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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억 서경대 혁신부총장 칼럼: 지방 사립대, 통합이 아니라 연결이 미래다 [지금, 대학을 묻다]

학령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면서 지방대학의 위기는 이제 개별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의 문제가 되고 있다. 많은 지방대학이 신입생 충원난을 겪고 있으며, 일부 대학은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는 그동안 대학 통합과 구조조정을 주요 대안으로 제시해 왔다. 그러나 대다수가 사립대학인 현실에서 현실적으로 재단이 다른 사립대학 간 통합은 재산권, 인사권, 운영권 등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추진이 쉽지 않다. 통합 논의가 시작되는 순간 구성원 간 갈등이 발생하고 상당수는 실행 단계에 이르지 못한 채 중단된다. 지방대학 위기의 해법을 통합과 폐교라는 이분법에서만 찾으려는 접근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대학을 없앨 것인가, 합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연결하고 협력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그 대안으로 ‘공동학위대학(Joint Degree University)’ 모델을 제안한다. 공동학위대학은 대학을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대신 여러 대학이 하나의 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공동학위를 수여하는 체제다. 대학의 법인과 재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교육, 연구, 국제화, 평생교육 기능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통합이 아닌 연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모델인 셈이다.

 

해외에는 이미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 미국의 클레어몬트 칼리지 컨소시엄은 여러 독립 대학이 하나의 교육공동체를 형성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파이브칼리지 컨소시엄 역시 대학 간 교차 수강과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단일 대학이 제공하기 어려운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하나의 대학으로 통합되지 않았음에도 독립성을 유지한 채 교육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방대학의 미래가 반드시 통합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형 공동학위대학은 다섯 가지 혁신 모델을 패키지로 추진할 수 있다. 첫째, 공동운영법인형이다. 여러 대학이 학습관리시스템(LMS), 입시 홍보, 구매, 취업 지원, 유학생 모집 등을 공동으로 운영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방식이다. 둘째, 공동학과 허브형이다. AI, 바이오헬스, K콘텐츠, 스마트농업 등 첨단 분야를 대학 간 공동 운영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이는 모델이다. 셋째, 지역문제 해결형이다. 지방대학이 지역의 고령화, 돌봄, 관광, 농업, 소상공인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이 되어 연구와 교육을 지역 수요와 연결하는 것이다. 넷째, 성인 학습자 서비스형이다. 18세 학령인구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직장인과 은퇴자 등을 대상으로 평생학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교육시장을 개척하는 모델이다. 다섯째, 외국인 유학생 지역정착형 모델이다. 유학생을 단순한 등록금 수입원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함께 이끌어 갈 미래 인재로 육성하는 방식이다. 입학에서 실습, 취업, 정주까지 연계함으로써 대학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들 모델은 각각의 의미도 크지만 패키지로 결합될 때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공동운영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성인학습과 국제화를 통해 새로운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 또 공동학과와 지역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통해 교육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지방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혁신과 인재양성의 핵심 거점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방대학 위기의 본질은 학생 수 감소만이 아니다. 개별 대학이 모든 기능을 독자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낡은 운영방식의 한계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앞으로의 경쟁은 대학 대 대학의 경쟁이 아니라 대학 네트워크 간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대학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고립된 섬처럼 존재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협력과 공유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구자억 서경대 혁신부총장
구자억 서경대 혁신부총장

<원문출처>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2309460000388?did=NA(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