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억 서경대 혁신부총장 칼럼: 지방 전문대, 지역문제 해결형 플랫폼이 해답이다 [지금, 대학을 묻다]
‘벚꽃 피는 시기로 망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한국의 대학은 위기다. 상아탑의 권위를 지키면서도 변화한 사회에 맞는 인재 배출에도 충실한 새로운 대학의 좌표를 전문가 칼럼 형식으로 제시한다.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 체계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2024년 기준 사립 전문대학은 총 123개교다. 먼저 규모별로 보자. 소규모(2,000명 미만) 45개교(36.6%), 중규모(2,000~4,000명) 47개교(38.2%), 대규모(4,000명 이상) 31개교(25.2%)다. 전반적으로 중소 규모 중심 구조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 42개교(34.1%)가 분포하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9개교가 대규모 대학이다. 광역시는 소·중·대 규모가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 반면 지방권에는 54개교로 가장 많은 대학이 분포하지만, 규모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소규모가 30개교(55.6%)에 달하고 대규모 대학은 3개교(5.6%)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나라 전문대학 체계는 ‘수도권 대형화, 지방 소형화’의 구조적 양극화가 뚜렷하며, 특히 지방은 이미 생존 중심의 소규모 체제로 전환된 상태다. 입학자 수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5~2034년 입학자 수가 약 6만~7만 명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실제 수요 증가가 아닌 정원 유지 가정에 따른 것이다. 2035년을 기점으로 입학자 수는 급감하여 2043년에는 수도권 약 2만5,000 명, 비수도권 약 1만5,000 명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특히 비수도권은 약 80% 감소하여 구조적 붕괴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수치는 중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전문대학의 위기가 사립 중심, 지방 중심으로 형성된 구조 전체의 문제라는 점이다. 그동안 지방 전문대학은 학과 유지와 신입생 확보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가 구조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 질문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대신 “지역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할 것인가”로 전환돼야 하는데, 그 방향은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학과 중심 대학에서 지역 문제 해결형 고등직업교육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 산업과 서비스 수요를 기반으로 인력을 양성·공급하고 재교육까지 수행하는 통합 플랫폼을 의미한다. 특히 서비스산업 분야는 지방전문대학의 특화 분야이다. 의료보조, 요양·돌봄, 지역관광, 식품가공, 물류,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등은 지방에서 지속적으로 수요가 발생하는 분야이다. 미국의 커뮤니티칼리지들은 지역경제 개발과 연계하여 다양한 산업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며 지역사회 유지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둘째, 지방중소기업의 기술역량을 증진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지방의 중기들은 대부분 자체적 교육 역량이 부족하다. 이때 전문대학은 기업을 대신하여 교육을 수행하는 ‘공동훈련센터’ 역할을 해야 한다. 독일의 직업교육 시스템에서 보듯이, 개별 기업이 하기 어려운 훈련을 공동으로 제공하는 구조는 이미 검증된 모델이다. 한국에서도 전문대학이 여러 기업의 교육 수요를 묶어 장비, 실습, 안전교육, 자격훈련을 통합 제공한다면 지역 산업과의 연계는 훨씬 강화될 것이다.
셋째, 대학체제가 신입생 중심 구조에서 전 생애 학습자 중심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전문대학은 더 이상 18세 신입생 중심의 기관이어서는 안 된다. 지방에서는 재직자, 이직 준비자, 중장년층, 귀촌·귀향 인구가 중요한 교육 수요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대학이 이들을 대상으로 단기 직무교육과 재교육, 자격과정을 제공할 수 있다면 학생 수 감소는 새로운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
지방 사립전문대학의 해법은 과감한 재설계에 있다. 지역마다 필요한 직업교육 분야나 직무기능을 설정하고 대학들이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모든 개혁이 그렇듯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AI)과 지역소멸 등 대학 생존을 위협하는 변수가 많아질수록, 모든 대학이 모든 분야를 다 할 필요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원문출처>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42910110002420?did=NA(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