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주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 칼럼: 연금·해외주식·배당 투자 체크리스트

2026년, 개인과 가계의 자산관리 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금융정책과 제도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노후 소득 제도의 개편,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자산 선택에 영향을 주는 세제 변화가 대표적이다. 이번 호에서는 2026년 주목해야 할 주요 금융정책과 제도 변화를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가 노후 설계와 자산 배분, 투자 전략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짚어본다.
1. 은퇴자의 ‘현금흐름’ 강화
2026년 연금제도 변화는 은퇴 이후 안정적인 소득보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은퇴자의 경제활동을 장려하고 자산의 조기 고갈을 완화함으로써, 보다 지속 가능한 노후 소득 구조를 구축하려는 정책 방향이 담겨 있다. 이번 제도 변화의 핵심은 노령연금 감액제도의 개선과 퇴직연금의 장기 수령을 유도하기 위한 ‘20년차 50% 감면’ 구간의 신설이다.
첫째, ‘일하는 고령자’의 연금을 지켜주는 노령연금 감액제도의 개선이다. 그동안 은퇴자들이 재취업이나 경제 활동을 주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국민연금이 감액되는 구조 때문이었다. 기존에는 ‘A값(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월액, 2025년 기준 약 309만 원)’을 초과하는 근로 및 사업소득금액(임대소득 포함)이 발생할 경우, 초과 금액에 따라 연금액이 5%에서 최대 50%까지 단계적으로 감액됐다(여기서 소득금액은 단순한 급여 수준이 아니라, 근로소득공제나 필요경비 등을 차감한 세법상 소득금액을 의미한다). 2026년 6월 17일부터는 감액 기준이 ‘A값 + 200만 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된다(A값 초과분이 200만 원 이상이어야 감액됨). 즉, 근로소득공제 등을 반영한 월 소득금액이 약 509만 원(A값 309만 원 + 200만 원) 미만인 경우에는 국민연금이 전혀 감액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은퇴 이후 재취업이나 경제 활동을 하더라도 연금을 온전히 수령하면서 소득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는 ‘일할수록 손해’라는 기존 제도의 역설을 완화하고, 은퇴 이후에도 보다 적극적인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하려는 정책적 변화로 볼 수 있다.
둘째, 장기 수령을 유도하는 퇴직연금 ‘20년 초과 50% 감면’ 구간의 신설이다.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받을 경우 퇴직소득세가 그대로 부과되지만, 이를 연금 형태로 나누어 수령하면 세금 부담이 낮아진다. 즉,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원래 부담해야 할 퇴직소득세보다 낮은 수준의 연금소득세가 적용되는 구조다. 기존 제도에서는 연금 개시 후 10년차까지는 수령하는 연금에 대해 퇴직소득세의 70% 수준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되고, 11년차 이후에는 60% 수준이 부과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2026년부터는 21년차 이후 수령하는 연금에 대해 퇴직소득세의 50% 수준을 적용하는 구간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장기 수령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가 한층 강화된다. 이는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소비하기보다 연금 형태로 장기간 분산 수령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노후 자산의 조기 고갈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확보하도록 설계된 제도적 변화라 할 수 있다.
