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주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 칼럼: [나이킥💰] 돈에도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우리가 건강검진을 받는 이유는 ‘몸이 아파서’만은 아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현재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질병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받는다. 재무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터진 뒤에 해결책을 찾기보다, 지금의 재무 상태를 미리 살펴보고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는 편이 훨씬 낫다. 자산이 얼마나 늘었는지, 부채는 감당할 만한 수준인지, 얼마 벌어서 얼마 쓰고 있는지, 노후 준비는 계획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1년에 한 번만이라도 점검해 보자. ‘재무 건강검진’은 돈 문제를 미리 점검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기본적인 돈 관리 습관이다.
step 1. 재무목표 점검하기
재무 건강검진의 첫 번째 단계는 ‘재무목표’를 점검하는 것이다. 우리가 오늘의 소비를 관리하고 저축과 투자를 하는 이유는 결국 미래의 어느 시점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 ‘미래에 필요한 돈’이 바로 재무목표이며, 돈 관리란 결국 재무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잘 먹고 잘 살기’, ‘부자 되기’가 재무목표일까? 이것은 소망이지 목표가 아니다. 목표에는 시기, 내용, 필요자금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 ‘4년 후 자녀 대학자금 4천만 원’, ’65세 은퇴시점, 현재가치 월 400만 원 연금소득’과 같이 구체적(Specific)이고, 측정 가능(Measurable)하고, 달성 가능(Achievable)하며, 현실성 있고(Realistic), 기한이 있는(Time-bound) 목표, 이른바 SMART한 목표여야 한다. 목표가 숫자로 표현되어야 비로소 얼마를 모아야 하는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를 세울 때는 인생 전체를 크게 조감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눈앞의 단기 목표뿐 아니라 중장기 목표, 나아가 지금은 아니어도 언젠가 발생할 수 있는 목표까지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래야 목표들이 겹치거나 서로 부딪히는 지점이 눈에 들어온다. 한정된 자원으로 모든 목표를 다 이룰 수는 없다. 이에 목표 별 우선순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step 2. 재무상태표 작성하기
재무목표를 점검했다면 이제 현재 시점의 재무 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재무상태표’를 작성해 보자. 재무상태표는 내가 현재 얼마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얼마의 부채를 지고 있으며, 그 결과 순자산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표다. 재무상태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재무 성적표’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돈을 어떻게 벌고, 쓰고, 모으고, 불려 왔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같은 연봉을 받는 근로소득자라도 특정 시점의 재무상태표는 다르다. 그동안의 소비 습관과 저축 및 투자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재무상태표를 작성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어떤 방식으로 작성하든 내가 보기 쉽게, 일관성 있게만 작성하면 된다.
먼저 자산을 금융자산, 연금자산, 부동산자산으로 크게 구분해서 정리해 보자. 금융자산은 또 유동성 자산(보통예금, CMA 등), 저축성 자산(정기예금, 정기적금 등), 투자성 자산(주식, 채권, 펀드, ETF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연금자산도 금융자산에 포함되나, 노후준비 여부를 좀 더 정밀하게 살피려면 연금자산을 별도로 분리해서 작성하는 것이 좋다. 연금자산은 퇴직연금(DB. DC, IRP)과 개인연금(세제혜택 연금저축, 세제비 혜택 연금보험) 준비 상황이 여기에 포함된다. 여기서 국민연금의 납입금은 기록하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사회보험 원리에 의한 세대간 소득배분효과의 공적연금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자산은 거주용 부동산(임차보증금 포함), 투자용 부동산으로 나눠 기록하면 된다(자동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감소하는 소비성 자산이므로 제외해도 무방하며, 보장성보험의 해약환급금 역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망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재무상태표에는 포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채는 담보대출과 신용대출로 크게 나눠 잔액 기준으로 작성하면 된다.
이러한 기준으로 총자산을 표의 왼쪽에, 총부채를 오른쪽에 기록한다. 오른쪽에는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순자산도 함께 기록한다. 재무상태표를 작성하는 목적은 단순히 자산 규모를 확인하는 데 있지 않다. 순자산은 꾸준히 늘고 있는지, 부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비상시에 사용할 금융자산은 충분한지, 투자자산 비중은 적절한지, 노후를 위한 연금자산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보고자 함이다.

step 3. 현금흐름표 작성하기
재무상태표가 지금까지의 돈 관리 성적표라면, 현금흐름표는 앞으로 자산이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아무리 현재 자산이 많더라도 매달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다면 자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금 가진 자산이 많지 않더라도 꾸준히 저축과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미래의 재무 상태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자산을 만드는 힘은 현금흐름에서 나온다.

현금흐름표를 작성하는 방법 또한 어렵지 않다. 일정 기간 동안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을 정리하면 된다. 기간은 한 달을 기준으로 작성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분기나 1년 단위로 작성해도 무방하다. 먼저 표의 왼쪽에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연금소득 등 모든 현금 유입을 기록한다. 오른쪽에는 지출과 저축 및 투자 금액 등 모든 유출 금액을 함께 기록한다. 지출은 또 고정성 지출(보험료, 대출이자 등), 변동성 지출(식비, 잡화비 등), 연간 비정기 지출(주택 세금, 휴가비 등)로 구분하여 정리한다.
현금흐름표를 통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버는 돈 중 얼마를 쓰고, 얼마를 저축하고 투자하고 있는지다. 소득 대비 지출이 많을수록 미래를 위한 저축과 투자 여력은 줄어들고, 결국 자산은 늘어나기 어렵다. 반대로 지출을 적절히 관리해 저축과 투자 비중을 꾸준히 확보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순자산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즉, 좋은 현금흐름은 미래의 좋은 재무상태표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인 셈이다.

건강검진을 한 번 받고 끝내지 않듯 재무 건강검진도 정기적으로 실천해야 의미가 있다. 매년 연초나 연말 등 일정한 시기를 정해 재무목표를 다시 확인하고, 재무상태표와 현금흐름표를 작성해 보자. 이를 통해 현재의 자산과 현금흐름으로 재무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지, 무엇을 보완해야 할 지를 점검할 수 있다. 재무 건강검진은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가정경제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습관이다.

<원문출처>
서울시 50플러스포털 (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