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한국어 슬럼프에 빠진 나를 깨운 성시경의 일본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언제부턴가 한국어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아 슬럼프를 겪던 내게 가수 성시경의 일본어 공부와 일본 활동은 큰 자극이 됐다.
성시경은 약 9년 동안 꾸준히 공부해 원어민 못지않은 뛰어난 일본어 실력을 갖췄다. 현재 넷플릭스에 방영 중인 ‘미친맛집(隣の國のグルメイト)’ 시즌 6을 보면, 함께 출연하는 모델 겸 배우 미요시 아야카(三吉彩花)에게 건네는 말투가 마치 다정한 일본인 오빠처럼 자연스러워 놀라울 따름이다. 미요시 역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어, 두 사람이 음식을 매개로 서로의 언어를 익히고 맛과 문화를 이해해 나가는 모습은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성시경의 일본어 비결은 무엇일까?
“언어의 지름길은 없어요. 엉덩이가 좀이 쑤셔도 의자에 붙이고 앉아 책을 떼야 합니다.”(성시경)
성시경은 2017년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기초를 다지는 시기에 전통적인 학습법을 택했다. 아침에 일어나 최소 2시간, 잠들기 전에는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1시간씩 책을 보며 일본어와 한국어를 노트에 적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부한 결과, 1년 반 만에 일본어능력시험(JLPT) 최고 등급인 N1을 취득했다.
성시경은 한 방송에서 “잘하고 싶다는 동기가 중요하다. 고통스럽고 불안하고 앞이 전혀 보이지 않더라도 그 상태로 계속하다 보면 ‘어, 언제 이렇게 늘었지?’ 하는 순간이 온다”라고 말했다.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을지 상상만 해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2018년부터 NHK 한글 강좌에 고정 출연한 것도 동기 부여가 됐다. 방송에서 일본인 시청자들에게 일본어를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해부터 일본어 방송 ‘보이는 라디오(見えるラジオ)’를 진행하며 감미로운 목소리로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이후 2022년 시즌2까지 모두 28회를 이어 갔다.
그의 일본어 실력도 처음엔 어눌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N1을 취득한 뒤 어휘력이 크게 늘었다. 시즌2에 이르러서는 일본어로 생각하고 말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일본에 갈 수 없었던 시기에는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 나오는 생생한 음식 리뷰 묘사를 흉내 내고, 만담 영상을 보며 일본인 특유의 말투나 몸짓을 따라 했다.
2023년 유튜브에 공개된 ‘성시경의 일본어 함께하기’(10회)는 일본 노래를 한 곡씩 골라 가사를 한국어로 해설하는 콘텐츠다. 가사를 중시하는 발라드 가수인 그가 직접 고른 곡들인 만큼 시대를 초월한 명곡들이다. 익숙한 노래지만 그의 한국어 해설과 함께 들으니 가사의 의미가 한층 깊이 다가왔다. 한국의 일본어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이지만, 내게는 한국어 공부에도 도움이 됐다. 그의 일본어에는 다소 한국어적인 표현도 있지만, 오히려 내가 한국어로 말할 때 참고가 됐다. 내게 굉장히 유익한 콘텐츠였다.
2025년 시작한 예능 ‘미친맛집’은 현재 시즌6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성시경의 일본어 실력은 상대와 상황에 맞춰 적절한 어휘와 표현을 골라 쓸 수 있는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해 11월에는 일본 후지TV의 프로그램 ‘치도리의 오니 렌짱(千鳥の鬼レンチャン)’에 출연해 빼어난 가창력과 일본어 실력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한국의 대스타가 낯선 일본 무대에서 분투하는 모습이 공감을 일으켜 일본 내 대중 인지도도 크게 높아졌다. 이제 그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콘서트와 음악 프로그램은 물론 버라이어티 예능까지, 언어와 노래, 음식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그는 전통적인 어학 학습법을 바탕으로 동기와 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히 공부하며 흥미를 잃지 않도록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골라 실력을 키웠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배운 표현은 실제로 사용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일본인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일본인 특유의 말투와 유머 감각까지 익혔다.
학생들에게서 종종 “어떻게 하면 일본어를 잘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면 “성시경처럼 해보세요”라고 답하고 싶다. 성시경은 자신의 일본어 실력을 두고 “머리가 좋아서라는 말은 하지 말아 달라”고 한다. 그만큼 노력한 결과라는 뜻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외국어 학습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이도 있다. 하지만 외국어 학습과 다중 언어 사용이 인지건강뿐 아니라 신체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2025년 ‘네이처 에이징’). 어학 공부에 쏟는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다. 성시경이 보여준 노력을 본보기 삼아 각자의 학습법을 찾고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60728/134383308/2(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