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주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 칼럼:‘모두의 상담’ 위해 바꿔야 할 것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청년 모두를 위한 재무상담’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금융교육 차원을 넘어, 청년 개개인의 재무상황을 1:1로 꼼꼼히 들여다보고 맞춤형 처방을 내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정책은 최근 청년층의 재무 현실을 반영한 변화로 볼 수 있다. 어느 때보다 높은 투자 열기 속에서 자산 형성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정작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소비·지출 관리는 여전히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신의 재무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빠른 자산 형성에 대한 압박감 속에서 ‘빚투’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부의 이번 정책은 청년 자산 형성에 대한 욕구와 재무관리 역량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기존의 금융상품 중심 지원에서 개인의 재무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보다 근본적인 지원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번 호에서는 정부가 재무상담의 중요성을 정책적으로 제시한 이 시점에, 과연 ‘모두를 위한 재무상담’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재무상담, 지금까지 누구를 위한 서비스였나
재무상담이 정책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먼저 그동안 재무상담이 누구를 대상으로 제공되어 왔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무상담을 받는 대상은 크게 여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고액 자산가들이다. 이들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의 WM(Wealth Management) 서비스를 통해 종합적인 자산관리를 받는다. 다만 이는 재무상황을 진단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종합적 재무상담이라기보다, 자산증식 및 관리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에 가깝다.
둘째, 금융상품 가입 과정에서 상담을 접하는 사람들이다. 이 역시 독립적인 재무상담이라기보다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에 해당한다.
셋째, 부채 문제나 재무위기를 겪는 취약계층이다. 이들은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금융복지상담센터 등 공공기관을 통해 재무상담을 받는다. 예방적 상담이라기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치료적 상담의 성격이 강하지만, 재무 진단과 해결 방안을 함께 제시한다는 점에서 재무상담의 본연에 가장 가까운 형태라 할 수 있다.
넷째, 영테크·리테크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재무상담을 받는 사람들이다. 영테크는 청년층을, 리테크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 재무교육·상담 프로그램으로, 참여자는 자발적 신청을 통해 재무 진단과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받는다.
다섯째, 기업 복지 차원에서 재무상담 서비스를 경험하는 임직원이다. 일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무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비용은 기업이 부담한다.
여섯째, 자발적 의사로 재무상담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재무 문제의 해결 또는 예방을 위해 전문 재무설계사를 직접 찾아 상담을 받는다
재무상담은 개인 또는 가계의 소득, 지출, 자산, 부채 등 재무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재무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 가능한 전략과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전문 서비스다.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진단과 계획, 실행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함께 돕는다. 앞서 살펴본 여섯 가지 형태 가운데 취약계층 대상 공공 상담, 영테크·리테크와 같은 공공 프로그램, 기업 임직원 대상 상담, 그리고 자발적 재무상담은 재무 진단과 해결 방안을 함께 제시한다는 점에서 재무상담의 본연에 가까운 형태라 할 수 있다. 다만 각각의 한계 또한 분명하다. 공공 상담은 비용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상이 제한되거나 상담의 지속성 측면에서 제약이 따른다. 기업 복지형 상담은 특정 조직에 소속된 경우에만 접근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편성이 낮다. 반면 자발적 재무상담은 비용이 수반되지만 상담에 대한 의지와 책임이 결합되어 상대적으로 높은 효과가 기대되는 방식임에도, 비용 부담과 전문가에 대한 인식 부족, 공급 인프라의 미성숙 등이 맞물려 실제 활용은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담사의 자격·소속·보수… 누가 재무상담을 하는가
재무상담이 누구에게 제공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면, 이제는 실제로 누가 이러한 상담을 수행하는지, 즉 그 주체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무상담을 제공하는 상담자는 자격 수준, 소속 기관, 보상 구조에 따라 그 성격과 역할이 구분된다.
먼저 자격 수준에 따라 공인전문자격 보유자, 준전문가, 인접 전문직으로 나눌 수 있다. CFP, AFPK 등의 자격을 보유한 상담자는 재무설계 전반에 걸친 전문성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재무상담을 수행한다. 이와 함께 금융복지상담사, 공공기관에서 양성된 상담사 등 일정 수준의 교육과 훈련을 받은 준전문가 집단도 활동하며, 금융권 퇴직자 출신도 상당수 포함된다.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 인접 전문직은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재무상담 기능을 일부 수행하고 있다. 소속 측면에서도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기관 소속 상담자는 조직 내에서 고객 상담을 담당하며, 재무설계회사나 GA(법인보험대리점) 소속 상담자는 여러 금융사의 상품을 비교·제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넓은 선택지를 제공한다. 다만 GA의 경우 취급 상품의 범위가 넓다고 해서 추천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판매 실적과 연동된 구조 속에서 특정 상품으로 편향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의 위탁 형태로 활동하는 상담자는 재무설계회사나 GA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위탁 상담의 성격상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자문을 제공한다. 보상 구조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은행·증권사 소속 상담사는 급여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보험사·GA·재무설계회사 소속 상담사는 상품 판매 실적에 연동된 커미션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공기관 위탁 상담자는 상담 건수에 따른 상담료를 받는다.
