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혜택, '사는 집'에 몰아준다

재무설계에서 주거의사결정은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주택의 구입과 보유, 처분은 가계의 자산구성과 현금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세금은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따라서 부동산 세제의 변화는 단순히 세 부담의 증감을 넘어, 어떤 집을 사고 얼마나 보유하며 어떻게 거주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 ‘8·3 부동산 세제개편안’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거주’다. 주택을 단순히 오래 보유하는 것보다 실제 거주하는 경우에 세제상 혜택을 집중하겠다는 방향성이 확실하다. 이제 집은 단순히 ‘사는(buying) 자산’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라는 관점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집을 보유한 사람뿐 아니라 앞으로 집을 마련하려는 무주택자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호에서는 8·3 부동산 세제개편안의 주요 내용을 ‘거주’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가 각각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유주택자, 무엇을 점검해야 하나
유주택자라고 해서 이번 세제개편의 영향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이번 개편은 ‘실거주냐, 아니냐’에 따라 세 부담의 방향이 뚜렷하게 달라진다.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부담은 완화하는 반면, 비거주 주택이나 다주택,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그렇다면 유주택자는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 ‘장기보유특별공제, 종합부동산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측면에서 살펴보자.
장기보유특별공제: ‘오래 가진 집’에서 ‘오래 산 집’으로
이번 세제개편에서 ‘거주 중심’이라는 방향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변화가 장기보유특별공제의 개편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주택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오래 보유한 주택의 양도차익 가운데 일정 부분을 공제해 세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현행 제도에서는 일정 요건을 갖춘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거주기간에 대해 연 4%, 보유기간에 대해 연 4%를 각각 공제해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즉, 실제 거주기간이 짧더라도 오래 보유했다면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이러한 ‘보유 중심’의 공제 체계를 단계적으로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그동안 한도가 없었던 공제액에도 상한을 도입한다. 2027년까지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지만, 2028년에는 1세대 1주택자의 보유기간 공제율을 연 4%에서 2%로 낮추고 거주기간 공제율은 연 4%에서 6%로 높인다. 이와 함께 장기보유특별공제액에 20억 원 한도가 새롭게 적용된다. 2029년부터는 변화의 폭이 더욱 커진다.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는 폐지하고 실제 거주기간에 대해서만 연 8%, 10년간 최대 80%를 공제하며, 공제한도도 10억 원으로 축소된다. 제도의 명칭 역시 이러한 취지를 반영해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변경된다. 이러한 거주 중심의 개편은 1세대 1주택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비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 역시 2029년부터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가 폐지되고 실제 거주기간에 대해서만 연 2%, 최대 30%의 공제만 받을 수 있다(공제한도는 1세대 1주택자와 동일함).
한편 오래 실제로 거주한 1주택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완화 조치도 마련된다. 10년 이상 거주한 양도가액 30억 원 이하 1세대 1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기본공제가 연 250만 원에서 2,500만 원으로 열 배 확대된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 1주택자가 수도권 주택에 5년 이상 거주한 뒤 이를 처분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는 경우, 2027년 양도분은 50%(5억 원 한도), 2028년 양도분은 30%(3억 원 한도)까지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특례도 새로 생긴다.
종합부동산세: 같은 1주택이라도 ‘사는 집’이어야 유리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개편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항목이다. 변화의 축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가액’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앞서 살펴본 장기보유특별공제와 마찬가지로 ‘거주 여부’를 세 부담의 핵심 변수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종부세는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에서 기본공제를 뺀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매기는 세금이다. 따라서 내 집이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공시가격이 기본공제를 넘느냐 여부로 결정된다. 현재는 1세대 1주택자에게 12억 원, 그 외에는 9억 원을 공제하는데, 개편안은 여기에 ‘거주 여부’를 넣어 차등화한다. 1세대 1주택자가 실제 거주하면 기본공제를 14억 원으로 올리고, 거주하지 않으면 9억 원으로 낮춘다. 실거주 1주택자는 공시가격 14억 원(시가 약 20억 원)까지는 종부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반면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는 공제가 9억 원으로 줄어 사실상 다주택자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다주택자의 공제 방식도 거주 중심으로 바뀐다. 기본공제 4억 원을 바탕으로, 보유한 주택 가운데 실제 거주하는 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최대 5억 원까지 공제를 더해준다. 예컨대 두 채를 가진 사람이 그중 한 채에 실제로 살면 그 비중만큼 공제가 늘어 최대 9억 원에 가까워지지만, 모두 세를 주고 본인은 거주하지 않으면 추가 공제 없이 4억 원만 적용된다. 결국 같은 자산 규모라도 ‘내가 사는 집이냐’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지는 셈이다.
