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시대, 바다를 다시 생각하다] “‘한·중·일 바다 삼국지’ 수업, 패권 아닌 공존의 지혜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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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해 개념이 없던 시기의 바다는 강대국에 의해 독점됐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바다 항해권과 통상권을 두고 대립하던 시절, 바다는 토르데시야스조약(1494년)에 따라 남북으로 양분됐다.
포르투갈에 복속된 브라질만 포르투갈어를, 라틴아메리카의 나머지 나라들은 스페인어를 사용하게 된 배경이다. “오래된 과거가 현재를 여전히 규정하고 있는 상징적인 사례”라는 양 소장의 말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바다를 둘러싼 논쟁은 4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세기 초부터 바다는 인간이 점유할 수 없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물이라는 ‘자유해론’과 해양은 물리적으로 지배 가능하고 국가의 점유에 따라 해양을 영유할 수 있다는 ‘폐쇄해론’이 대립했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연안 일부 수역은 연안국의 배타적 관할권을 인정하고 그 밖은 해양자유원칙 주장을 수용하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지금처럼 영해, 접속수역, 배타적 경제수역, 대륙붕, 공해 등의 개념이 확립된 시기는 유엔해양법협약이 채택된 1982년 이후다.
그동안 바다에서는 늘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다른 나라 사이에 벌어지는 해양갈등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세계해상 운송량의 20% 이상, 동아시아 국가의 중동원유 수입량의 90%가 통과하는 말라카 해협에서 강대국에 의한 분쟁이 일어나 해상교통이 마비되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의 석유, 가스 비축량이 6개월 정도인 상황에서 나라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중·일, 바다를 둘러싼 신경전 = 우리나라에서도 바다를 접하고 있는 중국 일본과 크고 작은 갈등이 있다. 중국 일본과 우리나라는 아직 해양 경계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 중국은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대규모 철골 구조물을 설치해 문제를 일으켰다. 이 지역은 한·중 간 배타적 경제수역이 겹치는 수역으로 일방적인 시설물 설치나 지하자원 개발 등을 자제해야 하지만 중국이 구조물을 설치한 것은 향후 황해(서해)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은 최대 200해리까지 선포할 수 있지만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 바다 폭은 250해리인 곳도 있다. 겹치는 바다의 경계를 정하는 게 경계획정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2015년부터 매년 황해를 대상으로 해양경계획정 회담을 진행해 왔다. 동해에서는 우리나라 해양조사선이 운항할 때 종종 일본과 갈등이 벌어진다. 일본과는 2010년까지 회담을 진행했지만 그 이후에는 중지된 상태다.
경계선을 나누는 작업은 지리, 지질, 자원, 해양법, 해도와 축척 등 여러 학문을 종합해 접근한다.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협상을 진행해 국가에 도움이 되도록 협상을 이끌 전략과 기법이 필요하다.
양 소장은 “협상은 단순해 보이지만 첨예한 수싸움”이라며 “상대의 입장을 존중해 합의를 도출해야 하며 경제성이 있고 지속가능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은 해양주권과 관련한 이슈들을 접하면서 우리 바다의 경계선을 그려보고 협상에 참여할 때 고려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김유림 학생은 “해양영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우리들 눈높이에 맞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셔서 흥미진진했다”며 “해양경계를 정하는 방법이나 각 나라의 바다를 둘러싼 다툼 등을 배울 수 있어 알찬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양자지리정보시스템’으로 영해·해역 데이터 분석 실습 = 다음 날인 2일차 수업에서는 해양영토를 주제로 공간정보(지리정보)의 기초 개념을 이해하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양자지리정보시스템(QGIS)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했다. 김재명 서경대 도시공학과 교수의 강의로 학생들은 GIS 도구에 대한 기초적 기능을 학습하고 편집한 데이터를 분석, 해석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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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탐구주제 선정을 돕고 있는 김재명 교수
김 교수는 “이 수업의 목표는 공공데이터포털에서 제공하고 있는 영해기점 무인도서, 한·일 중간수역, 조업자제해역, 해양보호구역 등 영해·해역 관련 데이터를 가져와 탐구 주제에 맞게 분석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영해기점을 기반으로 해양 보호구역을 침범하지 않는 안전한 관광코스 설계하기’와 같은 주제가 있다면 공간분석도구를 활용해 보호구역과 관광 포인트의 공간적 관계를 분석하고, 버퍼·회피구역설정, 관광포인트분석 등 실질적인 해양관광코스를 설계할 수 있다.
수업에 참여한 정현아 학생은 “지도상에서 원하는 장소에 점·선·면을 만드는 방법으로 시각화된 데이터를 만들어 자료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지리뿐 아니라 역사, 사회현상 등 여러 분야에서 특정 장소의 분포와 영향을 나타낼 때 유용하게 활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 막바지에 학생들은 인터넷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자료를 찾아보며 조별 탐구 주제를 탐색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우리나라 해양 식생 분포의 변화, 해저터널의 경제적 효과, 해저 광물자원 확보 방안, 중국의 불법조업 감시 방안 등 다양한 주제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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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지리정보시스템(QGIS) 을 실습하고 있는 학생
정해윤 학생은 “국가들이 육지를 더 넓힐 수 없으니 바다를 넓히려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중국과의 해양경계협상에 대해 깊게 조사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음달 초까지 진행할 3차 수업에는 각자 탐구 활동을 한 결과물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교별로 우수한 탐구 활동을 한 팀은 10월 16일에 진행하는 학교별 우수보고서 발표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원문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