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칼럼: [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44〉축구가 보여주는 인사의 원칙

최근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운영을 둘러싸고 선수 기용과 전술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감독은 경기 결과로 평가받는다. 누구를 선발하고, 누구를 교체하며, 어떤 전술을 선택했는지는 결국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G2 국가이자 스포츠 강국인 중국도 유독 축구만큼은 허약하다. 특히 공한증에 시달리고 있다. 몇 년 전 중국에 갔을 때 가이드의 이야기로는 오랫동안 제기되어 온 축구계의 부패와 불공정한 선수 선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권력층이나 유력 인사와의 관계, 딸기상자로 불리는 금품 제공 등이 선수 선발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동양 축구의 공통점인가?
그러나 이번 논란은 축구를 넘어 우리 사회에 더 큰 질문을 던진다. 조직은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선발하고 배치해야 하는가. 세계적인 명장들의 공통점은 이름값이나 과거의 공로, 사적 인연보다 현재의 기량과 전술 적합성, 팀 기여도를 우선한다는 것이다. 히딩크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실력이 있으면 기회를 얻고, 그렇지 않으면 벤치에 앉는다. 이것이 프로의 세계다. 하지만 좋은 인사는 실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조직에는 전문성과 함께 인성, 협업 능력, 책임감, 리더십, 그리고 조직의 목표와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충성심도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충성심은 특정 상사나 권력자 개인에게 잘 보이기 위한 충성이 아니다. 조직의 사명과 원칙을 지키고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반대로 조직의 목표보다 특정 개인에게 줄을 서거나 인사권자의 눈치만 보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공정한 의사결정은 어려워진다. 잘못된 결정에도 침묵하게 되고, 문제를 발견해도 말하지 못한다. 결국 조직은 스스로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문제는 학연, 지연, 혈연, 정치적 배경, 줄서기와 같은 사적인 기준이 공적인 평가를 대신할 때 발생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실력을 키우기보다 누구와 가까워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노력보다 관계가 성공의 지름길이 되는 순간 조직의 경쟁력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축구든 공공기관이든 기업이든 원리는 다르지 않다. 공정한 경쟁이 무너지면 실력 있는 사람은 기회를 잃고, 조직은 활력을 잃는다. 반대로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역량과 인성, 협업 능력, 그리고 조직과 사명에 대한 건전한 충성심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조직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대선이 끝나고 아직 인사가 종결되지 않았고, 얼마 전 지방선거가 끝나고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좋은 조직은 충성심만으로 사람을 쓰지 않는다. 그렇다고 실력만 보고 사람을 쓰지도 않는다. 역량은 뛰어나지만 조직의 목표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도 위험하고, 반대로 전문성은 부족한데 충성심만 앞세우는 사람 역시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정한 인재는 전문성과 인성을 갖추고, 조직의 가치와 원칙을 함께 지켜 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
축구 경기의 승패는 90분 안에 결정되지만, 인사의 결과는 수년 동안 조직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인사는 만사’라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결국 강한 조직은 뛰어난 시설이나 많은 예산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실력과 인성, 협업 능력, 조직에 대한 건전한 충성심을 갖춘 사람을 공정한 절차로 선발하고, 학연과 지연, 혈연, 줄서기와 같은 사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제할 때 비로소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이것이 축구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며, 모든 조직이 새겨야 할 인사의 원칙이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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