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열 경영학부 교수: [전규열의 경제INSIGHT] 노란봉투법 6개월, 산업현장 혼선 줄일 보완책 필요하다
모호한 기준 개선해 노사 오해와 분쟁 최소화해야
기업 투자 이끌고 좋은 일자리 지키는 보완책 모색
객관적 조사로 노사정 합의의 물꼬를 터야 할 시점
지난 3월 10일, 노동계가 ‘노동권의 역사적 진전’이라 환호하며 시행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반년을 맞았다.
노랑봉투법이라는 명칭은 2014년 법원이 쌍용자동차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에게 47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린 후, 한 시민이 언론사에 4만7000원이 담긴 노랑봉투를 보내온 데서 유래된 것이다.
이처럼 파업 노동자를 돕기 위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았던 온정적인 유래와 달리,산업 현장은 법 시행 초기 시행착오에 따른 끝없는 법적 분쟁으로 하청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일자리 증발’과 ‘교섭의 실종’이라는 거대한 역설에 직면해 있다.
법 시행 이후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교섭의 실종’이다. 하청 노조의 파상적인 교섭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화’는 실종되었다.
최근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원청 기업 456곳이 하청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았지만, 실제 노사가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은 곳은 102곳(22.4%)에 불과했다.
법 시행 반년이 지나도록 하청 노조 1218곳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 공세를 펼쳤으나, 실질적 교섭에 들어간 사업장이 4곳 중 1곳도 되지 않는 셈이다
이러한 파행의 원인은 ‘사용자성’을 둘러싼 모호한 기준 때문이다.
개정법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면 사용자로 간주하는데, 이 기준이 지극히 주관적이다 보니 원청 기업들은 사용자성을 부인하며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방·중앙노동위원회를 거쳐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가는 ‘사실상의 5심제’가 일상화되면서 노사 관계가 대화가 아닌 소송으로 결정되는 ‘경영의 사법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한화오션이나 중흥건설처럼 중노위 판정 후에도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하며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노무 불확실성과 비용부담이 기업들로 하여금 ‘사람’ 대신 ‘로봇’을 선택하게 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초래한 고용충격…규제리스크로 외국인 투자 급감
더욱 심각한 문제는 노란봉투법이 초래한 고용 충격이다.
최근 민간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원은 ‘노랑봉투법이 자동화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 보고서에서, ‘법 시행으로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인용률이 2/3 줄고 노조의 협상력이 비정상적으로 강화될 경우, 공장 자동화를 촉진해 일자리를 최대 21만 9,000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노무 리스크와 인건비 부담을 피하기 위해 외주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공장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사람’ 대신 ‘로봇’을 선택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도입을 확대하는 등 대기업들은 노무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자동화 투자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실제로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소속 외 근로자(하청 인력)는 전년 대비 8.2%나 급감했다. 이는 곧 청년들이 진입해야 할 신규 일자리를 로봇에게 내어주는 비극적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규제 리스크를 우려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18%나 급감한 사실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을 ‘투자하기 위험한 나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은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노동부는 기업 이익과 연동되는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나 투자 결정은 의무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노동계는 이를 ‘사용자 편향적’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보안 입법 절실…사용자성 판단 기준 법령화
이처럼 노동부 지침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계속되는 이유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 지침이기 때문이다. 소모적인 이념 대립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현실적인 보완 입법이 절실한 이유다.
우선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법령으로 구체화하여 불필요한 소송전을 막아야 한다. 또한 일본의 사례처럼 1955년 설립한 ‘일본생산성본부’를 통해 노사가 임금 인상에만 매몰되지 않고 고용 확대와 생산성 향상을 함께 논의하는 ‘협력적 노사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사정과 정치권이 합의한 ‘공동 노동현장 실태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확립하는 것이 노동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각자의 유리한 자료만 내세우는 평행선 논의를 멈추고 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해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권리는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전제는 노동이 이루어질 ‘일자리’의 존재다.
기업이 마음껏 투자하고 채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진정으로 노동자와 청년들을 위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문출처>
반론보도 https://www.banronbodo.com/news/articleView.html?idxno=32968(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