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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주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 칼럼: "사야 할까, 팔아야 할까" 강세장에서 다시 묻는 투자의 원칙

대한민국 증시 역사상 이렇게 가파른 상승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 코스피 5000 시대가 꿈인 줄 알았는데, 5000을 넘어 7000, 혹자는 1만 포인트를 입에 올리는 시대가 됐다.

 

이미 투자한 사람은 지금이라도 팔아서 이익을 챙겨야 하는가”, 아직 투자하지 않은 사람은 “지금이라도 사야 하는가” 고민하게 되는 시기다. 이런 고민에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이번 호에서는 “나는 어떤 원칙으로 투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주가가 고공 행진을 하는 요즘, 주식을 팔까 살까 하는 고민은 서로 정반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는 같다.

 

모두 오늘의 가격에 시선이 묶여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늘 시장의 하락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시장의 상승도 이렇게 사람을 흔든다. 누군가에게는 더 큰 수익에 대한 욕심을, 누군가에게는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까?

 

이미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너무 많이 오른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시장이 오르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또 다른 걱정이 밀려온다. 평가이익이 커질수록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 것 같고, 이익을 확정해 두지 않으면 그동안의 수익이 한순간에 사라질 것만 같다.

 

단기간의 가파른 상승은 자연스럽게 버블 논쟁도 불러온다. 시장 한편에서는 “너무 과열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물론 이번 상승을 단지 ‘버블’이라는 단어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가능성,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의 확대, 그 흐름 속에서 커지는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중요성 등 변화하는 산업 구조와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상승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장에는 늘 그럴듯한 상승과 하락의 근거가 동시에 존재한다. 결국 어느 쪽이 맞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누구도 답을 알 수 없는 상황임에도, 많은 투자자는 ‘오늘의 가격’에 반응한다. 지금이 역사적 고점일 수도 있고, 몇 년 뒤 돌아보면 아직 상승장의 초입에 불과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많은 투자자는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사실 자체보다, 지금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투자 판단은 장기적인 원칙보다, 당장의 가격 움직임으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Just Keep Buying》의 저자 닉 매기울리는 이런 상황에 흥미로운 조언을 건넨다. 시장을 예측하려 애쓰기보다, 꾸준히 시장에 남아 있으라는 것이다.

 

매주 혹은 매달 일정 금액을 꾸준히 투자하는 방식은 어떤 시기에는 비싸게 사고, 어떤 시기에는 싸게 사는 결과를 만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과정 자체가 투자자를 시장 안에 오래 머물게 만든다는 점이다.

 

동시에 이는 소득의 일정 부분을 지속적으로 자산 형성과 성장에 연결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이 무조건 버티라는 뜻은 아니다. 투자 역시 결국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만약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가까운 시일 안에 반드시 사용해야 할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일부 이익을 실현하고 자산의 변동성을 줄여둘 필요가 있다.

 

앞으로 1~2년 안에 사용할 생활자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반대로 재무목표까지 아직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다면, 단지 고점 같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을 떠날 필요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재무목표와 투자 기간에 맞는 투자 원칙을 세우고 지켜나가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할까?

 

아직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의 고민은 결이 조금 다르다. “지금 들어가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닐까.” 주가지수가 오를수록 마음은 오히려 더 조급해진다.

 

여기저기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뉴스에서 연일 신고가 소식이 흘러나오다 보면 한 가지 생각이 점점 자리를 잡는다. “나만 이 흐름에서 빠져 있는 것 아닐까.”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심리다. 사람은 돈을 잃는 것만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들은 기회를 잡는데 나만 놓쳤다는 감정도 그에 못지않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특히 강세장에서 느끼는 소외감은, 어쩌면 시장 하락장에서 느끼는 공포보다 사람을 더 크게 흔든다.

 

문제는 이 감정이 커질수록 사람들의 시선이 장기적인 자산 성장보다, 지금 가격이 비싼지 싼지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점이다. “지금 사면 너무 비싼 것 아닐까”, “조금만 기다리면 더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기다리는 사이 더 큰 조정이 올 수도 있고, 반대로 조정 없이 계속 상승할 수도 있다. 게다가 기다리던 조정이 온다 하더라도, 이미 그 가격이 과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일 수도 있다.

 

결국 많은 사람이 더 좋은 타이밍을 기다리다가 시장 밖에 오래 머무르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큰돈을 한꺼번에 투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방향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내가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자금을 갖추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다. 재무목표 달성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고,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있다면 지금 당장 투자해도 된다.

 

장기적인 자산 성장을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 ‘완벽한 진입 시점’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도 있다. 투자 기간도 충분하지 않고, 투자할 자금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포모 심리만으로 무리하게 빚을 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조급함으로 시작한 투자는 작은 변동성에도 쉽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결국 성공적인 투자는 시장의 열기에 휩쓸려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무 상황과 원칙 안에서 시작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시장의 다음 움직임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더불어 시장을 우리가 통제할 수도 없다. 그러나 투자 원칙은 스스로 통제하고 정할 수 있다. 결국 흔들리지 않는 투자, 좋은 투자는 내가 통제할 수 있고 정할 수 있는 투자 원칙을 꾸준히 지켜가는 것이다.

 

다시 되새겨야 할 투자 원칙 5

 

첫째, 투자 목적 없이 투자하지 말자. 투자는 단순히 돈을 불리는 게임이 아니라 결국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노후 준비, 자녀 교육처럼 분명한 투자 목적부터 수립하자. 특히 5년 이상의 장기 목표를 위한 자금 이라면, 투자를 망설일 이유도, 시장의 단기 변동에 일희일비할 이유도 없다.

 

둘째, 타이밍보다 꾸준함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언제 사고 언제 팔지를 고민한다. 그러나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지속적으로 맞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 안에 오래 머무는 일이다. 타이밍을 맞추겠다고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사람보다,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그냥 머물러 있는 사람이 결국 더 큰 자산을 만든다.

 

셋째,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투자하자.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는 시간이다. 시간은 단기적인 변동성을 완충해 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 안에 반드시 써야 할 생활자금이나 단기 목표 자금까지 무리하게 투자해서는 안 된다. 투자 기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자금으로 투자해야 시장의 흔들림을 견딜 수 있다.

 

넷째, 목돈이 있어야만 투자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자. 투자는 큰돈이 모인 다음에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목돈 일시 투자가 더 위험하다. 매주, 매달 일정 금액을 적립식으로 투자하자.

 

이 방법은 변동하는 시장 자체를 꾸준히 사 모으는 방법이기도 하다. 주식을 적금처럼 모아 가다 보면 시장 자체를 시간에 걸쳐 사들이는 셈이 되고, 그 흐름 안에서 시장의 성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

 

다섯째, 투자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여전히 손실 가능성 때문에 투자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투자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물가가 오르는 동안 현금의 실질 구매력은 말없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금의 100만원은 물가 2% 상황에서 20년 후 67만원, 30년 후 55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물가 이상의 구매력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인생 가장 장기목표인 노후자금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

 

<원문출처>

고려아연 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