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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글로벌 신냉전… 역행하는 방첩사 해체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국군방첩사령부의 모체는 1949년에 설치된 육군정보국 ‘방첩대’다. 대한민국 정부만큼이나 오랜 기간, 북한과의 대치 속에 군 내부 방첩·보안·수사·신원조사 등 국가안보의 핵심 기능을 담당해 왔다. 시대 변화와 정치적 환경에 따라 명칭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그 본연의 기능은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다.

국방부 장관 직속 민관군 특별자문위원회가 지난 8일 방첩사 기능을 국방부 조사본부·국방안보정보원·중앙보안감사단으로 분산하고, 논란이 됐던 동향 조사 기능 등은 폐지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표면적으로는 민주적 통제와 권한 분산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론 군 방첩 기능의 중심축 해체에 가깝다.

문제는, 일부 정치적 논란과 조직 전체의 존립을 동일 선상에 놨다는 점이다. 방첩사를 둘러싼 논란은 법과 제도로 바로잡으면 될 문제이지,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전문 조직을 해체해야 할 사유는 아니다. 더 심각한 쟁점은 안보 공백이다. 이미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이 폐지된 상황에서 방첩사마저 해체된다면, 대한민국은 군 내부 보안과 방첩 역량에서 중요한 전문 축을 잃게 된다. 기능이 분산되면 책임 소재는 불분명해지고, 대응 속도와 정보 연계는 구조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방첩사의 활동은 기밀 유지의 특성상 성과가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공식 수사나 재판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위협을 선제적으로 관리·차단하는 것이 주요 임무여서 더욱 그렇다. 방첩사는 지난 수십 년간 군 내부 간첩망과 장기 잠복 공작원 색출 등 대공 전선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 왔다. 이는 첩보 수집, 내사·감시, 증거 확보, 체포·심문 등이 장기간에 걸쳐 하나의 기능으로 작동했기에 가능했음이 분명하다.

특히 전시 대비 기밀 보호와 작전 안전 확보에서 방첩사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했다. 한미 연합훈련, 작전계획, 전략자산 전개와 같은 고급 군사 정보에 대해 인적·기술적 유출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차단함으로써 군사 보안을 지켜왔다. 이는 군 내부를 깊이 이해하는 전문 조직만이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다. 방산 분야에서도 국산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의 기술 탈취 시도 다수가 미수 단계에서 차단됐다. 방첩사의 신원조사와 장기 내사, 기술 보안 점검이 결합한 결과다.

북한은 인민군 정찰국을 바탕으로 대남·해외 첩보를 총괄하던 정찰총국을 최근 ‘정찰정보총국’으로 확대 개편했다. 위성정찰, 사이버 작전, 정보 분석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우리의 방첩·대공 기능 약화를 면밀히 계산한 전략적 움직임이다. 신냉전 시대를 맞아 정보·방첩 역량 강화는 세계적 추세다. 일본은 각 성·청과 기관에 흩어진 정보를 통합·분석·처리하는 국가정보국 설치를 추진 중이다. 영국은 국가사이버포스(NCF)를 신설해 사이버전과 정보작전을 통합했고, 대만과 호주도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정보기관을 재편하고 있다.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중요하다. 방첩사 역시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있었다면 제도적 통제와 투명성 강화로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통제의 해법이 해체일 필요는 없다. 전문성과 즉응성을 요구하는 군 방첩 기능을 해체하는 것은 기능 포기에 가깝다. 해체 아닌 책임 강화가 정답이다.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원문출처>

문화일보 https://www.munhwa.com/article/11560474?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