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통합형 공연예술 창의융합 인재양성 프로그램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네 번째 정기공연 연극 ‘태양 속의 건포도’ 성황리에 개최···연출 최윤지 · 최소원 학우 인터뷰

서경대학교 2025년 통합형 공연예술 창의융합 인재양성 프로그램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네 번째 정기공연 연극 ‘태양 속의 건포도’가 10월 1일(수)부터 4일(토)까지 4일간 평일 오후 7시, 주말 오후 3시 서경대학교 북악관 8층 북악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꿈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되나요? 말라 죽나요? 태양 속의 건포도처럼?” 랭스턴 휴스의 시 구절에서 제목을 가져온 연극 ‘태양 속의 건포도’는 지친 삶 속에서 점점 메말라가는 인간의 꿈을 이야기한다.
1959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사망보험금을 둘러싼 영거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흑백 갈등과 아메리칸 드림을 다룬다. 작가 로레인 한스베리는 이 작품으로 흑인 여성 최초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며 뉴욕 드라마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분리하되 평등하다’는 짐 크로우 법이 위헌으로 판결된 지 5년, 로자 파크스의 버스 보이콧 운동으로부터 4년 후 발표된 ‘태양 속의 건포도’는 당대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작품의 핵심은 단순한 흑백 대립을 넘어 ‘꿈’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향한다.
연극의 배경은 시카고 남부의 낡은 아파트. 유색인종 밀집 지역에서 살아가는 영거 가족은 각자의 꿈을 품고 하루하루를 버틴다. 사업을 통해 성공하고 싶은 월터, 의사가 되고자 하는 여동생 베니사, 가족의 평화를 바라는 루스와 어머니 리나(마마). 그런 그들에게 아버지의 사망보험금 1만 달러가 도착하며, 그 돈을 어떻게 쓸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기 시작한다. 각자의 꿈은 부딪히고, 그들의 갈등은 결국 ‘꿈이란 무엇인가’, ‘누구의 꿈이 더 가치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본 공연은 약 130분간 진행되었으며, 최소원, 최윤지 학우가 공동연출을 맡았다. 출연진은 수, 금 ‘켄타냐팀’의 이우진, 김나래, 진필립, 천사랑, 정수범, 민병규, 홍승완, 조정민, 김태윤, 박시은이 열정적으로 연기를 펼쳤고, 목, 토 ‘지오모팀’은 신준혁, 최윤지, 김유림, 이시우, 한성민, 강용석, 이상혁, 변준영, 이상훈, 박시은이 열연했다.
연극 ‘태양 속의 건포도’ 연출을 맡았던 최윤지 · 최소원 학우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인터뷰: ‘태양 속의 건포도’ 공동연출 공연예술학부 연출전공 최윤지 · 최소원 학우

–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앞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윤지) 안녕하세요. ‘태양 속의 건포도’의 공동연출을 맡은 최윤지입니다. 이번 공연은 최소원 연출과 함께, 그리고 김용준 교수님의 세심한 지도 아래 완성되었습니다. 저희는 서로 다른 시선과 감정을 나누며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갔고, 그 과정 속에서 연극이란 결국 ‘함께 꿈꾸는 일‘이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소원) ‘태양 속의 건포도‘ 공동연출을 맡은, 공연예술학부 4학년 연출전공에 재학하고 있는 최소원입니다.
– 우선 이번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터뷰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태양 속의 건포도‘는 어떤 작품인가요? 작품의 배경과 줄거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윤지) ’태양 속의 건포도‘는 1950년대 시카고 남부의 흑인 가족이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려 애쓰는 이야기입니다. 좁은 집,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도 그들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 작품을 단순한 시대극이 아닌,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꿈의 무게“로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건포도처럼 말라가는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원) ‘태양 속의 건포도‘는 흑백갈등이 팽배했던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 1만 달러를 두고 갈등하는 흑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당시는 흑인은 백인과 버스 옆자리에도 앉을 수 없었던, 옆집에 살 수도 없었던 살얼음판 같은 시대였습니다. 작가 로레인 핸즈베리는 어린 시절, 백인 동네에 이사를 가려고 했다는 이유로 불합리한 탄압과 폭력을 당했고, 이 경험을 배경으로 ‘태양 속의 건포도‘를 집필했습니다.
– 특히 이번 공연을 직접 각·연출하시면서 애정도가 상당히 높으셨을 것 같은데, 공연을 준비하며 특히 신경썼던 부분이 있었나요?
(윤지) 무대는 인물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배우들이 실제로 1950년대 시카고 남부의 작은 가정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삶의 냄새가 묻은 가구와 좁은 생활 동선, 오래된 벽지와 조명이 모두 인물의 감정을 품을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조명 또한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희망이 스며드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도구였습니다. 인물의 감정이 일렁일 때마다 빛이 변하며, 공간 전체가 그 감정에 반응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음향은 당시 시대의 공기를 그대로 불러들이려 했습니다. 라디오의 재즈, 블루스 선율 등 1950년대의 바이브를 통해 관객이 그 시대로 함께 걸어 들어가도록 설계했습니다.