이처럼 자격, 소속, 보상 구조를 종합해보면, 현실에서 재무상담의 본연에 가장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는 주로 재무설계회사나 GA 소속의 자격인증자들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활동하는 구조에는 구조적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상담의 질은 상담자의 전문성에 달려 있지만, 수익은 상품 판매에서 비롯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커미션 기반 상담은 상담과 판매가 결합되어 있어 이해상충의 가능성이 상존하며, 상담의 독립성과 객관성이 구조적으로 제약될 수 있다. 반면 공공 위탁형 상담은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자문이 가능하지만, 사업 규모와 예산, 공급 인력 측면에서 지속성과 확장성에 한계를 지닌다. 결국 현재의 재무상담 공급 구조는 독립성과 지속성 중 어느 하나를 온전히 담보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두의 재무상담’을 활성화하기 위해 바꿔야 할 것들
지금까지의 서술을 종합하면 하나의 구조적 모순이 드러난다. 누구에게나 재무상담은 필요하지만, 현재의 공급 구조는 이미 자산이 많은 사람이나 이미 문제가 생긴 사람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모두를 위한 재무상담’이라는 지향은 바로 이 간극을 어떻게 매울까를 고민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재무상담을 활성화하겠다’는 선언만으로는 이 간극이 채워지지 않는다. 재무상담 수요와 공급 양측을 동시에 고려하여, 구조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① 수요 측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인식부터 깨야
현재 많은 사람들이 재무상담을 ‘문제가 생겼을 때 찾아가는 곳’으로 인식한다. 빚이 생기거나, 투자에 실패하거나, 노후 준비가 막막해졌을 때 비로소 문을 두드린다. 이는 재무상담을 일종의 ‘치료적 서비스’로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이 인식을 바꾸는 것이 수요 측면 개선의 출발점이다. 재무상담은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인 동시에, 더 나은 삶을 설계하기 위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캠페인 수준의 접근이 필요하다. 재무상담의 효과를 가시화하는 전략(영테크·리테크 참여자의 장기 추적 성과 공개, 재무상담 전후 비교 스토리텔링, SNS 기반 실제 사례 확산 등)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인식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이다. 더 나아가 행동설계(nudge) 관점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재무상담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생애전환기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자녀 출생신고 시 재무상담을 제공하거나, 취업·결혼·퇴직 등 주요 생애 이벤트와 재무상담을 연계하는 방식이 그 예다.
아울러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채널을 통해 재무상담을 받을 수 있는지, 상담사의 자격은 무엇인지, 어떤 보상 구조로 운영되는지 등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재무상담 채널을 플랫폼화하고, 여기에 상담사의 자격 및 독립성 정보 등을 공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객관적, 독립적 재무상담을 받고 싶은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안심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돈 가치관의 형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재무 안정을 추구하는 태도, 돈을 삶의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은 재무상담을 찾게 만드는 근본적인 동인이기 때문이다. 이는 부모교육과 학교교육을 통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올바른 돈 가치관이 형성되어야 재무상담을 찾게 되고, 재무상담을 받으면서 돈 가치관이 다시 교정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즉 돈 가치관의 문제는 재무상담 활성화의 선결 조건인 동시에, 재무상담 자체가 그 해법이 되기도 한다.
② 공급 측면: 이해상충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좋은 상담도 없다
수요가 형성되더라도, 공급 측의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모두를 위한 재무상담’은 공염불에 그친다. 앞서 살펴보았듯 현재 재무상담 공급 구조의 핵심 문제는 이해상충이다. 상담의 질은 상담사의 전문성에 달려 있지만, 수익은 상품 판매에서 비롯되는 구조에서는 상담사가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더라도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상담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립 상담사가 상품 판매 없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장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공공 자문료 지원 프로그램의 확대와 상시화, 상담 단가와 건수의 현실화가 그 출발점이다. 좋은 상담사가 시장에 남아있을 수 있어야 좋은 상담이 공급된다. 나아가 재무상담에 대한 제도적 위상 정립이 필요하다.
현재 재무상담 시장은 제도에 의해 설계된 시장이라기보다, 금융상품 판매 구조 속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된 시장이다. 이해상충 문제가 구조적으로 내재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는 수탁자의무(상담사가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우리 재무상담 영역에도 적용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재무상담을 금융소비자의 재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사회적 인프라로 바라볼 제도적 틀이 마련될 때, 비로소 공급 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가능해진다.
AI는 관문, 인간 상담사는 본질 – 하이브리드 상담 가능성 모색
공급 확대의 현실적 수단으로 AI의 역할도 주목할 만하다. AI 기반 재무 진단 시스템은 초기 접근성을 높이고 상담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공공 재무상담 플랫폼에 AI 재무 진단 기능을 탑재하거나, 금융감독원 파인(FINE)과 같은 기존 공공 금융 플랫폼에 AI 상담 모듈을 추가하거나, 마이데이터와 연계한 개인 재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 모두 현실적인 접근이다. 이러한 방향의 선진 사례로 영국의 머니헬퍼(MoneyHelper)를 참고할 만하다. 머니헬퍼는 MaPS(Money and Pensions Service)가 운영하는 공공 플랫폼으로 예산관리, 부채 상담, 연금 상담, 재무 계획 등을 디지털 시스템으로 1차 제공하고, 복잡한 사항은 인간 상담사와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온전히 AI에 의존하는 상담은 어렵다. 어디까지나 AI는 인간 상담사와의 연결을 위한 관문이자 보조 수단이어야 한다. 복잡한 재무 문제, 감정과 행동이 얽힌 소비 습관, 생애 전반에 걸친 재무설계는 여전히 인간 상담사의 역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재무상담’은 좋은 의도만으로는 실현되지 않는다. 재무상담을 문제가 생겼을 때 찾는 곳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해 누구나 활용하는 인프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 양측을 동시에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인식을 바꾸고, 접근을 쉽게 하고, 상담사가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비로소 재무상담은 진정한 사회적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원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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