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경대학교

서경 TODAY

SKU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를 매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서경대학교 윤상용 군사학과 교수 칼럼:KF-21 성공이 묻는 KAI의 ‘다음 20년’[기고/윤상용]

윤상용 서경대 군사학과 특임교수
윤상용 서경대 군사학과 특임교수

지난달 29일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는 KF-21 보라매의 체계 개발 종결식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2015년 사업 착수 이후 10여 년 만에 이루어낸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다. 설계 확정과 수많은 시험 평가, 공동 개발국의 분담금 지연 등 숱한 난관이 있었다. 하지만 약속한 일정 안에 사고 없이, 계획된 예산 내에서 개발에 성공했다. 항공산업 분야는 기술 축적이 중요하지만 업력 20여 년에 불과한 KAI가 첨단 스텔스 전투기에 준하는 4.5세대 전투기를 10년 만에 독자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성공의 축배 뒤에는 중요한 질문 하나가 남는다. KF-21 다음은 무엇이 될까? 항공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공장이나 시설이 아니라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과 기술자들의 경험과 기술이다. 이들은 쉽게 양성하거나 대체하기 어렵다. KF-21의 후속 사업이 없으면 수천 명이 보유하고 있는 전문성과 기술이 사장될 것이라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예견됐다.

 

항공기 개발 사업은 막대한 시간과 투자를 필요로 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KF-21 역시 2014년 개념 연구를 시작으로 10년이 넘는 개발 과정을 거쳐 올해 체계 개발을 마쳤다. 바꿔 말하면 KF-21 체계 개발이 끝나는 오늘, 그 뒤를 이을 사업은 이미 수년 전에 착수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 KF-21 이후를 이어갈 차기 사업이 뚜렷하지 않다. 이런 개발 공백은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다음 10년’을 준비하지 못한 결과다.

 

장기 비전을 수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의 지배구조에 있다. KAI의 최대 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은 방위산업이나 항공산업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국책 금융기관이다. 이들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대표이사 선임 정도가 전부다. 그렇게 선임되는 사장의 임기는 통상 2년 정도다. 2년 계약의 대표이사에게 10년 이후의 중장기 전략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표이사의 경영 판단은 현실적으로 임기 내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

 

문제는 최근 세계 방산시장, 특히 드론을 위시한 항공시장의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강자로 꼽히는 록히드마틴, 보잉, BAE시스템스, IAI, 레오나르도 등은 모두 수십 년 단위의 장기 계획 수립과 인수합병(M&A)을 통한 역량 통합으로 오늘날 위치에 올랐다. 그리고 이들은 드론, 우주 등 새롭게 열리고 있는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여기서 한 번 뒤처지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영영 따라잡을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

 

KF-21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20여 년에 걸쳐 완성시킨 결실이다. 이제 그 성공을 이어갈 다음 20년의 설계도를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 KAI가 향후 20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경영체제 도입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다.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60813/134475238/2(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