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칼럼: [전규열 칼럼] 1500원 위협 환율, 한국 경제 구조에 대한 메시지
성장률 제고와 구조 개혁 및 기업 투자 환경 글로벌 스탠다드화
![원/달러 월평균 환율이 상승세를 보인 21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12/717474_532137_4558.jpg)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넘어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 달러 부족이나 일시적 투기 수요로 설명하기 어렵다. 현재의 고환율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외견상 외환시장 불안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졌다는 신호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2%를 밑도는 수준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반면, 미국은 빅테크·서비스 혁신을 바탕으로 2%대 중반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10여 년 전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던 구도는 완전히 역전됐다. 중국의 추격으로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주력 산업의 수익성과 시장 지위도 예전만 못하다. 그 결과 원화 자산의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시장은 원화를 ‘성장하는 통화’가 아닌 ‘정체된 통화’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올해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규모인 연간 1100억 달러 안팎의 흑자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환율이 올라가는 이유는, 벌어들인 달러보다 밖으로 나가는 자본 유출이 더 크기 때문이다. 18일 기준 미국 연방준비제도 기준금리는 3.50~3.75%로, 실질 유효금리는 3%대 중반 수준 이다.반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5%에 머물고 있다. 3년째 이어진 금리 역전은 원화 자산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고 달러 자산 선호를 구조적으로 고착시키고 있다. 국민연금과 기관·개인의 해외투자가 누적되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상쇄하고도 남는 규모의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의 투자 기피는 경기순환 차원을 넘어 제도의 경쟁력 저하의 결과다. 유연하지 못한 노동시장, 높은 준조세 부담, 복잡한 규제 체계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비교해 비용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에 투자할 요인이 적어지면, 기업은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고 달러를 해외에 쌓아두려 한다. 이는 원화로 환전돼 국내로 들어올 자금을 줄여, 결과적으로 원화 가치에 상시적인 할인(일종의 ‘원화판 코리아 디스카운트’)을 부과한다. 시장이 보는 것은 현재 환율이 아니라 미래 원화 가치에 대한 신뢰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수입 물가도 함께 상승했다.[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12/717474_532138_4959.jpg)
고환율은 단순한 환율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원자재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입장에서, 환율 10% 상승은 수입 물가를 6~7%가량 끌어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폭이 커지는 와중에도, 수입 물가는 두 자릿수에 근접하는 상승 압력을 반복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도 한국은행 목표(2%)를 상회하는 2%대 중반을 넘나들며, 서민·자영업·중소기업의 실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고환율·고물가·소비 위축이 겹치며 자영업 매출 감소, 중소기업 수익성 악화, 대기업과의 격차 확대로 이어지는 ‘환율발 양극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환율이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펀더멘털을 훼손하는 단계에 왔다는 점이다. 환율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물가 상승이 실질소득과 소비를 줄여 성장률을 떨어뜨리면, 다시 한국 자산에 대한 매력이 줄어 원화 약세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해법은 외환시장 개입이나 특정 기관에 달러 매도를 압박하는 땜질식 단기 처방이 아니다.
첫째, 잠재성장률을 실질 2% 이상으로 끌어올릴 구조개혁과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
둘째, 노동·조세·규제 전반에서 기업 투자 환경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끌어올려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본을 국내로 되돌려야 한다.
셋째, 재정 건전성과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통해 ‘원화 신뢰 프리미엄’을 회복해야 한다.
1500원에 근접한 환율은 글로벌 시장이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과 제도 환경을 평가한 성적표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환율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에 머물지 말고, 성장률 제고와 기업 투자 환경 개선을 통해 경제 성장엔진을 살리고, 원화의 실질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전규열
경영학 박사
몰리뉴스 부사장(정치경제 본부장)
국회입법지원위원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중소벤처기업부 자문위원(전)
<원문출처>
폴리뉴스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74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