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 칼럼: [서기수의 경제+] 금(金), 달러($), 유가(Oil)야 너희 서로 친하니? 싫어하니?

◇ 금은 공포의 가격, 유가는 경기의 체온, 달러는 돈의 중력이다
투자자들은 흔히 “달러가 오르면 금은 떨어지고, 달러가 내리면 금과 유가는 오른다”고 말한다. 대체로 맞는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다. 전쟁이나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금과 달러가 동시에 오르기도 하고, 유가가 상승해도 세계경제 침체가 예상되면 금만 오르고 유가는 다시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금·유가·달러에 투자할 때는 단순히 “무엇이 오를까”를 맞히려고 하기보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세 자산은 서로 연결돼 있지만, 각자 다른 위험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금은 불안과 화폐가치 하락을 반영하고, 유가는 세계경제와 공급위험을 보여주며, 달러는 미국의 금리와 글로벌 자금의 피난처 역할을 한다.
◇ 기록적인 급등과 급락이 반복된 2026년
2026년 금융시장은 금·유가·달러의 관계가 얼마나 복잡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금 가격은 지난 1월 트로이온스당 5,3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6월에는 4,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다시 반등해 8월 28일에는 약 4,580달러를 기록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미국의 높은 금리와 국채수익률은 금값을 압박했지만, 지정학적 불안과 미국 재정에 대한 우려, 중앙은행과 금 ETF의 매수는 금값을 떠받쳤다. 실제로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7월 글로벌 금 ETF에는 약 30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국제유가도 요동쳤다. 8월 28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약 89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약 83달러에 거래됐다. 호르무즈해협의 운송 차질과 중동 정세가 가격을 끌어올렸지만,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브렌트유가 2026년 3분기 평균 85달러 안팎을 유지한 뒤 공급이 정상화되면 4분기에는 78달러, 2027년에는 69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유가는 다른 자산보다도 ‘뉴스 한 줄’에 민감한 자산이다. 달러 역시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
8월 28일 달러인덱스는 약 99.18로, 월간 기준으로는 두 달 연속 하락 흐름을 보였다. 미국의 높은 물가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달러 강세 요인이지만, 미국 정부가 장기금리를 낮추려 한다는 인식과 재정건전성 우려는 달러 약세 요인이다. 달러가 금리라는 ‘현재의 힘’과 재정신뢰라는 ‘미래의 힘’ 사이에서 줄다리기하고 있는 것이다.
◇ 달러가 오르면 왜 금과 유가는 약해질까
금과 원유는 국제시장에서 대부분 달러로 거래된다. 달러가 강해지면 유럽이나 일본, 한국 투자자가 같은 양의 금과 원유를 사기 위해 더 많은 자국 통화를 지불해야 한다. 수요가 둔화될 수 있기 때문에 금과 유가에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금에는 ‘실질금리’라는 변수가 하나 더 중요하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예상 물가상승률을 뺀 값이다. 예를 들어 미국 국채금리가 5%이고 예상 물가상승률이 3%라면 실질금리는 약 2%다.
금은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높아질수록 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커진다. 반대로 실질금리가 하락하거나 마이너스가 되면 금의 상대적인 매력이 높아진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실질금리 상승’은 금에 불리하고, ‘달러 약세·실질금리 하락’은 금에 유리하다. 그러나 이 공식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전쟁이나 금융위기처럼 극단적인 불안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를 동시에 매수할 수 있다. 미국의 재정과 통화가치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달러가 약해지면서 금이 오르기도 한다.
유가와 달러의 관계도 비슷하다. 달러가 강해지면 비달러 국가의 원유 구매비용이 올라가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도 장기적으로 달러와 국제유가가 대체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산유국의 감산, 전쟁, 해협 봉쇄처럼 공급 측면에서 충격이 발생하면 달러가 강세를 보여도 유가는 상승할 수 있다. 결국 달러보다 더 강한 공급충격이 발생하면 전통적인 역상관관계가 깨지는 것이다.
