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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빅뱅③] 육·해·공 다 갖는 한화…KAI 결합에 커지는 '체급 확대론'

한화 영향력 육상·해양 이어 항공까지…방산업계 일각 ‘독점’ 우려
국내 방산은 정부가 사실상 단일 구매자인 특수시장…일반 산업과 차이
세계 방산기업 대형화 경쟁…’국내 점유율’보다 글로벌 체급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독점’과 ‘체급 확대’ 사이에 있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 지상방산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한화오션을 통해 잠수함과 수상함 등 해양방산을 확보했고 한화시스템은 레이더·항공전자·위성 사업을 담당한다.

 

여기에 KF-21 전투기와 FA-50 경공격기, 수리온 헬기 등을 생산하는 KAI가 더해지면 지상·해양·항공·우주를 아우르는 사업구조가 만들어진다.

 

국내 방산산업에서 한화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거대 방산기업과 경쟁하려면 한국에도 여러 무기체계와 핵심 기술을 한데 모은 대형 방산기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한화가 확보한 KAI 지분은 15.89%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26.41%)에 이어 2대 주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한화의 KAI 지분 취득을 승인했다. 한화가 보유한 지분만으로는 KAI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의 지배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향후 한화가 KAI의 최다출자자가 되거나 한화 측 임원이 KAI 임원의 3분의 1 이상을 겸임하는 등 지배력이 커질 경우 새로운 기업결합 신고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육·해·공 한 회사에”…독과점 우려도

 

한화의 KAI 지분 확대를 우려하는 쪽은 국내 방산산업의 쏠림 현상을 문제로 지적한다.

 

한화는 지상무기와 유도무기, 레이더·항공전자에 이어 한화오션 인수로 해양방산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향후 KAI 경영권까지 확보한다면 전투기와 헬기를 포함한 항공 분야까지 사업영역이 넓어진다.

 

이 경우 다른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한화가 경쟁자인 동시에 주요 부품이나 체계를 공급하는 업체가 되는 상황이 늘어날 수 있다. 특정 기업에 방산 사업영역이 집중될수록 업체 간 경쟁이 약화되고 장기적으로 국내 방산 생태계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 회장은 독과점에 따른 가격 문제를 가장 큰 우려로 꼽았다.

 

송 회장은 “독점 구조에서는 사업 초기 예상 비용을 산출하거나 수주할 때 가격 경쟁이 작동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양산 과정에서 원가를 산정한다고 해도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고, 다른 기업에 구성품이나 부품을 납품할 때는 가격 통제가 어려운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KAI 경쟁력 측면에서 민영화가 필요한 측면은 있지만 민영화로 얻는 실익보다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가 더 클 수도 있다”며 “한화가 KAI까지 인수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거대 기업이 되는 데 대해 다른 업체들이 반기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KAI의 특수성도 독과점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KAI는 KF-21과 T-50, 수리온 등 정부가 추진한 대형 항공개발 사업을 수행해왔으며 현재도 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투기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인 만큼 경영권 이전을 일반 기업의 M&A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있다.

 

특히 KAI가 국내 유일의 완제기 체계종합업체라는 점에서 특정 방산기업이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협력업체와 경쟁업체를 아우르는 항공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영화를 추진하더라도 단기적인 경영 효율성뿐 아니라 장기적인 기술개발과 항공우주 산업 생태계 유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독점’보다 세계시장 ‘체급’ 키울 때

 

반면 국내 독점 우려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의 체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록히드마틴, RTX, 노스럽그러먼, 제너럴다이내믹스, 보잉 등 소수 대형 방산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됐다.

 

