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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열 경영학부 교수:[전규열의 경제 INSIGHT]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반도체를 잃으면 미래도 없다

턱밑까지 따라붙은 중국 반도체, ‘제재의 역설’
노동 규제·기술 유출에 흔들리는 K-반도체
기술·인프라·R&D 아우르는 ‘K-반도체 원팀’ 필요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이자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인 반도체 산업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했다.

 

막대한 자본력과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추격 속도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비선형적’ 가속도를 내면서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이 유지해 온 ‘초격차’ 지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과거 ‘가성비’ 중심의 범용 반도체에 머물던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이제 첨단 메모리 및 AI 반도체 영역으로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D램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최근 10%를 돌파하며 세계 4위권에 진입했고, 양쯔메모리(YMTC) 역시 200단 후반대 적층 기술과 독자적인 ‘엑스태킹(Xtacking)’ 3D 구조를 상용화해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한·중 간 메모리 기술 격차는 고대역폭메모리 (HBM) 3년, D램 2년, 낸드플래시 1년 수준까지 좁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파운드리 역시 SMIC가 극자외선(EUV) 장비 통제 속에서도 7 나노 공정을 양산하며 한국을 뒤쫓고 있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 35%를 돌파하며 ‘제재의 역설’을 실현했다. 중앙정부의 140조 원 규모 ‘빅펀드’와 지방정부, 국유 금융회사, 기업이 결합한 ‘원팀 체제’가 대규모 적자를 버텨내며 설비투자와 R&D 를 지속해 온 결과다.

 

전문가들은 CXMT의 D램 점유율이 20%까지 확대될 경우, 한국의 D램 점유율이 50% 대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중국 상하이 CXMT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사진=연합뉴스)
△ 중국 상하이 CXMT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중국 추격하는데 K-반도체는 노동 규제·기술 유출에 발목 잡혀

 

중국이 국가 총력전으로 몰아치는 동안, 한국 반도체 산업은 경직된 노동 규제와 노동계의 완강한 거부라는 거대한 암초에 가로막혀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 장관이 메가특구 내 고소득 R&D 연구직에 대한 근로시간 규제 예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와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 연장(2+2년)을 논의하자며 노사정‘ 원 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공개 제안했다.

 

이에 민주노총이 2020년 코로나 19 위기 극복 논의 이후 6년 만에 대화 테이블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대화 참여 목적은 규제 완화 타협이 아니라,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과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완벽히 저지하고 주 4.5일제를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도의 전문성과 집요한 몰입, 연속적인 시행착오가 필수적인 반도체 연구개발 현장에서 주 52 시간 근로제는 연구의 연속성을 단절시키는 핵심 걸림돌이다.

 

보안 문제로 재택근무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해진 퇴근 시간에 맞춰 연구를 강제로 중단해야 하는 현실은, 밤낮없이 몰입하는 중국 등 해외 경쟁사들과의 속도전에서 치명적인 열세를 자초한다.

 

제도적 규제와 더불어 정치적 이해관계 및 보안 구멍 역시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첫째, ‘반도체지방법’으로 전락한 정치적 나눠먹기다. 반도체 특별법 하위 법령을 둘러싸고 ‘수도권 배제’ 조항 논란이 불거지는 등 지자체 간 ‘지역 나눠먹기’ 갈등이 격화되었다.

 

서울대 황철성 석좌교수가 “반도체특별법이 아니라 반도체지방법이 됐다”고 우려를 나타냈듯, 국가 안위가 걸린 전략산업이 정치적 목표나 지역 균형발전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둘째, 솜방망이 처벌과 핵심 기술·인력 유출이다. 전직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10 나노급 D램 핵심 공정 기술(PRP)을 자필로 베껴 중국 CXMT로 무단 유출하여 중국이 세계 4번째로 10 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하게 만든 사건은, 연간 5조 원의 매출 손실과 수십조 원대의 국가적 피해를 안겼다.

 

다행히 지난 9월 13일, ‘외국간첩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기술 유출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산업기술보호법상의 벌금 상한(65억 원)은 낮고, 징역형도 과거 사례 (6년 4개월)에서 보듯 유출 피해 규모 (300억 원대)에 비해 가볍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실효성 있는 ‘경제안보법’ 마련이 시급하다.

△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사진=연합뉴스)
△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R&D 유연성부터 기술보호·인프라까지 ‘원팀’ 대응 필요

 

중국의 공습을 따돌리고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하나로 뭉치는 국가적 ‘전시체제’ 대응이 절실하다.

 

이를 위한 대응 전략은 첫째, R&D 근로유연성을 확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운용 중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White-Collar Exemption)’제도를 반도체 R&D 분야에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연구자들이 중요 유의미성을 포착한 순간에 몰입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유연성을 열어주는 것이 생존의 최소 조건이다.

 

둘째, 기술 유출 처벌 강화다.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을 국가 안보 침해 범죄로 규정하는 조항이 신설되었으나, 산업기술보호법상 벌금 상한(65억 원) 외에 실형 형량을 대폭 상향하고, 연봉 등 간접 형태로 수령한 범죄 수익까지 완벽히 몰수·추징할 수 있는 특례를 정비해야 한다.

 

셋째, ‘K-반도체 원팀’과 과감한 재정·인프라 지원이다.

 

정부는 2027년 예산안에 편성된 21조3000억 원 규모의 3대 메가프로젝트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 지원과 2조6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별회계’를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

 

국유지 수의계약 공급, 사용료 감면, 전력·용수 예비타당성조사 신속화 등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생산기지 가동을 앞당겨야 한다.

 

넷째, 토탈 AI 솔루션 전환 및 공공 R&D 팹 구축이다. 단순 메모리 공급업체에서 벗어나 AI 기업들이 요구하는 맞춤형 메모리를 설계·공급하는 ‘토탈 AI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3차원 (3D) D램, 하이브리드 본딩 등 차세대 기술에 선제 투자하고, 대학과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실증할 수 있는 20조 원 규모의 공공 R&D 팹(KSMC)을 구축해 파괴적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과거 하이닉스 임직원들이 “우리의 영혼을 담보로 맡기겠다”며 사투를 벌여 사선을 넘었던 것처럼, 지금 한국 반도체 산업은 새로운 ‘21세기 난중일기’를 써 내려가야 할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정치적 셈법이나 지역 나눠먹기, 노동계의 강경한 규제 수호 논리에 막혀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반도체를 잃으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도 없다.

 

<원문출처>

반론보도닷컴 https://www.banronbodo.com/news/articleView.html?idxno=33110(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