지능(AI) 활용과 통제 등을 두고 뜨거운 논의를 펼쳤다.
한국부패방지법학회(회장 최용전)는 대진대학교 행정정보학과․미래융합법연구소․지역발전연구소와 함께 지난 21일 <인공지능 시대의 공공부패 방지>를 대주제로 하계 정기학술대회 겸 공동학술대회를 진행했다고 24일 전했다.
이날 13시부터 18시까지 대진대학교 대학원 세미나실(포천시 소재)에서 열린 학술대회는 신봉기 명예회장이 를 주제로 기조발제하면서 시작됐다. 3개 세션, 6개 발제가 이어졌고 최철호 청주대 교수, 김회창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원장, 김광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각 세션 좌장을 맡았다.


■ “부패 도구로 활용될 수도…‘감사하는 AI’도 감사받아야 한다”
기조발제에 나선 신봉기 명예회장(전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AI는 방대한 데이터에서 사람이 보지 못했던 부패위험의 징후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부패예방과 공공감사에 유용한 도구이지만, AI 그 자체가 부패의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부패 포착을 위해 사용되는 인공지능 조차 감사(검증)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AI에 주입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어떤 AI 모델·버전을 사용했는지, AI가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 누가 이것을 최종 검토하고 의사결정을 했는지 등 일련의 기록 추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신 명예회장은 “AI시대의 반부패법은 AI를 이용하여 부패를 통제하는 방향만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국가권력도 엄격하게 법으로 통제하는 것도 동시에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법률조문서 관련 공공정보도 확인할 수 있게 해야”
이어 제1세션에서는 이경선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제1발제 <법령정보와 공공정보 연계를 통한 공공부문 투명성 강화>를 통해 “신청을 해야 겨우 마지못해 한 페이지 겨우 내어주는 정보공개포털 방식이 아니라, 최대한 적극적으로 사전에 공공정보를 공개해 나가는 것이 국가작용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령에 있는 시책 규정, 기본계획이나 종합계획 수립 규정, 위원회 규정, 센터 규정, 실태조사 규정, 보조금 지급 규정, 정보시스템 구축 규정, 협회 등 법정특수법인 설치 규정, 체험관 학습관과 같은 영조물 설치 규정 등 각종의 조문 문장 위치에 클릭 한번으로 공공정보가 연계 제공되는 혁신적 정보제공체계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를테면, 산림기본법 산림기본계획 수립 규정을 읽다가 하이퍼링크 또는 아이콘을 클릭하면 곧장 제1차부터 제6차까지 산림기본계획자료를 별도 창으로 쭈욱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교수는 “법령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것이 공공정보이므로, 법령정보와 공공정보를 분리해서 생각할 이유가 없다”면서 “국민에게 친숙한 국가법령정보센터를 기반으로, 법령 특정 조문에서 해당 공공정보(공공기록물)가 바로바로 연결되는 전지적 정보 조망 체계로 진입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 “AI, 이상징후 포착 위한 보조수단일 뿐, 최종판단 주체는 아냐”
양은영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공공부문 불합리 부조리 개선에 관한 법적 연구>라는 제2발제 통해 “인공지능은 대량의 민원·예산·보조금·계약·채용자료를 분석하여 반복되는 불편과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기관·담당자·업체 사이의 관계와 처리결과의 편차를 확인하며, 감사·조사 또는 지원이 필요한 대상을 우선적으로 선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위험점수나 이상탐지 결과는 위법·부당 여부에 관한 최종 판단이 아니므로, 인공지능은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는 행정주체가 아니라 담당 공무원의 사실 확인과 합리적 결정을 지원하는 보조수단으로 위치 지어져야 한다”며 “인공지능은 보조수단일 뿐 행정적 의사결정 주체로까지 나서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이어 “예산·계약·보조금·인사·채용 등 고위험 분야에 AI 기반 상시감사체계를 도입하되, 위험점수만으로 불이익조치를 하지 않고 감사담당자의 원 자료 확인과 최종 판단을 의무화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불투명한 알고리즘과 데이터 판단 위험, 국민에게 전가해선 안돼”
이어진 제2세션에서는 성봉근 서경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가 <인공지능으로 인한 관료제도와 행정작용 변화 –효율성과 책임성, 보장책임과 제어행정의 관점에서>라는 제3발제를 했다.
성 교수는 “인공지능을 행정분야에서 적극 활용하되, 인공지능의 실질적인 결정기여도, 기본권에 대한 위험의 정도, 오류가 확산될 가능성과 회복가능성, 사실과 판단과정의 확인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역할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험이 낮고 회복이 쉬운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국민의 생명·신체·중대한 재산권과 강제력의 행사 등 위험이 커질수록 인간의 실질적인 판단과 감독을 강화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결국 인공지능 시대의 좋은 행정이란 가장 많은 업무를 자동화한 행정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주는 효율성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국민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순간에는 누가 어떠한 사실을 토대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 왜 그러한 결정을 하였는지가 다시 행정법의 언어로 설명될 수 있는 행정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되, 필요시 인공지능 활용 과정 전반의 흐름이 책임있는 언어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선관위에 대한 감사감찰 기능 공백, 너무 무관심한 결과”
최근 국가적 이슈인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강력한 비판적 발제도 등장했다. 김창진 대진대학교 행정정보학과 교수는 <감찰 권한 없는 곳의 부패통제는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제4발제를 통해서 선관위 감찰제도의 제 문제점을 꼬집었다.
