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기고] 정보동맹을 움직이는 힘

2024년 미 연방검찰은 전 연방정보국(CIA) 분석관 수미 테리를 기소하면서 한국 정보 요원들과의 접촉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2013년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도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듬해 독일 정보기관 직원이 CIA에 기밀을 넘겼다는 의혹까지 나오자 독일 정부는 베를린 주재 CIA 책임자에게 출국을 요구했다. 동맹이라도 정보에는 넘을 수 없는 선이 있다는 얘기다.
동맹국 정보기관은 협력자이면서 방첩 대상이다. 정보 협력은 동맹이라는 이유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동맹끼리도 첩보원의 신원이나 감청·위성 등 수집 수단이 드러날 부분은 제거하고, 생산기관의 동의 없이는 넘기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서로 필요한 정보가 있고 받은 정보를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협력도 깊어진다.
최근 논란이 되는 한·미 간 정보 공유·협력을 둘러싼 불협화음이나 주미 국정원 직원 비자 발급 지연 등도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개별 사건의 시비보다 중요한 건 그 이면에서 실제 정보 협력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지다. 상대 기관이 ‘이 정보는 줘도 된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신뢰도 국가 정보 역량이다. 정보 협력이 흔들린다고 상대가 ‘이제 정보를 주지 않겠다’고 통보하지는 않는다. 같은 사안도 결론만 줄 수도 있고 그 판단에 이른 배경까지 공유할 수도 있다. 신뢰가 흔들리면 정보가 늦어지고 내용이 얇아지거나 핵심 근거가 빠진다. 접촉 상대의 급이 낮아지고 협의가 줄어드는 경우도 생긴다. 정보기관은 무엇을 받았는지만 보는 조직이 아니다. 전에는 주던 무엇을 이번에는 주지 않았는지도 읽어야 한다.
신뢰는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다. 정보의 양과 질, 전달 속도를 좌우하는 자산이다. 민감한 정보가 쉽게 공개되거나 정보원(source)과 수집 수단이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상대는 가장 민감하고 가치 있는 정보부터 공유 범위를 좁힐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안보 위기 때 필요한 정보를 제때 얻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 정보동맹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우리만의 정보 역량도 갖춰야 한다. 미국의 위성·감청 능력이 중요하듯 미국도 우리의 대북 인간 정보와 분석 역량이 필요하다.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체하기 어려운 정보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 줄 것이 있어야 받을 것도 있다.
정보 세계에는 ‘우호적인 국가는 있어도 우호적인 정보기관은 없다’는 격언이 있다. 한·미 정보 협력 논란을 정쟁으로 확대하고 그 과정에서 민감한 정보까지 노출한다면 동맹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제 협력에 문제가 있는지 냉정하게 살피고, 잘못이 확인되면 책임을 묻는 일이다. 동맹에는 신뢰받고 상대에게는 얕볼 수 없는 힘, 그것이 강한 정보기관의 조건이다.
<원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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