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교류 확대하려면 방첩 강화해야 한다[포럼]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에 정부가 ‘수용’ 의견을 냈다고 한다. 북한 주민 접촉 신고를 없애는 건 아니지만, 국가 안전보장 등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 통일부 장관이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권한을 삭제해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우선, 남북한은 1991년 유엔에 동시에 가입한 별도 회원국이지만,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법에서도 북한은 남북교류협력법상 교류·협력 상대이면서 대법원 판례에서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의 성격도 갖는다. 북한을 다른 나라와 동일 선상에서 볼 수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북한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동족이나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적대적 두 국가’라고 선언했다. 이후 대남 교류·협력 기구를 잇달아 폐지하는 등 기존의 남북관계 틀 자체를 허물었다. 또, 우리의 ‘민간교류’는 국가로부터 자율적인 개인이나 단체 간의 교류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북한에는 당·국가의 통제에서 독립된 시민사회나 민간단체가 사실상 없다.
접촉 환경도 변했다. 과거 공작원이 직접 만나 포섭하고 지령을 주고받던 방식에서, 제3국을 통한 간접접촉이나 인터넷·SNS·암호화 통신 중심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북한 공작원이 텔레그램 등을 통해 국내 인사에게 접근해 지령을 내리거나 정보를 수집한 사례도 확인된다. 접촉은 쉬워졌지만, 상대의 신원과 의도를 확인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독일의 경험이 잘 말해준다. 냉전 시기 서독은 동방정책으로 동서 간 교류를 확대했지만, 동독 국가보안부 슈타지는 이를 정보활동에 악용했다. 1974년 빌리 브란트 총리의 측근 귄터 기욤이 동독 간첩이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기욤은 총리실에 침투해 암약했고, 사건은 브란트 총리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현행 국가보안법이 접촉신고제의 사전적 기능까지 대신할 수 있느냐이다. 국보법상 회합·통신죄가 일정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를 처벌하는 형사법적 장치라면, 남북교류협력법상 접촉신고제는 국가 안전보장 등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접촉을 사전에 관리하는 행정적 장치로 그 기능이 다르다. 정부 내에서도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수리 거부 요건을 삭제하면 관리·통제의 사각지대가 생기고 간접접촉이 북한의 대남 공작에 악용될 가능성을 지적했고, 법무부도 거부 사유를 없애기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올해 2월 통일부 주도의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수용’으로 바뀌었다.
정책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그 판단을 바꿀 만한 사정의 변화가 있었느냐다. 북한의 대남 전략이나 안보 환경이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수리 거부권을 대신할 새로운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인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교류와 안보는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다. 현행 제도가 과도하다면 거부 사유를 보다 명확하고 엄격하게 규정하면 된다. 교류의 자율성을 넓히는 만큼 위험을 걸러낼 제도적 장치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 교류의 문을 넓히는 것과 안보의 문까지 열어두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원문출처>
문화일보 https://www.munhwa.com/article/11618536?ref=naver(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