김 교수는 먼저 “선거관리위원회 대규모 부정채용 사태에 대해 감사원이 직무감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이후로, 2023년 5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자체 감사, 외부 감사, 반부패 총괄기관의 실태조사, 형사사법, 헌법재판, 행정소송에 이르는 통제 기제가 순차적으로 작동하였고 각 기제마다 개별적으로 상당한 산출을 냈으나, 전체 통제의 결과는 개별 산출의 합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자체 감사는 외부 감사의 진행을 이유로 독자적 절차를 유보하였고 외부 감사는 권한의 존부가 다투어지는 상태에서 결론을 미루었으며, 서울행정법원은 감사원의 조사개시 통보에 징계시효를 정지시키는 효력이 없다고 보아 감사 결과에 근거한 징계처분을 취소하였는데, 이러한 일련의 기제들이 모두 무력(무기력)해진 데에는 각 기관 및 제도 간의 조정의 부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교수는 “외부 직무감찰이 규범적으로 배제된 헌법기관에서 상시적인 감사감찰 통제를 가능하게 하려면,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통제 수단이 애초에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존재하는 수단들이 서로를 무력화한 것인지를 정밀하게 따져, 다시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처방전을 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국의 부패 만연, 부패방지법제가 부족해서가 아냐”
마지막 제3세션에서는 김남욱 송원대학교 철도학과 교수가 <덴마크 공공 부패 방지 법제 연구>라는 제5발제를 맡았다.
김 교수는 이를 통해 “덴마크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에서 2025년 기준 182개국 중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31위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제하면서 “덴마크 부패방지법제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가 오히려 청탁금지법·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윤리법 등 사전예방적인 부패방지법제를 상당히 견고하게 갖추고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 투명성과 철저한 반부패 문화는 부패방지법제의 필요충분함이나 견고함과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덴마크 국민은 어릴 때부터 공정성, 평등, 정직이 정치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강렬하게 교육받고 있다. 강력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전통, 국민의 공공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정보접근성 보장, 은밀한 뒷거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문화, 국가 직무 과정의 투명성과 잘못한 행동에 대한 수치심 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압도적인 청렴국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높은 행정투명성, 독립된 옴부즈만 제도, 그리고 강한 국민과 언론의 철저한 부패 감시 풍토, 경찰 검찰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신뢰 등 덴마크의 시사점을 전면으로 보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패방지 활용 방안보다, AI 거머쥔 국가권력을 어떻게 통제할지가 더 중요”
제6발제 <미국 원격의료에서의 부패방지제도 고찰>에서 최용전 대진대학교 공공인재법학과 교수는 “의사와 환자가 동일한 공간에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통신기술을 매개로 진단, 처방, 상담 등의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것을 원격의료, 비대면진료라고 하는데, 미국의 경우 이러한 원격의료, 비대면진료도 국민 건강권 보장 차원에서 적극 정당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원격의료는 단순 상담을 넘어 AI·로봇 수술, 웨어러블 기기 모니터링 등으로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는 것.
최 교수는 “원격의료, 비대면진료 등 디지털 기반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감시망을 벗어난 준공공부문, 민간부문의 부패 양상도 발생하게 되는데, 인공지능이 이런 준공공부문, 민간부문의 부패 징후도 아주 효과적으로 포착해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준공공부문, 민간부분의 부패 방지를 위해서도 인공지능 활용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 교수는 “인공지능은 단순히 인간의 업무를 보조하는 기술을 넘어 행정과 사법, 금융, 의료, 교육 등 우리 사회 전반의 의사결정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고 부패방지의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면서 “과거의 부패통제가 이미 발생한 부패행위를 적발하고 책임을 묻는 사후적 통제에 중점을 두었다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은 방대한 공공데이터를 분석하여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부패 위험을 예측함으로써 부패가 현실화되기 전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 교수는 “인공지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라면서 “오히려 부패방지라는 이름으로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이루어질 경우 개인정보와 사생활의 침해, 알고리즘의 편향과 차별, 인공지능 판단 과정의 불투명성,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 소재 등 새로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공공부문의 인공지능 활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권력 행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 못지않게 적법절차와 기본권 보장, 투명성과 설명가능성, 그리고 인간에 의한 최종적인 통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패방지를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안만이 아니라, 그런 명분으로 인공지능을 거머쥔 국가권력의 부패적 남용 가능성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어쩌면 더욱 절실하고 중요한 과제”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발제에 이지은 좋은법연구소 소장, 김갑석 중부대학교 자율설계학부 교수, 공대호 법무법인 경국 변호사, 조원익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김소연 법무법인 황앤씨 변호사, 이순자 서경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가 각 지정토론자로 참여해 다양한 의견들을 펼쳤다.

<원문출처>
법률저널 https://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752606(새 창 열림)
<관련기사>
뉴스핌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824000879(새 창 열림)
한국NGO신문 https://www.ngo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36176(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