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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열 경영학부 교수: [전규열의 경제포커스] "밥상이 멈춘다"··· 애그플레이션의 경고, 식량은 국가 생존 무기다

세계 식량 값 다시 들썩 ··· ‘먹거리 안보’ 대비할 때
원자재·기후·지정학 ··· 가격 관리를 넘어 ‘식량 안보’로 직진할 때
호르무즈 해협 케슘섬 해안에 정박한 유조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글로벌 경제에 또 한 번 강력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FAO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6.0으로, 전월 대비 1.5%, 전년 동월 대비 5.8% 올랐다. 이는 2022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에 도달한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곡물가격지수 역시 122.8을 기록하며 전월보다 5.1%, 1년 전보다 17.2% 급등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주요 곡물 선물 가격 역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밀과 옥수수 가격은 각각 35.06%, 13.91% 상승했으며, 특히 사료와 바이오연료의 핵심 원료인 옥수수는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문제는 이번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정학적 충격, 에너지·비료 가격 상승, 이상기후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복합위기’의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악재가 겹쳤다. 가장 먼저 꼽을 요인은 국제 정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막힌 데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길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뱃길도 불안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 비료 거래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길목이다. 이곳이 막히면 요소·암모니아 같은 질소 비료의 생산과 운송이 흔들린다. 여기에 기름값과 가스값까지 오르면 농민의 생산비가 크게 늘어난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남부 40여Km에 있는 광활한 평야 파종된 밀

날씨도 변수다. 엘니뇨로 인한 가뭄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라니냐로 바뀔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주요 곡물 생산지의 작황이 불안하다. 여기에 각국이 자기 나라 물가를 지키려고 밀, 설탕 같은 농산물의 수출을 막는 ‘식량 보호주의’가 퍼지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글로벌 수급 불안은 한층 격화될 수 있다. 는 점이다. 곡물 시장에서 단순한 가격 상승보다 무서운 것은 수입선 자체가 막히는 ‘물량 조달 차질’이다. 돈을 내고도 곡물을 사 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곡물을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이런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 밀 자급률은 1%대에 그치고, 사료용을 포함한 전체 곡물 자급률도 20% 안팎이다. 가축 사료로 쓰는 옥수수와 밀도 대부분 수입한다.

 

수입 곡물값이 오르면 밀가루·설탕·사료 가격이 먼저 오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빵, 라면, 고기, 외식비까지 번진다. 식료품과 외식은 자주 사는 품목이라 소비자가 가격 인상을 바로 체감하고,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도 커진다.

 

더욱이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은 한 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강하다. 식비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일수록 이 같은 물가 상승 압력에 더욱 취약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의 식량 대책은 관세 인하, 가격 점검, 긴급 수입 확대처럼 가격이 오른 뒤에 대응하는 사후 대책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수출국이 문을 닫고 바닷길까지 막히면, 예산을 아무리 써도 필요한 곡물을 제때 구하지 못할 수 있다. 이제는 가격 안정을 넘어, 공급이 끊기는 상황까지 고려한 식량안보 체계가 필요하다.

한국의 음식료품 가격 수준이 3년 연속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 모습

무엇보다 위기 단계별 법적 대응 기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2024년 ‘식량공급곤란사태대책법’을 제정해 2025년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공급 감소 징후만 나타나도 정부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사태가 악화하면 국내 생산을 열량 중심으로 전환하며 공정한 배급까지 조율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한 것이다. 우리 역시 곡물 수입 차질률이나 열량 부족량 등 객관적 지표에 기반한 단계별 대응 법제를 갖춰야 한다.

 

이와 함께 핵심 곡물에 대한 비축 역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밀, 옥수수, 콩 등의 정부·민간 비축 물량을 확대하고, 평시 농지 보전과 대체 작물 생산 기반을 단단히 다져놓아야 최악의 수입 차질 상황에서도 국민에게 최소한의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외 곡물 자원 개발과 애그테크(AgTech), 스마트·친환경 농업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늘려야 한다. 글로벌 식량 가치사슬 내에서 한국의 자생력을 키우는 동시에, 비료 원료의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생산 기반 강화를 함께 추진해야만 외부 충격을 견뎌낼 수 있다.

 

식량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전략 자산이다. 점차 가시화되는 애그플레이션의 경고를 결코 가볍게 흘려보내선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나라 식량안보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결정적 시점이다.

 

전규열

경영학 박사
폴리뉴스 부사장 겸 편집국장
국회입법지원위원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중소벤처부 자문위원(전)
공감신문, 뉴시안 대표이사(전)
<저서>이것만 알면 경제인싸 외 다수

 

<원문출처>

폴리뉴스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5424(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