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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열 경영학부 교수: [전규열 칼럼] 최저임금은 올랐는데, 왜 자영업자는 문을 닫나

인건비·원재료·플랫폼 비용 삼중고…소상공인 10명 중 4명 “최저임금도 못 번다”
단일 최저임금 체계의 한계…생산성 격차 외면한 정책이 폐업을 부른다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4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최종 결정된 뒤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4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최종 결정된 뒤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700원으로 확정되었다. 이는 올해 1만 320원보다 3.7%(380원) 인상된 금액으로, 지난해 처음 진입한 ‘시급 1만 원 시대’가 3년째 안착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번 결정은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게 “아쉽다”는 반응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자영업의 붕괴’라는 구조적 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임금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은 이미 그 지불 능력의 임계치에 도달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영세 사업주의 87%가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에 극심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소상공인 10명 중 4명은 월평균 영업이익이 2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해, 본인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인 223만 6,300원조차 가져가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점이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김밥’이다. 90년대 중반 ‘1,000원 김밥’ 시절, 최저임금은 1,275원이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김밥 한 줄 가격이 약 4,000원으로 4배 오르는 동안 최저임금은 1만 700원으로 무려 8.4배나 치솟았다. 김밥 집은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12.9%에 달하는 대표적인 고비용·저효율 업종으로, 한 줄을 팔아 남기는 영업이익은 단 5%에 불과하다. 4,000원짜리 김밥 한 줄을 팔아 사장이 손에 쥐는 돈이 고작 200원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인한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까지 덮쳤다. 폭염과 폭우로 오이, 시금치, 계란 등 주요 식자재 값이 ‘금값’이 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원가 부담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도달했다. 여기에 매출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는 플랫폼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까지 겹치며, 올해 상반기에만 62만 4,000곳의 자영업자가 폐업하는 역대 급 ‘폐업 도미노’가 현실화되었다.

 

현행 최저임금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업종별 생산성 격차를 완전히 무시한 ‘단일 적용’ 체계라는 점이다. 이번 심의에서도 경영계는 숙박·음식업처럼 지불 능력이 낮은 취약 업종에 대해 ‘업종별 차등 적용’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노동계의 반대와 공익위원들의 판단으로 결국 부결되었다.

 

경제 지표를 보면 음식점업의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는 제조업의 17.1%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생산성 격차가 현격함에도 불구하고 고정밀 제조업과 동일한 임금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경영학적으로 볼 때 한계 기업의 시장 퇴출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실제로 직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최저임금이 10% 오를 때 폐업 확률이 2.6%p 상승하며, 특히 창업 3년 미만의 초기 자영업자의 경우 그 확률이 8.4%p까지 급등했다.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법이 역설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던 사업장을 없애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생존 전략이지만, 동시에 숙련되지 않은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먼저 사라지고 노동 시장이 양극화되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사람이 김밥을 말던 자리엔 로봇이 들어서면서 따뜻한 노동의 공간은 차가운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1%를 넘기며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가운데 22일 서울 시내 한 은행 기업고객 상담 창구.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1%를 넘기며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가운데 22일 서울 시내 한 은행 기업고객 상담 창구.

매년 반복되는 노사 간의 소모적인 ‘금액 주도권 쟁탈전’을 멈추고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최저임금 결정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권고한 ‘제도 개선 추진단’은 내년 심의 전까지 업종별 지불 능력과 생산성, 플랫폼 노동의 특성 등을 과학적으로 조사해 합리적인 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정치적 논리나 표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지표가 자동으로 반영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노사 모두가 결과에 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최저임금 정책과 조세 정책의 결합(EITC 강화)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저소득 근로자의 생계를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업주에게는 차등 적용 등을 통해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되, 근로자의 실질 소득 부족분은 정부가 근로장려세제(EITC)와 같은 직접적인 소득 보전 장치를 통해 보완하는 모델이 필요하다. 이는 국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지속 가능한 일자리 생태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어야 한다.

 

셋째, 플랫폼 비용의 합리적 조정과 자영업자의 디지털 전환 지원이다. 또한, 플랫폼 기업과 소상공인이 공생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도 시급하다. 영세 업주들이 고금리 부담 없이 자동화 설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저금리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단순 조리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효율적인 경영 노하우를 전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계 소상공인을 위한 핀셋 사회 안전망과 전직 지원이다. 일자리를 잃고 떠밀리듯 창업한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원활하게 임금 근로자로 복귀할 수 있도록 고도화된 직업 훈련과 재기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편의점과 카페, 외식업 업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된 데 대해 잇달아 우려를 나타냈다.; 편의점 매대 모습
편의점과 카페, 외식업 업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된 데 대해 잇달아 우려를 나타냈다.; 편의점 매대 모습

최저임금 1만 700원 시대의 안착은 단순히 금액 인상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경제 구조가 이 변화를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 유무에 달려있다. 이제는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 할 때다. 자영업의 붕괴는 곧 고용 기반의 약화로 이어진다. 구호가 아닌 경제 현실에 근거한 해법으로, 자영업자와 노동자가 함께 지속 가능한 골목 경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전규열

 

경영학 박사

폴리뉴스 편집국장 겸 부사장

국회입법지원위원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KT스카이라이프시청자위원(전)

공감신문, 뉴시안 대표이사(전)

<저서>이것만 알면 경제인싸 외 다수

 

<원문출처>

폴리뉴스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8972(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