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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대학교 박태용 문화예술학과 교수 칼럼: [박태용의 뮤직인사이트]② AI는 오래 사랑받는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처음 듣는 노래인 데도 이상하리만큼 낯설지 않다. 잔잔한 피아노 위로 목소리가 스며들고, 후렴에 이르면 편곡의 층이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멜로디의 흐름은 매끄럽고, 보컬의 호흡은 자연스러우며, 사운드의 질감도 충분히 정교하다. 어느 순간 낯선 곡이라는 사실조차 잊을 만큼 익숙하게 다가온다. 생성형 AI가 만든 음악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잘 다듬어진 신곡 한 곡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노래가 끝난 뒤에도 무언가 남을까. 다시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시간이 지난 뒤에도 한 소절이나 한 장면이 문득 떠오를까. 몇 달 뒤, 혹은 몇 년 뒤에도 다시 이 노래를 찾아 듣게 될까.

 

잘 만든 음악과 오래 사랑받는 음악은 과연 같은 것일까.

 

이제 AI 음악을 단순히 ‘기계적이다’거나 ‘티가 난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졌다. 2025년 디저(Deezer)와 입소스(Ipsos)가 8개국 9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AI가 만든 곡 두 곡과 인간이 만든 곡 한 곡을 들려준 블라인드 테스트 참가자의 97%는 세 곡을 모두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했다. 단 세 곡을 사용한 제한된 테스트이므로 인간과 AI 음악 전반으로 확대할 수는 없다. 다만 소리의 외형만으로 제작 방식을 가려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술도 빠르게 정교해지고 있다. 수노(Suno) 같은 생성형 음악 서비스는 멜로디와 화성, 리듬과 편곡, 보컬과 사운드를 하나의 완결된 트랙으로 구현한다. 이전에는 어색하던 보컬의 연결이나 악기의 질감도 빠르게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기술적 완성도라는 첫 번째 기준에서 AI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제작 현장에서 ‘잘 만든 곡’이 언제나 최종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데모를 듣다 보면 음정이나 연주가 조금 거칠어도 특정 목소리의 질감, 예상하지 못한 호흡, 한 문장의 가사가 곡 전체의 인상을 바꾸는 순간이 있다. 중요한 것은 불완전함 그 자체가 아니다.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렸는가이다. 그 선택이 반복되면 하나의 관점이 생기고, 그 관점이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음악 레이블에서 싱글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판단 구조가 작동한다. 기술적으로 가장 잘 정돈된 곡보다 지금 이 아티스트가 왜 이 곡을 불러야 하는지, 이전 음악과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다음 활동의 방향을 어떻게 전개할 수 있는지를 함께 본다. 결국 한 곡의 가치는 ‘얼마나 잘 만들었는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음악이 누구의 언어가 될 수 있는가까지 보게 된다.

 

이 차이는 ‘창작적 가치’라는 두 번째 층위와 연결된다. 생성형 AI는 수많은 음악적 가능성을 빠르게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선택과 의도, 개성, 예상 밖의 표현,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관점은 결과물의 수가 많다고 자동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창작은 답을 많이 만드는 일인 동시에 어떤 답을 끝까지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 지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비틀스의 ‘Now And Then’을 떠올릴 수 있다. 2023년 공개된 이 곡은 머신러닝 기반 오디오 분리 기술을 활용해 오래된 데모에서 존 레넌의 목소리를 분리하고,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의 새로운 연주를 더해 완성됐다. 기술이 없었다면 끝내기 어려웠던 곡이다. 하지만 이 노래의 의미를 기술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1970년대의 데모, 1990년대 멤버들의 시도, 그리고 수십 년 뒤 다시 이어진 작업의 시간이 한 곡 안에 겹쳐 있기 때문이다. 같은 소리라도 어떤 역사와 관계 속에서 들리는가에 따라 음악의 무게는 달라진다.

 

기술적 완성과 문화적 지속성 사이에는 또 하나의 과정이 놓여 있다. 반복 청취를 다룬 음악심리 연구에서는 익숙함이 높아질수록 음악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자전적 기억을 다룬 연구에서도 음악은 과거의 경험을 불러내는 강력한 단서로 작동한다. 처음에는 멜로디와 목소리를 듣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노래를 듣던 장소와 사람, 사랑과 이별, 지나온 한 시절까지 함께 떠올리게 된다.

 

공연과 팬덤도 같은 역할을 한다. 음원으로 처음 들었던 노래가 콘서트에서 수천 명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고,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과 만나거나 특정 시대의 사건과 연결되면서 처음과 다른 의미를 얻는다. 음악의 문화적·정서적 지속성은 음원이 완성되는 순간 모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사람들과 맺는 관계 속에서 축적된다.

 

음악산업에서는 이 차이가 곧 카탈로그의 가치로 이어진다. 발표 당시 큰 주목을 받은 곡이 몇 달 뒤 빠르게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 반면, 발매 초기에는 주목도가 낮았던 곡이 공연과 입소문, 새로운 세대의 재발견을 거치며 오래 살아남기도 한다. 단기적인 주목과 장기적인 음악 자산은 같은 기준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레이블의 관점에서 오래 남는 곡은 단순히 스트리밍이 오래 유지되는 곡만을 뜻하지 않는다. 공연 레퍼토리로 반복되고, 재발매와 리이슈, 영화·광고의 싱크, 새로운 세대의 커버와 재해석을 거치며 다시 가치를 만든다. 그래서 ‘지속성’은 감성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음악 자산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가 반드시 인간이 만든 음악을 통해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음악인지 연구에서는 AI 생성 음악도 청취자에게 분명한 정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AI가 인간처럼 감정을 경험해서가 아니다. 음악의 구조와 소리가 사람의 지각과 정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AI로 만든 곡 역시 누군가의 기억과 연결되고, 공연이나 영상, 특정 사건과 만나면 새로운 의미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AI 시대의 질문을 ‘AI가 인간만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가’에만 묶어둘 필요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음악의 가치가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이다. 기술적 완성도는 음악의 출발점을 높여주지만, 그것만으로 한 곡의 지속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누가 왜 그 표현을 선택했는지, 어떤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연결되는지, 어떤 시대적 맥락과 청취자의 경험 속에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어떤 의미가 더해졌는지가 음악의 가치를 다시 만든다.

 

잘 만든 음악은 기술로 빠르게 완성될 수 있다. 그러나 오래 사랑받는 음악이 되는 과정은 그 곡이 완성된 뒤부터 시작된다.

박태용 서경대학교 문화예술학과 교수

 

<원문출처>

일간스포츠 https://isplus.com/article/view/isp202608210040(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