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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 칼럼: [서기수의 경제+] 젠슨 황이 한국에 던진 ‘4개의 AI 승부수’

HBM에서 AI PC·로봇까지, 한국 증시의 다음 주도주는 어디에서 나올까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최근 한국 방문을 단순한 ‘빅테크 CEO의 방한 이벤트’ 정도로 보면 핵심을 놓칠 수 있다.

 

2026년 6월 한국을 찾은 젠슨 황은 삼성, SK, 현대자동차그룹, LG, 네이버, 두산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잇달아 접촉했고, 메모리에서 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에 이르는 협력 구상을 구체화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차세대 AI 메모리의 다년간 기술협력을 발표했고, LG와는 휴머노이드 및 차세대 데이터센터, 현대차그룹과는 자율주행과 AI 기반 모빌리티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젠슨 황이 한국 기업들에 제시한 미래 시장이 더 이상 ‘GPU 하나’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첨부 자료에 등장하는 베라 루빈(Vera Rubin), 베라(Vera), RTX Spark, 젯슨 토르(Jetson Thor)라는 네 개의 이름을 연결해 보면 엔비디아가 그리고 있는 AI 산업의 확장 지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데이터센터의 초거대 AI에서 시작해 → 서버 CPU → 개인용 AI PC → 자동차·로봇이 움직이는 Physical AI까지 이어진다.

 

즉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비디아를 단순한 ‘GPU 회사’로 볼 것이 아니라 AI 산업의 운영체제와 인프라를 장악하려는 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

 

첫 번째 승부수, Vera Rubin — AI 데이터센터가 ‘AI 공장’으로 바뀐다

 

네 가지 가운데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Vera Rubin이다.

 

엔비디아가 본격 양산 단계에 들어간 Vera Rubin NVL72는 한 개의 랙에 72개의 Rubin GPU와 36개의 Vera CPU를 결합한 초대형 AI 슈퍼컴퓨팅 플랫폼이다. 엔비디아는 이를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한 단계 발전한 ‘AI Factory’의 핵심 장비로 정의하고 있다. 회사 측 기준으로 Blackwell 세대 대비 전력당 토큰 처리량과 추론비용을 크게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서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단어가 바로 HBM4다. Rubin GPU가 아무리 빨라도 GPU에 데이터를 공급하는 메모리 속도가 따라오지 못하면 전체 시스템 성능이 떨어진다. 때문에 AI 시대에는 GPU 성능 못지않게 HBM의 속도·용량·전력효율·패키징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차세대 AI 메모리에 대한 다년간 협력을 체결했으며 Vera Rubin용 HBM4와 SOCAMM 계열 메모리 개발까지 협력 범위를 넓혔다. 삼성전자 역시 2026년 GTC에서 Vera Rubin용 HBM4와 차세대 HBM4E 기술을 공개하며 엔비디아와의 AI 메모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증시에서 가장 직접적인 1차 관찰 대상은 여전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다.

 

하지만 투자 기회가 두 회사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HBM의 적층이 높아질수록 본딩, 테스트, 검사, 기판, 방열과 패키징 공정의 난도가 동시에 올라간다. 따라서 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ISC·리노공업·심텍·대덕전자·해성디에스·이오테크닉스 등은 ‘엔비디아 직접 수혜주’라고 단정하기보다는 HBM 및 첨단 패키징 설비투자 확대 과정에서 실적 연결 여부를 확인할 공급망 후보군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승부수, Vera CPU — 앞으로 AI 서버는 GPU만 봐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의외로 GPU가 아닌 CPU, Vera다. AI 서버에서는 GPU 수천~수만 개가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에 GPU에 데이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급하고 전체 시스템을 조정하느냐가 중요하다. Vera CPU는 엔비디아가 AI Factory를 위해 설계한 CPU로, 88개의 자체 Olympus 코어를 기반으로 GPU와 메모리 사이의 데이터 이동과 시스템 제어를 담당한다. 이것이 왜 한국에 중요한가.

 

AI 서버가 고도화될수록 필요한 메모리가 HBM 하나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HBM → SOCAMM·LPDDR → SSD → 네트워크 → 패키징 → 냉각·전력으로 수혜 영역이 넓어진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Vera Rubin용 192GB SOCAMM2를 양산하고 있으며, 회사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범위를 HBM뿐 아니라 서버·PC·Physical AI용 메모리까지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Vera 시대의 투자 포인트는 단순히 ‘CPU 시장이 커진다’가 아니다.

 

AI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와 부품의 종류와 가치가 동시에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상당히 유리한 구조다. 한국은 GPU 자체에서는 미국에 뒤처져 있지만 메모리, 기판, 패키징, SSD, 전력·냉각 등 AI 인프라 주변부에서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승부수, RTX Spark — AI가 데이터센터에서 내 노트북으로 내려온다

 

개인적으로 네 가지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변화 중 하나가 RTX Spark라고 생각한다. 2026년 5월 엔비디아가 공개한 RTX Spark는 Blackwell 기반 RTX GPU와 Grace 계열 CPU, 최대 128GB급 통합 메모리를 결합해 대형 AI 모델과 개인 AI 에이전트를 PC 안에서 직접 구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플랫폼이다. 엔비디아는 최대 120B급 모델을 로컬에서 활용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으며 주요 글로벌 PC 업체들이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생성형 AI는 대부분 이렇게 사용했다.

