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 과거길에서 '경사스러운 소식'의 희망을 품다
서경대학교 청년문화콘텐츠기획단(운영위원장 방미영 교수, 이하 청문단)이 지난 7일, 경상북도 문경에서 지역문화 탐방을 진행했다. 이번 문경시 문화탐방은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인 서경대 GKS사업단(단장 박정아 교수)이 함께 했다.
이번 탐방은 지난해 청문단이 강원도 영월에서 진행된 문화탐방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이후 문화관광체육부와 한국 박물관협회에서 진행 중인 ‘뮤지엄 이-음'(K-뮤지엄 지역 순회 전시 및 투어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이루어졌다.
이번에 탐방지로 선정된 경북 문경은 옛 선비들이 입신양명의 꿈을 안고 넘었던 ‘문경새재’와 함께 최근 큰 인기를 모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비롯해 <태조 왕건>, <해를 품은 달> 등 사극과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문경 도자기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살펴볼 수 있는 문경도자기박물관, 문경새재를 중심으로 문경의 역사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문경 옛길 박물관, 그리고 폐교를 박물관으로 꾸민 문경 잉카마야박물관 등이 있다. 특히 문경은 폐광 지역을 창의적인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전통과 현대의 문화적 결합을 추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청년과 로컬의 상생’을 체감하게 한 문경 탐방. 그 현장을 함께 한 내외방송이 3회에 걸쳐 문경과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경상북도 문경(聞慶). 한자로 풀이해보면 들을 문(聞)에 경사 경(慶). 즉 ‘경사를 듣는 곳’이다. 폭염을 뜷고 도착한 문경. 오늘 이 곳에서는 어떤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그 마음을 안고 문경새재로 향한다.
조선의 옛길을 대표하는 관도로 알려진 문경새재는 영남에서 한양(서울)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로 물자와 사람이 많이 오갔으며 특히 과거를 보러가는 선비들이 이 문경새재를 넘어 한양으로 갔다. 이 역사는 지금도 ‘문경새재 과거길’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 문경에서 듣게 될 ‘경사스러운 소식’은 바로 과거 급제, 더 나아가 장원급제인 것이다.


마치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가 된 것처럼 참여자들은 과거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갔다. 40도를 육박하는 더위 속에서도 손선풍기를 서로에게 쐬어 주고 물을 나눠 마시는 청년들의 모습이 보인다.
문득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입신양명의 꿈을 안고 문경새재를 건넜을 경상도 선비들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모두가 급제를 꿈꾸며 주흘관의 문을 통과해 서울로 향하지만 급제의 문은 주흘관의 문보다 훨씬 좁고도 좁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문이 아닌 ‘바늘구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문경새재를 넘는다. 자신이 그동안 공부했던 모든 것들을 쏟아붓기 위해서다. 주흘산과 조명산은 이 선비들을 품어주고 있었고 이 날도 폭염을 뚫고 온 청년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 이 길 둘레에 사과나무들이 있다고 한다. 이 곳에는 ‘백설공주 조형물’이 있는데 바로 ‘백설공주도 좋아하는 문경 사과’라는 의미라고 한다. 문경새재에서는 매년 사과축제가 열리고 사과를 나누어주는 행사도 진행이 된다고 한다. 이 폭염을 뚫고 사과가 주렁주렁 열리는 모습을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청년들이 통과한 ‘주흘관(主屹關)’은 일명 ‘영남제1관’으로 불리며 역시나 뒷편에 ‘嶺南第一關(영남제일관)’이라는 현판이 붙어있다. 주흘관을 지나 성벽길을 가보니 성황당이 있었다.


주흘관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다는 성황당은 ‘여신’을 모신 곳이라고 하는데 문경새재의 여신은 워낙 영험하기로 소문이 났기에 이 곳에 여신을 모신 성황당이 지어졌다고 한다. 이 소문이 난 이유가 표지판에 있었다.
조선 인조 시대 병자호란이 터지자 ‘주화론’을 주장했던 최명길이 젊은 시절 문경새재를 넘게 되었는데 성황당 여신이 예쁜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나 최명길과 함께 새재를 같이 넘으면서 “장차 나라에 큰 변란이 터지면 청나라와 화친하여 나라를 보전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병자호란이 일어나 청나라 군이 남한산성을 포위하자 김상헌 등 중신들은 청나라와 끝까지 싸우자는 ‘척화론’을 내세웠으나 최명길은 성황당 여신의 말대로 화친을 주장(주화론)했고 결국 화친으로 나라를 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하는데… 그 이후는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과 판단에 맡긴다.


문경새재 길을 지나면서 한 가지 지나칠 수 없는 곳을 이야기해야겠다. 바로 ‘경북 100주년 기념 타임캡슐 광장’이다. 1996년 경북 탄생 100주년을 맞아 1996년 당시 경북인의 생활, 풍습, 문화 등을 볼 수 있는 100품목 475종을 첨성대형 타임캡슐에 담아 지하에 묻은 곳이다. 이 캡슐이 열리는 날은 경북 탄생 500주년을 맞는 2396년 10월 23일이다. 경북의 과거와 미래가 문경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주흘관과 성황당, 타임캡슐과 문경새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하는 해설사의 말을 들으며 청년들은 공감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문경새재에 숨겨진 역사와 문화를 알아가는 것이 ‘경사’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간 자신의 삶에서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기를 바랄 것이다. 그 바람을 안고 이제 <왕과 사는 남자>의 촬영지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을 둘러볼 차례다.

참, 세트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문경새재는 일제에 맞서 의병을 일으킨 운강 이강년 선생(1858~1908)이 1907년 두 차례나 일본군을 격파한 곳이기도 하다.
그 해 9월 이강년의 의병군은 주흘각 주변 민가를 소각하고 약탈을 일삼던 일본군을 격퇴하고 일본군 1개 소대를 궤멸시키며 주민들에게 큰 힘을 주었다. 그는 단양, 영월 등에서 약 1년에 걸쳐 일제에 항거하다가 1908년 7월 제천 작성산에서 일본군에게 붙잡힌 뒤 그 해 10월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다.
그렇게 입신양명을 위한 희망의 길, 성황당 여신이 보살피는 기원의 길, 만행을 저지른 일본군을 격퇴한 승리의 길이었던 문경새재는 이제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길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문경의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인 듯하다.
<원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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