이들 기업은 한 가지 무기체계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록히드마틴은 전투기와 미사일, 우주·전자체계를 함께 갖고 있고 제너럴다이내믹스도 전차·장갑차부터 잠수함과 함정, 항공우주까지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벌인다. 유럽에서도 BAE시스템스와 레오나르도, 에어버스 등 대형 업체가 다수의 방산·항공우주 사업을 함께 운영한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최근 수출 확대에도 글로벌 선두권과 체급 차이가 크다. 미국 방산전문매체 디펜스뉴스의 ‘2026 세계 100대 방산기업’에 따르면 방산매출 기준 한화는 세계 16위다. KAI 역시 글로벌 대형 방산기업과 비교하면 규모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국내시장만을 기준으로 한화의 KAI 지분 확대를 독과점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방산안보실장은 “적은 국내시장만 생각하면 독점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수출과 글로벌 시장을 고려하면 상당한 체급을 가진 기업이 등장해야 한다”며 “그런 기업은 특정 방산 영역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가질 수밖에 없고, KAI 역시 현재 항공기 분야에서 독점적인 체계기업이기 때문에 한화가 인수한다고 해서 새롭게 독점이 생기는 것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상용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도 방산의 시장구조 자체가 일반 제조업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유인항공기 제조업을 기준으로 보면 KAI 자체가 이미 국내에서 독점적인 위치에 있다”며 “방산은 공급자가 다수의 소비자를 상대하는 일반 시장이 아니라 국가가 사실상 유일한 구매자인 수요자 독점 시장이어서 일반적인 독과점 논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산업체가 가격과 수출을 전적으로 자율 결정하는 구조도 아니다. 국내 방산물자 계약과 원가는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주요 무기체계 수출에도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재 한화의 KAI 지분 15.89% 취득을 승인한 것도 현 단계에서는 한화가 KAI를 지배하거나 경쟁을 제한한다고 볼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엄 실장은 KAI 민영화와 관련해서도 “외부로부터의 혁신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인수합병을 한다면 방산사업을 이미 하고 있는 한화가 적절한 주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화와 KAI의 역량이 결합할 경우 한국에서도 지상·해양·항공·우주를 함께 다루는 종합 방산기업이 등장할 기반이 마련된다. 한화가 보유한 지상무기와 유도무기, 레이더·항공전자, 함정 분야에 KAI의 전투기·헬기 개발 역량이 더해지는 구조다.

 

규모 확대의 효과는 해외 수주에서 나타날 수 있다. K9과 천무, 함정, 전투기·경공격기, 레이더와 항공엔진 등 서로 다른 무기체계를 바탕으로 구매국의 전력증강 계획에 맞춰 여러 사업을 연계한 제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 확대가 국내 방산 생태계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방산은 완제품 업체를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장기간 연결되는 산업이다. 해외 수주가 늘어나면 완제품 생산에 그치지 않고 부품 공급과 정비·성능개량, 추가 도입 등 후속 사업이 이어지면서 국내 협력업체가 해외 공급망에 진입할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

 

차세대 전투기와 무인기, 독자 항공엔진, 위성·발사체 등 미래 사업에 필요한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도 체급 확대론을 뒷받침하는 논거다.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장기간이 필요한 사업 특성상 안정적인 자본력과 여러 분야의 기술을 갖춘 기업이 장기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의 규모가 커지는 것 자체가 경쟁력 향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최현호 군사커뮤니티 대표는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만들겠다는 방향이라면 정부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독점 우려를 감안해야 하지만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도 “민영화된다고 해서 곧바로 수출이 확대된다고 보는 것은 어렵고, 무엇보다 정체된 KAI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한화의 KAI 지분 확대를 둘러싼 논쟁은 국내 방산시장의 경쟁 제한 가능성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규모의 경쟁력을 어느 지점에서 조화시킬 것이냐의 문제로 모인다.

 

세계 방산시장이 대형화·통합화되는 상황에서 국내시장만을 기준으로 기업의 체급 확대를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동시에 한화가 KAI까지 품을 경우 커진 체급을 실제 수출 확대와 연구개발 투자, 항공우주 경쟁력 강화로 연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한화의 KAI 지분 확대는 한국 방산산업이 어느 정도의 규모와 사업구조를 갖춰야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독과점 우려를 관리하면서 기업의 체급 확대를 수출과 투자, 기술개발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향후 KAI 지배구조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원문출처>

핀포인트뉴스 https://www.pinpoin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4436(새 창 열림)

 

<관련기사>

비지니스플러스 https://www.businessplus.kr/news/articleView.html?idxno=116541(새 창 열림)

오늘경제 https://www.startup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12312(새 창 열림)

문화일보 https://www.munhwa.com/article/11615493?ref=naver(새 창 열림)

뉴스투데이 https://www.news2day.co.kr/article/20260908500191(새 창 열림)

월요신문 https://www.wolyo.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532(새 창 열림)

서울파이낸스 https://www.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637533(새 창 열림)

오늘경제 https://www.startup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12442(새 창 열림)

비지니스플러스 https://www.businessplus.kr/news/articleView.html?idxno=116614(새 창 열림)

1코노미뉴스 https://www.1conom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328(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