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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칼럼: [전규열 칼럼] 부동산 넘어 혁신으로...글로벌 사례로 본 '생산적·포용 금융'의 길

영국, 미국, 일본, 케냐 등 선진사례가 주는 제안
연금과 정책금융의 결합, 英 혁신성장의 새로운 실험
우리금융이 배워야 할 것은 ‘자금 공급’보다 ‘방향’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국회서 열린 '한국금융 대전환을 연다' 금융포럼에서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첨단·혁신 산업으로 재배치하고 대출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금융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국회서 열린 ‘한국금융 대전환을 연다’ 금융포럼에서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첨단·혁신 산업으로 재배치하고 대출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금융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은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정부와 주요금융그룹이 총 50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생산적 금융’에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과 부동산 담보대출이라는 ‘안전한 이자 장사’에 머물러온 우리 금융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혁신 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자금을 지원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 투입만큼 중요한 것이 자본이 현장까지 제대로 흘러가게 만드는 ‘시스템의 설계’다. ‘어떻게’ 실행하느냐’ 즉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선진 사례들은 우리에게 금융이 어떻게 국가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고 사회적 문턱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 미국, 일본, 케냐 등 선진 국가들의 성공 사례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의 심장, 장기 자본의 물꼬 터주는 영국의 혁신

생산적 금융이란 자금이 부동산이 아닌 미래 성장 동력과 인프라로 흘러가 경제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을 의미 한다. 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모델은 영국의 ‘장기자산펀드(LTAF)’와 ‘엔터프라이즈 캡플 펀드(ECF)’다.

영국 정부는 퇴직연금(DC형) 자산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이 거대 자본이 유동성 제약 때문에 상장 주식이나 채권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LTAF’라는 새로운 개방형 펀드 구조를 도입해, 연금 자금이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 사회기반시설 등 비상장 생산적 자산에 원활히 투자될 수 있도록 규제 장벽을 허물었다.

 

특히 영국비지니스은행(BBB)의 ECF는 정부와 민간이 리스크를 분담하는 ‘파트너십 모델’이다. 정부가 리스크를 분담함으로써 민간 투자자가 초기 단계 혁신 기업에 모험 자본을 적극적으로 공급하도록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이는 금융사가 단순히 대출을 늘리는 것을 넘어, 국가 미래 산업을 위해 민관이 ‘리스크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핵심임을 보여준다.

영국 런던 금융 중심지 카나리 워프
영국 런던 금융 중심지 카나리 워프

포용 금융의 혁신, 데이터와 기술 및 법으로 문턱 낮추다

생산적 금융이 성장의 엔진이라면, 포용금융은 사회의 안전망이다. 금융 소외 계층을 보듬는 ‘포용 금융’은 기술 혁신과 제도적 강제성이 조화를 이룰 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케냐의 엠페사(M-Pesa)다. 은행계좌가 없어도 휴대전화만 있으면 누구나 돈을 주고 받거나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2007년 송금 서비스를 시작해 이제 예금, 보험, 대출까지 아우르는 거대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한 핀테크가 일군 기적이다. 케냐 정부는 초기부터 엄격한 규제 대신 ‘테스트 후 학습(Test and Learn)’이라는 유연한 접근법을 택해 혁신을 장려했다. 그 결과, 전통적인 담보가 없어 대출을 못 받던 소외 계층이 모바일 거래 기록(빅데이터)을 신용으로 활용해 금융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이로 인해 성인의 금융 접근율을 26.7%에서 75% 이상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이 바로 규제의 유연성이었다.

 

미국의 ‘지역사회재투자법(CRA)’은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법적 의무로 명시했다. 시중은행들이 자신이 영업하는 지역의 저소득층을 위한 대출과 투자에 일정 부분 반드시 참여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이는 자금이 수도권이나 특정 고수익 분야로만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고 지역 경제의 자생력을 키우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

 

일본의 ‘신용금고(Shinkin Banks)’는 철저한 ‘관계형 금융’을 통해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대형 은행이 정량적 지표만으로 알기 어려운 지역 소상공인의 사정을 깊이 파악하고, 담보가 부족하더라도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자회사 등을 통해 창업 전 과정을 지원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또한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거대 플랫폼을 통해 금융소외지역이었던 농촌과 영세 상공인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마이뱅크(MYbank) 같은 인터넷 은행들은 전통적인 담보대신 이커머스 거래 기록과 같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출심사를 통해 담보가 없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소외 계층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케냐의 휴대전화 금융 서비스 엠페사(M-Pesa)
케냐의 휴대전화 금융 서비스 엠페사(M-Pesa)

글로벌 선진 사례를 볼 때, 우리 금융이 생산적·포용적 금융의 성공을 위해 준비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돈의 변신이다. 부동산 중심의 담보 대출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해 생산적인 곳으로 전환해야 한다. 부동산 쏠림은 경제 전반의 리스크만 높인다. 인공지능(AI), 에너지 인프라 등 미래 산업에 대한 리스크 평가 역량을 고도화하고, 증권화 거래나 CVC를 적극 활용해 자본 부담을 관리하며 기업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유연한 규제 환경과 ‘테스트 앤 런’ 철학의 도입이다. 케냐의 성공은 규제가 혁신의 속도를 가로막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핀테크와 전통 금융이 협력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더욱 활성화하고, 정책금융이 리스크의 완충지대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셋째,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상생금융 평가 체계 구축이다. 미국의 CRA 정신을 본받아 우리도 상생금융 실적을 단순히 수치화하는 것을 넘어, 얼마나 실제 취약 계층의 자립을 도왔는지, 지역사회 경제에 기여했는지를 빅데이터로 측정하고 이를 인센티브와 연계해야 한다. 또한 케냐의 엠페사나 중국의 인터넷 은행들처럼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대한 신용 평가를 통해 담보 없는 사각지대 소외 계층들에게 얼마나 기회를 주었는지를 평가항목에 반영해야 한다.

kakao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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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자체 대안신용평가모형을 통해 금융이력이 부족한 고객이나 중·저 신용자·소상공인 등 금융취약계층의 금융 문턱을 낮추기 위한 노력들을 진행 중이다.

 

금융의 역할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소외된 이들에게 사다리를 놓아주는 ‘사회적 인프라’여야 한다. 영국과 유럽의 생산적 금융 모델과 케냐·미국·일본의 포용적 금융 모델을 우리 실정에 맞게 결합한다면, 우리 금융은 진정한 ‘혁신의 조력자’이자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500조 원이라는 거대한 자본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의 진정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전규열

경영학 박사
폴리뉴스 부사장 
국회입법지원위원(과방위)
스카이라이프 시청자위원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원문출처>

폴리뉴스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7110(새 창 열림)