내 집이 종부세 대상에 포함된다면 살펴봐야 할 것이 세율이다. 현행 종부세는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주택 수’ 중심 구조로, 기본공제 후 과세표준 12억 원 이하 구간까지는 주택 수와 무관하게 세율이 같지만 그 초과 구간부터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세율은 큰 폭으로 뛴다. 개편안은 이 구조를 ‘주택가액’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일원화한다. 2027년 중간 조정을 거쳐 2028년부터는 주택 수와 관계없이 하나의 세율표가 적용되며, 과세표준 12억 원을 넘으면 현행 3주택 이상 보유자 수준의 세율(12~25억 원 2.0%, 25~50억 원 3.0%, 50~94억 원 4.0%, 94억 원 초과 5.0%)로 크게 뛴다. 여러 채로 나눠 가졌는지가 아니라 보유한 주택의 ‘값’이 세율을 가르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6~12억 원 구간의 세율도 1.0%에서 1.3%로 올라, 3주택자뿐 아니라 1·2주택자의 부담도 일부 늘어난다.
세 부담을 좌우하는 변수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이다. 이는 공시가격을 과세표준에 얼마나 반영할지를 정하는 비율로,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를 뺀 금액을 그대로 과세하지 않고 그중 일정 비율만 과세표준에 반영하도록 조정하는 장치다. 이 비율이 오르면 같은 집이라도 과세표준이 커져 세금이 늘어난다. 현행 60%인 이 비율은 대상에 따라 70~80%로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2년간 열리는 한시적 출구
정부는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2027~2028년 두 해에 걸쳐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매도할 의사가 있는 다주택자에게 시장에서 빠져나갈 ‘퇴로’를 열어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다. 현재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파는 다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p,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p가 가산된다. 개편안은 이 가산세율을 2주택자에게는 2027년 5%p, 2028년 10%p로,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2027년 10%p, 2028년 15%p로 한시적으로 낮춘다. 2029년부터는 다시 현행 수준(2주택자 20%p, 3주택 이상 보유자 30%p)으로 되돌린다. 매도 시기가 늦어질수록 세 부담이 커지도록 설계해 조기 매도를 유도한 것이다. 완화 대상은 2년 이상 보유한 주택으로 한정되며, 단기 보유 주택은 제외된다.
무주택자는 무엇을 점검해야 하나
이번 개편의 ‘거주 중심’ 기조는 무주택자에게도 적용된다. 무주택자라면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나누어, 각 길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세제 지원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첫째, 청약 준비 단계다. 정부는 그동안 일몰기한이 걸려 주기적으로 폐지 여부가 검토되던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를 일몰 없이 상시 제도로 전환한다. 총급여 7,000만 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및 배우자)가 납입한 금액(연 300만 원 한도)의 40%를 소득공제해준다.
둘째, 전월세로 거주하며 자금을 모으는 단계다. 우선 월세 세액공제가 확대된다. 현재 총급여 8,000만 원 이하 무주택 근로자는 총급여 수준에 따라 낸 월세액의 15% 또는 17%를 공제받는데, 그 대상이 되는 월세액 한도가 연 1,000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예컨대 매달 100만 원씩 연 1,200만 원의 월세를 낸다면, 지금은 1,000만 원까지만 공제 대상이지만 앞으로는 전액이 포함된다. 청년에 대한 혜택은 한 겹 더 두터워진다. 만 15~34세 청년은 2027년부터 2029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총급여 수준과 관계없이 최고 공제율인 17%를 적용받는다. 군 복무기간도 최대 6년까지 연령 산정에서 추가 인정된다. 이렇게 되면 월 100만 원 월세를 내는 총급여 7,000만 원 청년 근로자의 공제액은 현재 150만 원(연 1,000만 원 × 15%)에서 204만 원(연 1,200만 원 × 17%)으로 54만 원 늘어난다. 확대된 공제는 2027년 1월 1일 이후 지급하는 월세부터 적용된다.
주택임차차입금(전세자금대출이나 보증금대출이 여기에 해당함) 원리금 상환액의 40%를 소득공제받을 수 있는 대상자도 확대된다. 현재는 세대주 1명만 혜택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따로 사는 무주택 주말부부일 경우 부부 2명 모두 각각 공제받을 수 있다. 공제 한도는 부부 합산 연 400만 원으로 지금과 동일하다.
셋째, 내 집 마련 단계다. 이번 개편의 ‘거주 중심’ 원칙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무주택 세대주가 주택을 구입하면서 받은 장기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상환액에 대해서는 일정 금액을 소득에서 공제해주는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 소득공제’가 적용된다. 현재는 취득 당시 기준시가 6억 원 이하의 주택을 대상으로 상환기간 10년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해당 주택에 실제로 거주해야 한다는 요건은 없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서는 세대주와 세대원 모두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는 경우에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실거주 요건을 신설했다. 실거주 없이 대출을 끼고 집만 사두는 방식에는 세제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만 취학이나 근무상 형편, 질병 요양 등 부득이한 사유로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 개정 규정은 2027년 1월 1일 이후부터 적용되며, 2026년 이전에 이미 받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2029년까지 종전 규정을 적용하는 유예기간을 둔다.
이번 개편안은 종부세와 양도세를 비롯한 부동산 세제의 축을 ‘보유’에서 ‘거주’로 옮기는 큰 전환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아직 정부안이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결정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다. 세제는 주거의사결정의 여러 변수 중 하나일 뿐이므로, 세금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자신의 실거주 계획과 자산·현금흐름 전반을 함께 놓고 판단하는 신중함이 필요할 것이다.
<원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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