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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 서경대 광고홍보영상학과 교수 칼럼: [박재항의 소소한 통찰] 마케팅 실험으로 본 6·3지방선거

선택지 늘수록 관심 크지만 결정은 힘들어
후보 적으면 앞번호, 많으면 뒤가 유리할수도
박재항 서경대 광고홍보영상학과 교수

선거는 후보자들이 유권자라는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다. 보다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과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 많다. 소비심리학에선 선택지 숫자에 따라 달라지는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선거에도 통용이 되는지 가설들을 몇 개 세우고 추론해봤다.

 

첫번째는 ‘후보가 많으면 투표율이 올라간다’는 가설이다. 2000년 쉬나 아이옌가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와 마크 레퍼 스탠퍼드대 교수는 슈퍼마켓에서 6종과 24종 잼을 놓은 시식 및 판매 매대를 각각 다른 시간에 설치하고 쇼핑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실험을 했다. 쇼핑객의 60%가 24종의 잼이 있는 매대에, 나머지는 6종 매대에서 걸음을 멈추고 잼을 살펴봤다. 선택지가 많은 곳에 더 흥미를 보인 것이다. 구입에서는 정반대 양상을 나타냈다. 잼이 24종 있는 테이블 앞에 걸음을 멈춘 소비자 가운데 3%만 잼 한두 개를 구입했다. 반면 6종 잼이 있는 테이블에선 그 10배인 30%가 잼을 구입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결정을 내리기도 힘들고, 이후 만족도도 떨어진다는 이른바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이라고 이름 붙여진 실험이다. 결국 선거에서도 후보자가 많으면 당장 유권자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끌 수 있지만,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어 실제 투표율은 내려갈 수도 있다.

 

두 번째는 ‘경쟁률이 높을수록, 최종 선택을 받은 후보자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는 가설이다. ‘온라인 데이팅의 선택 과부하가 만드는 거절 심리’라는 논문을 쓴 네덜란드 심리학자 틸라 프롱크와 야프 데니선은 온라인으로 제시된 프로필을 가지고 데이트 상대를 뽑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 참가한 독신남녀에게 온라인으로 4명 혹은 20명의 프로필을 선택하도록 했다. 다수의 사람은 20명의 프로필을 받고, 그중에서 데이트 후보자를 고르겠다고 했다. 원하는 데이트 상대를 고른 뒤, 선택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다. 선택의 폭이 넓은 20명의 프로필 중 데이트 상대를 고른 사람의 만족도가 4명의 프로필 중에서 선택한 사람보다 낮게 나왔다. 자신들이 고르지 않은 19명의 후보들 속에 더 좋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후보자가 많을수록 미련을 둘 만한 이들도 많아진다.

 

세번째는 ‘앞 번호가 유리하다’는 가설이다. 선택행동 연구로 유명한 캐나다의 소비자심리학자인 안토니아 만토나키스 브록대 교수는 와인을 가지고 실험을 했다. 두 가지를 내놓고 하나를 고르는 양자택일의 경우 첫 번째 와인을 선택하는 사례가 70% 이상이었다. 세 가지 와인의 경우도 첫 번째를 가장 많이 골랐다. 와인을 2~3개 제시하면 첫 번째 와인을 더 많이 선택하는 초두 효과(primacy effect)가 강했다. 하지만 선택지를 늘릴수록 선택하는 비율, 곧 득표율은 낮아졌다. 와인이 네 종류를 넘어가자 반대로 마지막 와인이 가장 높은 비율로 선택됐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마지막 와인을 선호하는 최신 효과(recency effect)가 나타났다. 물론 선거는 유권자의 지식과 성향에 기초한 기준이 있어 와인과 동일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렇지만 후보자들 간에 차이가 없다고 하는 이들의 경우에 앞 번호가 무작정 유리한 건 아니다.

 

세 가지 소비 심리 실험 결과가 선거에선 어떻게 나타날까? 이번 지방선거의 출마자 평균 경쟁률은 1.8 대 1로 역대 지방선거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지만, 서울에선 시장 후보로 6명, 교육감 후보로 8명이 나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남은 기간 경쟁률에 따른 선거 양상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선거가 훨씬 흥미진진해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기가 생길지도 모른다.

 

<원문출처>

한국경제신문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52462991(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