◇ 금과 유가가 함께 오를 때도 있다
유가가 급등하면 운송비와 전기료,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결국 소비자물가까지 상승한다. 물가가 오르면 화폐의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금을 찾는다. 이때는 유가와 금이 함께 상승한다. 중동 분쟁이나 산유국 감산으로 유가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세계경제 침체로 원유 수요가 줄어 유가가 하락하면 금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 유가 하락은 경기침체의 신호가 되고,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와 안전자산 선호가 금값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가가 올랐다는 사실보다 ‘왜 올랐는가’가 중요하다. 세계경제가 좋아져 수요가 증가한 것인지, 전쟁이나 감산으로 공급이 줄어든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 세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첫째, 금은 수익을 극대화하는 공격수가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지키는 골키퍼로 활용해야 한다. 일반적인 분산투자 포트폴리오라면 금을 전체 금융자산의 5∼10% 정도 보유하고,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될 때 완충장치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뉴스만 보고 한꺼번에 매수하기보다는 가격 조정 시 분할매수하는 것이 좋다. 투자수단으로는 KRX금시장, 금 현물 ETF, 금 통장 등이 있지만 거래비용과 세금, 환율 노출 여부를 비교해야 한다.
특히 한국 투자자가 해외 금 ETF를 매수하면 금 가격과 원·달러 환율에 동시에 투자하는 셈이다. 국제 금값이 올라도 원화가 강해지면 원화 기준 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다.

둘째, 원유는 장기 보유보다 경기와 공급 상황을 활용하는 전술적 자산으로 접근해야 한다. 유가는 지정학적 사건이 진정되거나 공급이 정상화되면 급등분을 빠르게 반납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전체 자산의 0∼5% 안팎에서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급등한 뒤 뒤늦게 추격매수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원유선물 ETF는 현물 유가와 수익률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만기가 가까운 선물을 팔고 다음 월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롤오버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장기간 원유 가격 상승을 예상한다면 원유선물 ETF뿐 아니라 재무구조가 건전한 에너지 기업이나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분산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셋째, 달러는 수익상품이기 전에 보험과 유동성 자산이다. 주가가 급락하고 신용위험이 커질 때 달러는 원화 자산의 손실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해외주식과 채권 투자가 많은 사람이라면 전체 자산 중 10∼20% 정도를 달러성 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다.
다만 달러 현금만 장기간 보유하면 이자수익을 놓치고 물가상승으로 구매력이 낮아질 수 있다. 달러예금, 달러 MMF, 미국 단기국채처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환율이 급등할 때 달러를 추격매수하기보다 평상시 조금씩 확보해 두는 것이 ‘보험’이라는 목적에도 맞는다.
◇ 가격을 예측하지 말고 위험을 배분하라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유가는 약해지고 금과 달러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중동발 공급충격과 인플레이션이 확대되면 금과 유가가 함께 오를 수 있고,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지면 금·유가·달러가 일시적으로 모두 상승할 수도 있다.
반대로 세계경제가 연착륙하고 금리가 안정되면 달러는 약해지고, 금과 유가는 각자의 수급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결국 금·유가·달러 투자의 핵심은 세 자산 가운데 하나를 골라 승부하는 것이 아니다. 금은 화폐가치 하락과 위기를 방어하고, 유가는 경기회복과 공급충격에 대비하며, 달러는 글로벌 금융불안과 원화 약세를 완충한다.
투자자는 “내일 금값이 오를까”를 묻기 전에 “내 포트폴리오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환율 급등 중 어떤 위험에 가장 취약한가”를 물어야 한다. 가격을 맞히는 투자는 오래가기 어렵지만, 위험을 나누는 투자는 위기의 순간에도 살아남는다.
금은 공포의 가격이고, 유가는 경기의 체온이며, 달러는 세계 자금을 움직이는 중력이다. 세 자산의 역할을 이해하는 순간 투자는 예측의 게임에서 생존의 전략으로 바뀐다.
※본 원고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프로필] 서기수 서경대학교 금융정보공학과 교수
(현)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현)서울시민대학 사회경제분야 자문교수
{전)한미은행, 한국씨티은행 재테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