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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영 서경대 교수 칼럼: [기고] 마포의 민생 회복, '하나의 고리'로 다시 잇다


    서경대학교 한기영 교수

    마포는 예로부터 한강을 통한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였다. 조선 시대에는 하루 수백 척의 배가 오가던 중요한 포구였고, 삼남 지방의 곡식과 수산물, 강원도의 목재, 그리고 해외의 다양한 물산이 모여들던 곳이다.

    한강변 15개 나루 중 으뜸으로 꼽히던 삼개나루는 전국의 모든 물산이 모이는 곳이었다. 심지어 전라도에서 잡힌 생선도 마포에서 소금에 절여져 다시 경상도로 팔려나갈 정도였다. 해방 후에도 마포나루는 새우젓과 소금 시장으로 명성을 떨치며 삶의 활기로 넘쳐났다.

    마포의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퇴근 후 아버지들의 애환이 담긴 마포갈비 골목의 정겨움,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던 공덕동과 아현동 봉제 공장들, 상인들의 흥정소리로 북적거리던 삼개나루, 이 모든 것은 마포를 굳건히 지탱해 온 삶과 문화의 끈끈한 고리였다. 그러나 오늘날, 그 고리가 끊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2023년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마포구 영세 자영업의 평균 영업 기간은 6.7년으로 25개 자치구 중 최하위다. 또한 마포구 임대료 상승률이 서울시 평균을 웃돌며, 대표적 자영업종인 커피·음료 매장의 폐업률은 여타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포의 정체성이자 핵심 경제 주체인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그동안 마포구는 개별적으로 홍대 레드로드등의 외형적인 관광 정책과 소상공인 정책을 펼쳐왔다. 이러한 정책들은 관() 주도의 획일적 방식으로 진행되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양적인 관광객 유치에만 집중된 정책은 임대료를 끌어올려 기존 소상공인을 밀어내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역설을 낳기도 했다.

    일방적인 관 주도의 개입은 여러 폐해로 나타나기도 했다. 2023년 마포구 레드로드사업 당시, 3200여 점의 그림을 내거는 과정에서 직원 강제 동원 논란이 일며 자발적 참여라는 본래의 취지가 희석된 경험이 있다. 소통 없이 양적인 숫자에만 집중하면, 구민은 없고 만 있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불통으로 논란이 된 마포구 소나무 가로수 문제 역시 이러한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일 것이다.

    성공적인 해외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미국 포틀랜드는 문화 상권 특구제도를 통해 지역 예술가와 소상공인의 임대료를 안정시켜 상권의 정체성을 지켰다. 일본 시모키타자와는 정비중심의 재개발 방식을 택해 기존 상권의 고유한 분위기를 보존하는 데 성공했다. 두 도시의 공통점은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삶을 지키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이제 마포구는 해외의 모범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관료들이 만든 획일적인 정책이 아니라, 오랜 시간 마포에서 삶을 일궈온 소상공인과 주민들이 직접 상권 활성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마포 상인 자율협의체설립을 제도화해야 한다.

    기존의 형식적인 협의체를 넘어, 특화된 상권별로 상인들이 주축이 되는 실질적인 의사결정 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지자체는 이들에게 예산을 위임하고, 전문가 멘토링을 제공하며, 상권 특성에 맞는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로써 정책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현장의 필요와 현실에 맞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둘째, ‘임대료 안정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의 착한 임대인자율 협약 방식은 임대인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상생 협약을 맺은 임대인에게는 재산세 감면, 용적률 상향과 같은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이를 조례로 명문화하여 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마포의 고리를 다시 잇는다는 것은 단지 경제적 지원을 넘어, 공동체의 연대와 상생을 회복하는 일이다. 필자가 제안한 것처럼 소상공인과 주민이 주체가 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제도적 보호장치가 마련된다면, 마포는 새로운 상생의 물길을 다시 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마포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그 위에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때 비로소 마포는 다시 한번 역동적인 삶의 터전으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원문출처>

    데일리한국 https://dai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276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