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국제 대응 절실해진 중국계 범죄 조직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국가정보원이 22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캄보디아 스캠(사기) 범죄 조직에 가담하는 우리 국민이 최대 2000명이며, 범죄 단지는 프놈펜과 시아누크빌을 포함해 50여 곳에 가담 종사자가 약 20만 명에 이른다고 보고해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제기구와 인권 단체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동남아 일대에서 중국계 폭력 조직이 국제적 범죄 네트워크로 확장하고 있음을 경고해 왔다.
이 조직은 단순한 범죄 집단 수준을 넘어선다. 사이버 기술, 가상화폐, 노동 착취, 금융 사기가 결합된 복합형 폭력 경제 네트워크로 조직 구조와 작동 방식은 국제 테러 조직과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 이들은 군사적 수준의 위계와 통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총책은 중국 본토나 홍콩에서 자금과 명령을 관리하며, 암호화된 통신망을 통해 현지 거점을 통제한다. 하부 조직은 역할별로 세분화하기 때문에 외부 접근이나 전체 구조를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다.
조직은 공포를 통제의 핵심 수단으로 삼는다. 배신하거나 탈출하다 붙잡히면 가혹한 고문이나 살해로 이어지며, 피해자는 폭력과 협박 속에서 사기나 인신매매에 동원된다. 이러한 방식은 조직 결속을 강제하고 활동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주요 활동 무대는 사이버 공간이다. 사회관계망(SNS)과 구직 플랫폼에 ‘고수익 해외 알바’나 ‘정보기술(IT) 리모트 근무’를 내세워 사람들을 유인한 뒤 납치하고 강제노동에 투입한다. 온라인은 이들의 리크루팅 전장이자 수익 창출의 허브다.
조직 활동의 배후에는, 법 집행의 한계와 권력층·공무원·경찰과의 결탁이 자리 잡고 있다. 뇌물과 거래로써 단속망을 피하며, 불법 거점을 합법적 사업체로 위장한다. 이슬람 테러 조직이 ‘종교적 후원국’을 배경으로 한다면, 이들은 ‘정치적 기생 구조’ 위에서 존재한다. 테러 조직이 이념과 선전·선동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반면, 금전적 이익을 목표로 사이버 사기, 인신매매, 자금세탁 등 복합 범죄로 운영되는 국제적 폭력 경제 네트워크다.
심리·선전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부패 척결, 사법 공조, 불법 자금 추적 등 다층적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
첫째,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나 아세아나폴(ASEAN 경찰기구) 및 대테러·마약정보협력체 등과 실시간 정보 공유망을 구축하고, 부패 연루 공무원과 정치 세력에 대한 국제 제재 및 비자 제한 등 실질적 압박을 병행해야 한다. 둘째, 가상화폐와 다크웹을 통한 불법 자금 흐름에 대한 글로벌 추적망을 강화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 중심의 국내 감시체계도 국제표준에 맞춰 재정비해야 한다. 셋째, 피해자 구조와 인권 외교를 병행해야 한다. 인신매매 피해자 구호·송환 시스템을 강화하고, 국제사회 공동 대응 의제로 삼아야 한다. 넷째, 경찰·외교부·국정원·금융 당국의 대응을 통합하는 대통령실(또는 총리실) 산하의 컨트롤타워 ‘국제범죄 대응 태스크포스’를 상설 운영해야 한다.
중국계 폭력 조직의 범죄가 국가 안보 위협 수준으로 진화하는 만큼, 단발적 단속이나 일시적 대응으로는 풍선효과만 낳을 뿐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긴 안목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버금가는 수준의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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