2. 서학개미의 귀환? RIA가 던지는 신호
2026년 상반기 금융시장의 가장 주목받는 정책은 단연 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 국내시장 복귀계좌)의 도입이다. 이는 해외주식에 쏠린 자금을 국내로 되돌려 증시를 부양하고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제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자산 운용의 걸림돌이었던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RIA의 핵심은 ‘빨리 돌아올수록 혜택이 크다’는 점에 있다. 해외주식을 매도하고 국내로 복귀하는 시점에 따라 양도소득세 감면 비율이 차등 적용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6년 1분기인 3월 말까지 복귀할 경우 양도소득세가 100% 면제되어 사실상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후 2분기(6월 말)까지는 80%, 하반기(12월 말)에는 50%로 감면 폭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3,000만 원에 매수한 미국 주식을 1분기에 5,000만 원에 매도하여 RIA로 복귀한다면, 기본공제를 제외하고 약 385만 원에 달하던 세금((2,000만 원 ? 250만 원) X 22%)을 단 한 푼도 내지 않게 된다. 다만 파격적인 혜택만큼 사후 관리 조건은 까다롭다. 이를 어길 시 감면받은 세금이 추징될 수 있으므로 세 가지 필수 조건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첫째, 대상의 제한이다. 이 제도는 2025년 12월 23일까지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 및 해외상장 ETF에만 적용된다. 이 주식을 RIA 계좌로 입고(이체)시킨 후 매도해야 혜택을 받는다. 정책 발표 이후 새롭게 매수한 종목은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둘째, 한도의 기준이다. 1인당 매도금액 기준 5,000만 원까지 혜택이 주어지는데, 이는 수익금이 아닌 ‘전체 매도 금액’ 기준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을 우선적으로 매도하여 RIA에 담는 것이 절세 효과를 높이는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투자 유지 조건이다. RIA 계좌로 유입된 자금은 반드시 국내주식이나 국내주식형펀드(ETF 포함)에 투자해야 하며, 이를 최소 1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단, 국내 주식 투자로 번 납입 원금 초과 수익은 수시 출금 가능). 계좌 내에서 국내 종목 간 교체 매매는 자유롭게 허용되지만, 자금을 현금화하여 출금하거나 다시 해외주식을 매수하는 행위는 제한된다. 특히 주의할 점은 이른바 ‘이중 플레이’에 대한 페널티다. RIA를 통해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 동시에 일반 계좌를 통해 해외주식을 다시 사들일 경우, 2026년 중 발생한 해외주식 순매수 금액에 비례하여 공제 혜택이 삭감된다. 정부가 해외 투자 자금의 실질적인 국내 환류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무늬만 복귀’하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결국 RIA는 고환율 시대의 외환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고 국내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국가 차원의 핵심 지원 전략이라 할 수 있다.
3. 배당세는 낮추고 거래세는 높이고: K-장기투자의 유도
2026년 주식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키워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본격 시행과 ‘증권거래세 인상’이다.
먼저, 고배당 기업 주주들에게 주어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특례 부분을 살펴본다. 기존에는 배당금이 연 2,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어 최고 45%에 달하는 소득세율을 적용받았다. 하지만 2026년부터는 고배당 기업의 배당금에 대해 14~30% 수준의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지방소득세 10% 별도). 분리과세 세율은 배당소득 규모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2,000만 원 이하 14%, 3억 원 이하 20%, 50억 원 이하 25%, 50억 원 초과분 30%). 예를 들어 배당소득이 5,000만 원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기존 제도에서는 2,000만 원을 초과하는 3,000만 원이 다른 소득과 합산되어 종합소득세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분리과세를 선택할 경우, 해당 3,000만 원에 대해 20% 세율로 과세가 종결된다. 이는 배당 성향이 높은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국내 투자 유인이 된다. 여기서 핵심은 ‘고배당 기업’의 기준이다. 배당성향(기업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중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비율)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금을 10% 이상 늘린 기업이 그 대상이다(간접투자에서 발생한 배당금 및 분배금은 제외). 이러한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은 단순히 배당만 많이 주는 기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이익 창출 능력과 주주 환원 정책을 동시에 갖춘 기업이라는 의미다. 즉, 정부가 세제 혜택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주주와 나누는 우량 기업에 장기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반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잦은 매매, 즉 ‘단타’에 대해서는 명확한 ‘채찍’을 들었다. 그동안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전제로 단계적으로 인하되어 왔던 증권거래세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함께 2026년부터는 다시 0.2%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었기 때문이다(코스피 기준 0.15%에서 0.2%로 상향). 증권거래세는 투자자가 이익을 냈든 손실을 냈든 상관없이 ‘주식을 파는 행위’ 그 자체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1억 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할 경우 증권거래세는 20만 원이다. 여기에 증권사 매매 수수료까지 더해지면 거래 비용은 더 늘어난다. 단기 매매를 반복하는 투자자라면 이 비용은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증권거래세 인상은 서로 다른 방식의 정책이지만,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단기 거래 중심의 시장 구조를 완화하고, 배당과 기업 가치에 기반한 장기 투자 문화를 강화하려는 정책적 시그널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금융정책과 제도의 개편은 정부가 바라보는 지향점과 개인 및 가계의 의사결정 방향을 보여주는 나침반이라 할 수 있다. 세제 혜택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고, 단기 매매보다 장기 투자를 유인하며, 은퇴 이후 안정적인 소득 구조를 구축하도록 설계된 정책 변화는 개인의 자산 배분과 노후 설계 전략을 재구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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