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칼럼: [전규열 칼럼]반도체 호황이 부른 '성장의 역설'...체감경기 바닥인데 커지는 '3高(고물가·고환율·고금리)부담
반도체 홀로 이끄는 ‘착시 성장’ 에 따른 K자형 양극화 심화 우려
3%대 물가와 고환율 억제위해 기준금리 인상 불가피
![4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62.08포인트(1.84%) 내린 8,639.41에 장을 마치며 지난달 28일 이후 처음으로 하락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6/733358_553235_5622.jpg)
최근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코스피 8,000선 돌파와 반도체 수출 호황을 외치며 축제 분위기지만, 다른 한쪽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IMF 때보다 더 힘들다”며 차가운 바닥 경기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화려한 거시 지표 뒤에 가려진 K자형 양극화와 ‘3高(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따른 이른바 ”성장의 역설’로 서민들의 삶은 날로 고단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경제의 성적표는 외견상 상승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수출이 기록적인 호조를 보이면서, OECD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2.6%까지 상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44억달러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대외 리스크 속에서도 반도체가 무역 수지를 굳건히 방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온기는 우리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고 있다. 수출은 역대급 호황이지만, 고유가와 고환율로 인해 에너지를 비롯한 수입 물가가 폭등하면서 수출과 내수가 따로 노는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수출 지표가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가리는 ‘수출 착시’ 현상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환율이다. 과거에는 경상수지가 흑자면 원화 가치가 올랐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최근 2주간 1,500대를 유지하다 6월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560원을 뚫으며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6 BOK 국제 콘퍼런스'에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와 이자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가 정책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606/733358_553240_238.jpg)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국내 증시의 활황이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이다.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하며 자산 가치가 급등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산 비중을 조정(리밸런싱)하기 위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고(상반기 약 120조 원) 이를 달러로 환전해 나가면서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마지노선이라던 1,400원대를 넘어 1,500원대 환율이 이제 일시적 충격이 아닌 새로운 뉴노멀로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고환율은 즉각적으로 수입 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24.2%나 폭등한 가운데,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하며 2년 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물가는 이보다 더 높은 3.3%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재 2.5%인 기준금리를 하반기 중 3.0%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다. 신현송 신임 한은 총재도 지난달 28일 “물가·성장·환율·부동산 모두 갈 길이 명확하다”며 금리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물가 및 환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 금통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서도 과반수가 3%대 금리를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금리가 오를 경우 대출로 연명해 온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 그리고 가계부채가 많은 서민들이 받게 될 타격이다. 이미 대출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으며, 내수 부진과 비용 상승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은 국회 앞으로 모여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치고 있다.
정부 내 일부에서는 지금의 3高 현상을 “성공의 비용”이라며 낙관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시장에서 느끼는 현장의 체감온도는 사뭇 다르다는 지적도 많다.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거시 경제의 수치만 강조하는 것은 국민들이 공감하기는 어렵다.
지금 우리 경제는 반도체라는 강력한 성장엔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인 거친 파도와 고비용 구조라는 암초에 걸려 있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얻은 최대 70조 원의 초과 세수를 바탕으로 고물가와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에 대한 ‘핀셋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부동산 차주와 서민층의 충격을 흡수할 연착륙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3高 상황에서 정책 간 조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공조 필요성이다. 금리인상 기조와 충돌하지 않도록 재정은 총량 확대보다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에 대한 선별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구조조정도 불가피하지만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계기업과 부실 PF 문제는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단계적이고 질서 있는 정리가 요구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체질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한편,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3高 국면은 단기적 대응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다. 다만 정책의 일관성과 균형을 유지한다면 위기를 관리하는 동시에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정책대응의 정교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거시 지표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우려야 한다. 지금은 숫자 너머의 ‘민생’을 직시하고, 경제의 기초 체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시기다.

<원문출처>
폴리뉴스: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3358(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