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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열 경영학부 교수:[전규열 칼럼] '무늬만 집사' 10년...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스튜어드십 코드' 정상화

일본식 ‘당근과 채찍’, 영국식 ‘질적 평가’ 도입해 책임투자 본질 찾아야
투자자 감시 기능과 기업 혁신 동력 사이 ”최적의 균형점’ 찾는 것이 과제
신의성실의 원칙 하에 기관투자가 위한 자본시장법 개선도 필요
서울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

우리 자본시장에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현장의 체감 효과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집안일을 돌보는 ‘집사(Steward)’의 의미처럼 기관투자자가 고객의 돈을 맡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행동 지침이다. 그러나 지난 우리 시장의 이행 과정을 돌이켜보면, 투자자의 권익을 충실히 대변하기보다 형식적인 요식 행위에 머물렀던 흔적이 완연하다.

 

최근 6년 만에 사상 첫 재임 수장으로 돌아온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670조 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큰손’의 복귀는 단순한 조직 수장의 귀환을 넘어, 18년 만의 연금개혁 안착과 기금운용의 신뢰 확보라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이제 국민연금은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우리 자본시장의 질서를 바로잡는 ‘스튜어드십 코드 시즌 2’의 서막을 열어야 할 때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240여 개가 넘는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서명하며 양적으로는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실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체크박스 공시의 함정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금융사가 제출하는 이행 보고서는 구체적인 사례 서술 없이 단순히 항목에 체크만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감독원 점검 결과, 자산운용사의 96% 이상이 의결권 행사 근거를 ‘주주권 침해 없음’과 같이 형식적으로만 기재하고 있었다.

 

합리적 무관심과 법적 규제라는 장벽도 한몫을 했다. 코드를 이행하지 않아도 제재가 없고, 잘해도 뚜렷한 혜택이 없다. 여기에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제안조차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로 간주해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이른바 ‘5% 룰’과 ‘10% 룰’이 기관들을 가로막고 있어, 형사 고발 리스크를 두려워한 기관들은 기업과의 대화조차 꺼리는 실정이다.

 

글로벌 자본시장 핵심 화두인 기후 위기 대응에서도 우리나라는 국제 기준에서 한참 뒤쳐져 있다. 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기후 리스크를 핵심 재무 리스크로 보고 스튜어드십 코드에 명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지배구조(G) 논의에만 머물러 있다.

 

제대로 된 전략과 거버넌스 없이 휘두른 주주권은 과거 시장의 혼란과 뼈아픈 실패를 초래하기도 했다.

 

남양유업 사태 (2019)다. 배당 확대를 요구했으나 “지분 절반 이상을 가진 오너 일가만 배당을 더 챙기는데, 국민연금이 재벌 곳간 채우기에 앞장서느냐”는 공개적인 면박을 당했다. 투자 기업의 지배구조 분석이 결여된 실패한 주주권 행사의 대표적 사례다.

 

한진칼·대한항공 사태다. 오너 일가 갑질 논란 이후 이사 선임에 반대하며 경영 감시를 시도했으나 표 대결에서 패배했고, ‘연금 사회주의’나 ‘관치’ 논란만 남긴 채 정교한 주주 관여로 이어지지 못했다.

10년 만에 바귄 스튜어드십 코드.  이억원 금융위원장(가운데)과 참석자들이 6월 8일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한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공청회를 열었다.[사진=연합뉴스 ]
10년 만에 바귄 스튜어드십 코드. 이억원 금융위원장(가운데)과 참석자들이 6월 8일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한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공청회를 열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강화될 때마다 따라붙는 ‘정치적 개입’과 ‘연금 사회주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투명한 의사결정 체계’와 ‘정치적 독립성’의 확보가 절대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김성주 이사장이 추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시즌 2’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책임투자의 외연 확장이다. 위탁운용사와 대체투자 영역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확대해 투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 MBK-홈플러스 사태와 같은 부작용이 재발하지 않도록 위탁운용사의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책임투자의 본질이다.

 

적극적인 시장 소통이다. 최근 국내 주식 리밸런싱을 둘러싼 ’74조 매도설’ 등 시장의 불안에 대해 이사장이 직접 나서 선을 그은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단발성 대응을 넘어, 리밸런싱과 환헤지 전략이 기금의 장기 손실을 줄이기 위한 ‘자체적인 위험관리’라는 점을 시장에 정교하게 설득해야 한다.

 

이제 한국 자본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첫 번째가 일본식 ‘당근과 채찍’ 도입이다. 일본 공적연금(GPIF)은 위탁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이행 성과를 매년 평가해 성적이 나쁘면 가차 없이 계약을 해지한다. 이러한 압력이 일본 증시의 밸류업을 이끈 원동력이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두 번째가 영국식 질적 평가 체계 구축이다. 단순 서식 작성을 넘어 ‘지난 한 해 동안 어떤 사례를 가지고 기업과 대화해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공적 기관이 직접 질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세 번째가 세이프하버(법적 면책조항) 도입이다. 단순한 주주 관여 활동은 경영권 침해가 아니라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 기관투자자들이 안심하고 기업과 대화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사진=한국ESG기준원 홈피]
스튜어드십 코드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을 억압하는 통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체질을 개선해 투자자인 국민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수익 극대화 전략’이다.

 

 

김성주 이사장이 제시한 비전처럼, 국민연금이 ‘연못 속의 고래’를 넘어 대양을 헤엄치는 고래가 되기 위해서는 스튜어드십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와함께 신의성실의 원칙 하에서 자산관리를 수행하는 운영기관이나 기관투자가들을 위해서 자본시장법의 개선도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으로 건강한 기업의  성장을 위해 투자자의 감시 기능과 기업의 혁신 동력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것도  우리 경제의 중요한 과제다.

 

금융당국과 국민연금이 주도적으로 나서 잠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깨울 때, 비로소 ‘국민이 주인인 연금에서 모두가 누리는 연금으로’ 나아가는 사다리가 완성될 것이다.

전규열 경영학 박사 폴리뉴스 부사장 겸 편집국장 국회입법지원위원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시사저널 객원논설위원(전) 공감신문, 뉴시안 대표이사(전) <저서>이것만 알면 경제인싸 외 다수

<원문출처>

폴리뉴스: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9537(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