무대, 조명, 음향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며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갈 때, 배우들도 그 안에서 진짜처럼 숨 쉬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이 이번 연출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소원) 흑인 가정의 이야기라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서양 가정이 아니라 ‘흑인 가족‘이라는 것을 다방면에서 표현해야 했습니다. 어투, 취향, 복장, 삶의 방식, 집의 구조, 심지어는 문이 열리는 방향까지도 고민하고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연극은, 완전히 다른 이들의 삶이 무대 위에 펼쳐지는 일입니다. 그 삶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흑인의 삶을 섣불리 표현하면 안 된다는 경계심을 항상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당시 흑인의 삶에는 사람들 앞에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 구타당하지 않고, 인간답게 사는 것조차도 쉽지 않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들의 삶을 섣불리 판단하고 가벼히 여기지 않으려 노력한 것 같습니다.
– 이번 공연의 전반적인 준비과정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윤지) 처음엔 그저 대사를 맞춰보는 시간이었지만, 점점 배우들이 각자의 인물과 삶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연습실에서 웃고 울고, 침묵하는 모든 순간이 작품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어느새 배우들은 대사를 넘어 그 인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연출진인 저와 최소원, 그리고 김용준 교수님은 그 진심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가장 아름답게 빛날 수 있을지를 매일같이 고민했습니다. SM, 무대, 조명, 음향, 의상, 분장팀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보며 움직였고, 그 안에서 ‘연극‘이라는 공동체가 더욱 굳건해진 것 같습니다. 결국 이번 공연은 두 연출이 만든 결과물이 아니라, 모두의 노력이 모여 완성된 한 편의 삶이었습니다.
(소원) 여느 연극 제작 단계와 다르지 않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다 함께 대본을 여러번 읽고 고민하며 인물과 스토리를 구축하고, 배우들이 직접 움직이며 인물을 이해해보고, 그러는 중에도 스텝진과 끊임없이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무대를 제작하고, 음향을 추리고, 조명의 색을 고민하고, 포스터와 팜플릿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들을 거쳤습니다.
계속해서 고민하고 타자화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벽지의 닳은 정도나 인물들의 발음, 말투, 어떻게 걷고 생각하고 말할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당연해보이도록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 공연을 준비하시면서 힘들거나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윤지) 무엇보다 이 극이 가지고 있는 언어를 한국적 감정으로 번역하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단순히 흑인 가족의 이야기로 남기보다,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청년, 부모, 그리고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들리길 바랬습니다. 또한 무대 구조가 섬세해 기술적으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 시간들이 결국 작품의 밀도를 만들어줬습니다
(소원) 연극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고민하여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연기하는 예술입니다. 그렇기에 소통의 과정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모자란 연출을 이해하고 함께 해준 배우와 스텝분들이 아니었으면 무너졌을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 공연이후 연출가님의 계획이 궁금한데 알려주실 수 있나요?
(윤지) 이번 작업을 통해 ‘공간과 감정의 밀도‘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관객이 인물의 내면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고 싶습니다.
(소원) 4학년 2학기를 정리하고 졸업을 할 예정입니다.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고 있지만, 희곡 혹은 연극에 기여하는 삶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각·연출가님에게 연극 ‘태양 속의 건포도‘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나요?
(윤지) 이 작품은 저에게 “희망이 현실을 비추는 법“을 가르쳐준 연극입니다. 리허설 내내, 인물들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 연극인으로서의 꿈을 확인했습니다. 어쩌면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진짜 희망이 무대 위에서 피어나는 순간‘을 본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소원) 아직도 말버릇처럼 ‘태양 속의 건포도‘의 대사와 가사들이 이따금씩 흘러나오고는 합니다. 그만큼 이 작품이 제 안에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희미해지겠지만, 그럼에도 치열하고 충만했던 시간을 보내게 해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공연을 함께한 배우, 스텝, 교수님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윤지) 무대 위에서 삶을 살아낸 배우들, 그리고 그 무대를 지탱한 스태프 모두가 제게는 가족 같은 존재입니다. 서로의 불안과 기쁨을 함께 견디며 만들어낸 시간이 있었기에, 이번 공연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의 길잡이가 되어주신 김용준 교수님과 함께 고군분투 해준 최소원 연출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원) 이 작품을, 모두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홀로 읽던 대본 위에 쓰여있던 제목이 무대 합판 뒤에, 포스터에, 티켓 위에 새겨지는 순간이 올 때 느껴지는 벅찬 감각은 익숙해지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태양 속의 건포도‘가 무대 위에 살아날 수 있게 해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홍보실=장유빈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