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칼럼: [전규열 칼럼] ECB·일본 이어 한국도 긴축 시계…"물가안정이 최우선"
美연준, 기준금리 동결…연내 인상 가능성 시사

최근 세계 경제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중동 전쟁이 종전 협상에 접어들며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열릴 전망이지만, 에너지 가격 급등이 남긴 인플레이션 압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각국 중앙은행들은 ‘성장’보다 ‘물가 안정’을 우선하는 정책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해 금리를 인상했고, 일본 역시 30여 년간 유지해 온 초저금리 정책을 수정하며 금리 인상에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또한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늦기 전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취임 이후 이어진 그의 발언은 단순한 정책 방향을 넘어,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위험을 경고하는 메시지에 가깝다.
우선 수입 물가 상승이 문제다. 중동발 에너지 충격과 원화 약세가 맞물리며 물가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집값이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빚투’가 재개되면서 가계부채는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환율에 대한 시각이다.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는 수출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신 총재는 이를 다르게 본다. 환율 상승이 금융 시스템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화 부채 부담이 커지면 금융기관이 대출을 줄이게 되고, 이는 결국 유동성 축소와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지표만 보면 상황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반도체 수출 회복으로 성장률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훨씬 복잡하다.
가계부채는 여전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며, 고금리 부담은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환율은 1,500원 안팎에서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이는 기업의 비용 부담과 소비자 물가 상승을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금리를 올리면 내수가 위축되고, 동결하면 자본 유출과 환율 불안이 우려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선택이다. 저금리 시대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경제를 지탱하기 어렵다. 고금리를 ‘새로운 기본값’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해법은 비교적 명확하다. 첫째, 한국은행과 정부의 역할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물가와 금융 안정을 책임지고, 정부는 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을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둘째, 원화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외환시장의 24시간 개방과 원화 결제 인프라 확대는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역외 시장에서의 환율 변동성을 줄이고 금융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셋째, 경제 주체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가계는 과도한 차입을 줄이고, 기업은 신기술 투자와 구조 개선을 통해 고금리 환경에서도 지속 가능한 체질을 구축해야 한다. ‘빚에 의존한 성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하반기 한국 경제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성장 속도를 다소 늦추더라도 체질 개선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방식에 의존해 위험을 키울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신 총재의 금리 인상 메시지는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도 비관도 아닌,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한 대응이다.
전규열
경영학 박사
폴리뉴스 편집국장 겸 부사장
국회입법지원위원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한국소통학회,한국지역언론학회 대외협력이사(전)
<저서>이것만 알면 경제인싸 외 다수
<원문출처>
폴리뉴스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4364(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