 

PC → 인터넷 →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 GPU → 결과 전송

 

하지만 앞으로는, PC 안에서 직접 AI가 실행되는 On-Device AI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회사 내부문서 분석, 개인 금융정보, 의료·법률자료처럼 외부 클라우드에 올리기 부담스러운 데이터를 AI가 개인 PC 안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국 기업의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RTX Spark와 같은 AI PC는 기존 PC보다 훨씬 많은 고용량 LPDDR·낸드플래시·SSD·고성능 기판과 전력관리 부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RTX Spark 기반 PC용 메모리까지 공동개발 범위를 확대했다. 그래서 AI PC 테마는 단순히 ‘PC 판매량 증가’보다는 PC 한 대당 반도체 탑재금액 증가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다만 아직 한 가지 물음표가 있다. RTX Spark가 개발자와 크리에이터를 넘어 일반 소비자에게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Reuters 역시 가격과 메모리 부족, 일반 PC 시장의 수요를 주요 불확실성으로 지적한다.

 

네 번째 승부수, Jetson Thor — AI의 마지막 전쟁터는 ‘로봇의 몸’이다

 

마지막은 Jetson Thor다. 필자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네 가지 가운데 가장 큰 산업 변화를 만들어낼 후보라고 본다. 지금까지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질문에 답하는 Digital AI였다면 앞으로는 AI가 자동차를 운전하고 공장에서 물건을 옮기며 사람 옆에서 일하는 Physical AI 시대로 이동한다. 이를 위한 것이 Jetson Thor다.

 

Jetson Thor는 로봇이나 자율주행 장비 안에 들어가 카메라와 각종 센서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도록 만든 엣지 AI 컴퓨터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이전 Jetson Orin 대비 AI 연산성능은 최대 7.5배, 에너지 효율은 약 3.5배 높아졌다.

 

바로 이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엔비디아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맞아떨어진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엔비디아와 DRIVE Hyperion을 기반으로 레벨2 이상 자율주행에서 레벨4 로보택시까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LG그룹과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모터와 기계시스템 및 차세대 데이터센터 분야를 논의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두산·네이버 등과도 AI 인프라 및 로봇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쪽에서는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LG전자·두산로보틱스·네이버, 그리고 국내 로봇 산업의 레인보우로보틱스·로보티즈 등까지 넓은 시야에서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여기에서도 ‘Jetson Thor의 직접 공급망’과 ‘국내 로봇 테마주’는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로봇기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엔비디아의 성장이 그대로 해당 기업의 이익 증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네 가지 플랫폼을 투자자의 시각으로 다시 정리하면 놀랍도록 간단하다.

 

Vera Rubin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Vera는 AI 서버의 CPU와 메모리 생태계,

RTX Spark는 개인용 AI PC,

Jetson Thor는 자동차와 로봇을 위한 Physical AI다.

 

즉, Cloud AI → Server AI → Personal AI → Physical AI라는 거대한 확장 과정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네 단계마다 한국이 반드시 필요한 산업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HBM과 메모리, 첨단 패키징, SSD와 기판, 자동차, 스마트팩토리, 로봇, 데이터센터가 그것이다.

 

최근 협력은 구두 약속 수준에서 일부 실제 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SK그룹과 엔비디아는 2026년 7월 Vera Rubin 기반 AI Factory와 차세대 메모리를 포함한 대규모 협력 의향서를 발표했고, 네이버 역시 엔비디아와 AI 데이터센터 확대를 추진하면서 엔비디아의 10억 달러 규모 투자 계획까지 발표했다. 네이버 세종 데이터센터 확대에도 Vera Rubin과 Blackwell이 활용될 예정이다.

 

다만 SK 프로젝트는 LOI 단계라는 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향후 한국 증시의 AI 투자전략은 단순히 “엔비디아가 오르면 어떤 종목이 오를까?가 아니라 “엔비디아의 다음 플랫폼이 상용화될 때 한국 기업 가운데 실제 주문과 매출이 늘어나는 곳은 어디인가?” 라는 질문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럼에도 투자자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들

 

AI 산업의 장기 방향성이 좋아 보이는 것과 현재 가격에 주식을 사도 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첫째는 밸류에이션 위험이다. 젠슨 황의 방한이나 협력 가능성만으로 일부 국내 AI·로봇 종목이 큰 폭으로 움직였던 사례가 이미 나타났다. 기대가 실적보다 너무 빨리 올라가면 좋은 기업도 좋지 않은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

 

둘째는 AI 설비투자 사이클이다. 지금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천문학적인 AI 투자를 하고 있지만 투자 대비 수익성이 예상보다 떨어질 경우 CAPEX 증가율이 둔화될 수 있다.

 

셋째는 기술교체 속도다. Blackwell에서 Rubin, 이후 Rubin Ultra로 제품주기가 매우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 장비나 공정에만 의존하는 기업은 다음 세대에서 공급망이 변경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넷째는 로봇의 상용화 속도다. 휴머노이드가 당장 스마트폰처럼 대량 보급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칠 수 있다. 가격, 안전성, 배터리, 구동계, 규제, 유지비용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이 남아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테마의 크기보다 수주의 크기, 기술 뉴스보다 매출 증가, 매출 증가보다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의 증가를 확인해야 한다. 다만 마지막 원칙 하나는 잊지 않았으면 한다.

 

“좋은 산업을 찾았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좋은 가격에 사야 비로소 좋은 투자가 된다.”

 

특히 AI·로봇처럼 기대가 큰 시장일수록 ‘수혜주’라는 이름보다 실제 공급계약, 매출 비중, CAPEX, 영업이익을 확인하는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프로필] 서기수 서경대학교 금융정보공학과 교수

(현)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현)서울시민대학 사회경제분야 자문교수

(전)한미은행, 한국씨티은행 재테크팀장

 

<원문출처>

조세금융신문 https://www.tfmedia.co.kr/news/article.html?no=206405(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