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열 경영학부 교수:[전규열 칼럼] 3高의 위협과 K자형 경기 양극화…내수 살릴 핀셋 처방 절실
수출 호조 뒤 숨은 서민 실질소득 감소…과잉 긴축보다 취약 차주 안전망 확충해야
![호르무즈 해협 케슘섬 해안에 정박한 유조선 [사진=AP=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9/743115_565794_2550.jpg)
세계 경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국과 중동에서 불어 닥친 글로벌 경제 위기가 어느새 국내 서민들의 가계부와 밥상 물가를 직접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라는 ‘3고(高) 충격’과 함께,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폭등하는 ‘미 국채 발작’ 현상으로 커다란 혼란을 겪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세계 경제위협 요소로 작용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긴장과 사우디아라비아 송유관 가동 중단 우려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WTI·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가볍게 돌파했으며, 석유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지수(CRB 지수) 역시 올 초 대비 45.7%나 폭등했다. 기름값이 오르면 공장 가동비와 물류비가 늘어나, 결국 우리가 마트에서 사 먹는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 경계감과 인공지능(AI) 수요 둔화 우려가 겹쳤다. 발표된 미국의 8월 근원 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이 86% 이상으로 치솟았고, 여기에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 적자 우려까지 겹치면서 통화정책과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5% 를 넘어섰고,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36%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채 금리가 급등한다는 것은 정부가 돈을 빌릴 때 지불해야 하는 이자가 매우 비싸졌다는 의미다. 전 세계 자금이 안전하면서도 높은 이자를 주는 미국 국채로 몰려들면서 달러 가치가 오르고,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금융시장은 자금 유출과 금리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상품수지 흑자 규모도 확대됐다. 사진은 이날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9/743115_565797_5531.jpg)
미국 국채 금리가 뛰고 한국은행이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리자, 국내 시중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와 코픽스(COFIX) 금리도 가파르게 올랐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 상단은 연 7.5~7.6%를 넘어서며 연 8%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의 최고 금리는 이미 연 8.71%에 다다랐다.
연 8%의 대출 금리는 빚을 진 가계에 엄청난 이자 부담으로 다가온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 가계가 짊어진 전체 빚의 규모다. 올해 2분기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가계부채)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2,019.8조 원)을 돌파했다. 빚이 산더미처럼 쌓인 상태에서 대출 금리마저 8%대로 치솟다 보니, 가계는 버는 돈의 대부분을 이자 갚는 데 쓰느라 물건을 사고 소비할 여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가 전체의 경제 성적표만 보면 “한국 경제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었고, 전체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이 47.5%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총량의 착시’일 뿐이다. 반도체 대기업이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이 일반 가계나 소상공인에게 흘러 들어가는 ‘낙수효과’가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 시험으로 비유하자면, 다른 모든 과목은 점수가 떨어졌는데 특정 한 과목에서 100점을 받아 전체 평균 점수만 높아진 것과 같다. 평균 성적표만 보면 공부를 잘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심각한 불균형에 빠져 있는 셈이다.
실제로 정부 지원금(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한 가계의 실질소득은 올해 2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3%나 줄었다. 물가와 이자 부담은 무겁게 가계의 어깨를 누르는데 수입은 줄어들다 보니, 내수 소비는 깊은 침체에 빠져 있다. 수출 부문은 호황이지만 내수·서민 부문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드는 전형적인 ‘K자형 경기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복합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통화당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책 과잉대응’이다. 물가와 부채를 잡겠다는 명목으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거나 대출 자금줄을 무작정 막아버리면, 자영업자와 취약 차주들이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연쇄 부도와 신용 경색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물가 잡기에만 치중한 과잉 대응이 오히려 경제의 자생력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국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연체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보다 연체 증가 속도가 훨씬 더 빠른 점이 눈에 띈다.서울 시내의 한 은행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9/743115_565796_4714.jpg)
따라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착시’에서 벗어나 정밀한 핀셋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첫째, 미시적 물가 안정 대책 병행이다. 물가를 잡는 일을 금리 인상에만 맡기지 말고, 유류세 인하 및 최고가격제 유지, 농축수산물 수급 관리 등 서민 밥상 물가를 직접 안정시키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둘째, 소비행태 기반 포용금융 도입이다. 소득이 적은 청년층이나 영세 자영업자가 고금리 폭탄에 내몰리지 않도록, 금융 마이데이터와 통신·의료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차주의 실제 상환 능력을 정밀하게 평가하고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정교한 신용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하겠다.
셋째, 취약 차주 채무조정 안전망 확충이다. 이자 상환 부담으로 파산 위기에 내몰린 한계 차주들을 위해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가동하고 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적시 재정 집행을 통한 내수 보완이다. 이미 확정된 예산의 집행률을 높여 내수 진작 효과가 큰 분야에 예산을 적기에 집행함으로써,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 감소를 보완해야 한다.
글로벌 고유가와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이 맞물리며 대외 경제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출 호조’라는 착시 뒤에 숨은 가계와 서민의 그늘을 세심하게 보살피는 정밀하고 포용적인 경제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경영학 박사
폴리뉴스 부사장 겸 편집국장
국회입법지원위원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중소벤처부 자문위원(전)
공감신문, 뉴시안 대표이사(전)
<저서>이것만 알면 경제인싸 외 다수
<원문출처>
폴리뉴스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3115(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